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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572909
    작성자 : 익명amdvb
    추천 : 0
    조회수 : 246
    IP : amdvb (변조아이피)
    댓글 : 14개
    등록시간 : 2016/01/03 23:36:02
    http://todayhumor.com/?gomin_1572909 모바일
    폭력으로부터 도망가기.제가 할 수 있을까요.
    25살이 된 여징어입니다.
    아버지는 절 때리면서 키워 왔어요. 제가 7살때부터 제가 아버지 말을 안들으면 발로 얼굴을 때리고 발로 밟으셨어요.
    다섯 살 어린 여동생은 너무 어렸고, 엄마는 방관자였어요. 화 내는 아버질 말렸지만, 그건 저를 위한 말림보다
    '집안 시끄러워지니까 그만해'였습니다.

    아빤 꼭 그렇게 때려놓고 그날 새벽에 편지를 써서 내가 너에게 과한 체벌을 했다, 미안하다 라고 하셨죠.
    저는 그게 옳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혼난거고, 아빤 나한테 사과를 했다. 그러니까 나는 괜찮다.
    엄마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너는 야단을 맞은 거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하셨어요.

    그걸 믿으면서 9살, 10살....17살...25살 그렇게 자라왔습니다.
    18살, 스트레스로 과호흡증후군이라는 일종의 공황장애가 찾아왔습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주변에 아빠와 비슷한 남자만 보이면 심장이 빨라지면서 숨이 안 쉬어지고 머리가 멍해지면서 쓰러졌어요.
    응급실에서 정신적인 문제라는 진단을 받은 이후, 엄마는 니가 호흡법이 잘못된거라고, 별 아픈것도 아닌게 우리 가지고 협박한다고 하시더라구요.
    21살, 머리를 맞았는데 시간이 멈춘 듯 멍하더라구요. 너무 아픈데,정말 너무너무 아픈데 아무 말도,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버릇없게 굴어서 야단을 맞은'거고, 버릇없는 딸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집안에 아무도 없었거든요.

    22살, 그날도 머리를 맞았는데 세상이 하얗게 보이면서 어느 순간 제가 바닥에 주저앉아서 토하고 있었습니다.
    얼굴 반쪽은 멍멍하니 감각이 없었구요, 무엇보다 왼쪽 팔이 움직이질 않더라구요. 정말 무서웠어요.
    말을 하고 싶은데 언어장애 환자마냥 '아으어어어'하는 말밖에 나오지 않고, 마비된 얼굴 한쪽에선 침이 줄줄 흘렀습니다.
    그때 들었던 말이 잊혀지질 않네요.' 저 xx년 119에 신고하든가 해버려!'

    엄마의 도움을 받아서 집근처 종합병원에서 가벼운 뇌진탕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마비가 풀리자 엄마는 '니가 잘못해서 체벌을 받은 거니 너는 집에가서 무릎꿇고 식구들한테 사과해야한다'하시더라구요.

    그 날 집에 돌아와서 열이 39도까지 올라가 숨도 못쉬고 괴로워하는데, 엄마는 아빠의 팔짱을 끼고 산책을 나가셨습니다..
    저는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겨우겨우 기어가 해열제 하나 삼키고 잠들었는데, 아빠 팔에 매달려 웃음지으며 나가시던 엄마 얼굴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23살, 엄마의 화풀이에 못이겨 마포대교로 나왔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갈 데도,쉴 데도, 제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딘지도 몰랐어요.
    그래도 살고싶은 약간의 미련은 남아 있었는지 그때 연락했던 친구들 번호로 경찰에 연락와서 집으로 돌아갔어요.

    24살,폭력이나 폭언은 많이 사라졌어요. 이유도 알 수 없이 저는 집안의 든든한 맏딸이자 귀여운 큰 딸이 되어 있었습니다.
    너무 갑자기 바뀌어서 당황스러웠어요. 그렇게 일년여간을 저는 '화목하디 화목한 가정'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물론 여태까지의 사건은 여전히 제가 버릇없고 말을 듣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었구요.

    며칠 전 아빠가 그러더라구요. 으이구~우리 딸, 우리 딸은 정서불안이라 아빠 속썩이게 하고,그치?
    너 밤에 잘 자고(일 특성상 새벽에 작업하는 일이 많습니다)잘 먹고 그래야돼. 니가 그렇게 안하니까 아빠한테 맞는 거지. 으이구~

    그걸 옆에서 오래 지켜 본 친구가 그러더라구요.너는 쇠사슬에 묶인 어린 코끼리 같다고,
    내 눈엔 너의 목에 목줄이 채워져 있는 게 보이는데 너는 이제 충분히 그걸 끊어낼 수 있는 힘이 있는데 왜 그걸 끊어내질 못하냐고.
    언제까지 줄에 매인 어린 코끼리로 살래? 도망쳐 나와. 50만원,100만원이면 너 충분히 살 수 있어. 라구요.

    그 말을 듣고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별로 자신이 없었어요. 저는 사회 초년생이고, 돈도 별로 없으니까요. 저는 아직 제가 어린 코끼리 같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이 여기저기 방을 소개시켜 주고, 방법을 알려주고, 용기를 주었습니다. 나도 집에 이런 일이 있었어,너도 할 수 있을거야.
    미움받아도 돼..하구요.

    저는 지금 화목한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착한 딸 코스프레를 하고 있습니다.
    제 썩은 마음은 가슴 깊이 묻어놓은 채, 저는 언제나 상처 없고 깨끗하고 조금은 철없는 스물다섯 딸로 살고 있어요.
    이제 벗어나고 싶습니다. 나는 상처받았다고, 외롭다고, 그리고 아파왔다고..말하고 싶어요.

    사실 가능하면 아무 마찰 없이 벗어나고 싶은데..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아직 아는 것도,자신도 없네요...
    저 잘 살 수 있을까요?나갈 수 있을까요?

    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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