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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wedlock_1572
    작성자 : 바다괭이
    추천 : 123
    조회수 : 4050
    IP : 61.34.***.84
    댓글 : 39개
    등록시간 : 2016/05/06 22:28:39
    http://todayhumor.com/?wedlock_1572 모바일
    인연이란게 있긴 있나보다, 하는 결혼기 - 4편(끝)
    끝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자꾸 끊어서 죄송합니다 ㅜㅜ 늘려서 길게 갈 생각은 없습니다^^;;;

    -

    우리의 연애는 거의 대부분이 온라인이었음. 메신저와 페이스타임. 온전한 하루는 토요일 하루 뿐. 금요일 밤엔 늦게 도착했고, 일요일 저녁에는 일찍 내려와야했음. 아쉬움은 온라인으로 달랠 수 밖에 없었음.

    다시 만난 그날부터 시작된 우리 연애는 조금은 일반적이지 않은 일로 급전개 되기 시작했음. 누나는 어느 게임회사의 팀장이었는데 아무래도 팀장이다보니 술 마실 일이 잦았음. 누나가 술을 마신 어느날, 페이스 타임을 하는데 표정이 완전 심각한거임. 할말이 있다함. 무슨 일인데 뭐냐고 물었더니 뜬금없이 결판을 내자함 ㅋㅋㅋ 약간 술취해서 쇼부다 그랬던거 같기도 함 -_-;; 

    본인은 나이가 많기 때문에(그 때 서른둘;;) 가벼운 연애놀이에 쓸 시간이 없으니 니가 날 가벼운 마음으로 만난다면 여기서 끝을 내고 아니면 더 만나주겠다고함. 읭? 당황했음 ㅋㅋㅋ 만난지 한달도 안됐을 때임 ㅋㅋ 한달도 안되서 결판을 내자함. 자기는 가벼운거 싫다고.

    단 한 번도 가볍게 생각한적 없다. 옛날부터. 연애놀이 아니다. 결혼하자 그랬음. 그랬더니 누나가 급당황한거임. 술이 확 깼는지 아니 그 정도까진 아니고 내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함. 난 진심이고 끝까지 가자 그랬더니 어물어물하며 끊음. 웃겼음 ㅋㅋㅋ

    그 때가 1월 중순이었나... 난 내 진심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누나를 위한 이벤트를 준비하기 시작함. 매번 내가 서울로 가니, 한번만 부산으로 내려와다오. 내가 부산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알려주겠다며 열라 꼬드김. 누나는 계속 고민하다가 알겠다고함. 난 솔직히 아싸! 했음. 파라다이스 호텔 예약하고 KTX 표 끊어주고 일식집 예약하고 막 ㅋㅋㅋ 솔직히 애들도 아니고 둘 다 서른넘었는데 기대한게 있었지 않았겠음? -_-*

    근데 다음주에 충격적인 이야길 들음. 부산 놀러간다고 부모님한테 말했다함!! 그랬더니 부모님이 보시자고 했다고!! 집에 올라오라고!! 서른둘쯤 됐으면 그런거 몰래 와야지... 부모님한테 그걸 다 말한거임 ㅜㅜ 요즘에 예전에 알던 동생을 만나는데 걔가 부산에 오라는데 갈까?~ 이 뭐 (...)

    어쩌겠음. 장인장모님 뵈러가야지 -_- 그주 토요일에 바로 찾아뵙고 인사드림. 내가 잘웃어서 좋다고 서글서글하다고 맘에 드신다하셨음 ㅋㅋㅋ 난 사귄지 한달도 안되서 장인장모님께 눈도장 받은거 ㅋㅋㅋ 

    난 달리는 황소에 올라탔음. 황소가 맘에 들었고 내리고 싶지도 않았음. 부산에서 이벤트만 잘하면 될 것 같았음. 누나는 두살 어린데다 고딩 때부터 알던 동생인지라 날 남자로 대하는데 약간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음. 날 남자로 보도록 만들겠다! 멋진 남좌! 그런거 있잖슴. 에스코트 쫙 좋은 레스토랑, 호텔 쫙~! 부산 해운대 바닷가 야경 쫙!!

    그러나... 누나가 저녁 먹고 체함 ㅋㅋㅋㅋ 남자 개뿔 숙소와서 헛구역질하고 막. 그 좋은 5성 호텔 침대에서 새벽까지 계속 등 두드려 주고 손 주물러줌 ㅋㅋㅋㅋ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누나는 그 때 나로 결정했다함. 자다 깨고 자다 깨고를 반복하면서 등 두드려주고, 손 주물러주고 하는걸 보고 믿을 수 있겠다. 같이해도 되겠다고 맘을 정했다함. 자상해서 좋았다고. 우리는 11년 12월 30일에 만나 12년 1월에 결판 짓고 2월에 결혼하기로 함. 그냥 물흐르듯이 모든게 흘러갔음. 

    장인장모는 1월에 됐고 우리 부모님은 4월에 만나뵈었음. 2월 말쯤에 내가 결혼하겠다했더니 부모님 충격! 너 사고첬냐고! 그런거 아니니 걱정마시라고. 누나가 4월에 부모님께 인사 드리러 부산에 왔는데 아버지는 긴장해서 누나랑 눈도 못마주치고 덕담하시고 엄마는 손 떨려서 매생이국 엎고 ㅋㅋㅋ 나중에 왜 그러셨냐 여쭤봤더니 자기들도 모르겠다고 이상하게 긴장되더라고ㅋㅋㅋㅋ

    회사에 전배 신청을 내고 운좋게 5월에 서울사무소로 발령. 5월에 상견례, 10월에 결혼. 예단이니 예물이니 뭐니 이런거 하나 없이 내가 모은 돈에 누나가 모은 돈 더해서 서울에 아파트 전세를 얻어서 시작. 누나는 부모님 도움 하나 없이 9년 가까이 직장생활하며 모은 큰 돈을 우리 집구하는데 전부 다 보탬. 부산놈이 서울에 집 구해서 살 수 있었던건 다 누나덕임.

    다시 만나는데 13년이 걸렸는데 부부로 맺어지는데는 딱 9달 걸렸음 ㅋㅋㅋ 될 인연은 어떻게든 된다고함. 그게 좋은 인연이라고... 그렇게 만난 우리 부부는 친구처럼 연인처럼 살다가 5월 4일에 딸을 낳음. 행복하게 잘살며 잘키우겠음!! 끝!!

    연애하며 있었던 자잘한 에피소드들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적어보겠습다. 너무 늘어지는건 별로니 ㅎㅎ 재미있게 봐주셔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장난 아니고 진짜 고마워요. 아내와 같이 답글 부며 즐거웠습니다 :)

    마지막은 올 초에 본 용구름으로 모두의 행운을 빌고 싶습니다. 다들 남은 올 한해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출처 내 이야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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