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찬님의 글입니다.
(은근히 기다리시는 분 많으셨죠?흐흣..ㅡㅠㅡ)
이 글은 '너희가 군대를 아느냐'(병영일기)에 이은
'너희가 폴리스를 아느냐'(폴리@스토리)란 연재글입니다.
아래 직접 남기신 이성찬님 말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직접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쓰셨다고 합니다.
이 글은 문예당에서 2000년도에 출판되었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읽기전에..>
1. 이글은 99%의 논픽션과 1%의 픽션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밝힙니다.
그 1%라는게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나 지역이름, 상호명등등이며 그런것들은 거의
가명이나 가공의 이름으로 올릴것입니다. 고소당하기는 싫으니깐요. ^_^
2. 하지만 이글로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전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질것이며
이글은 100% 픽션인 가공소설로 둔갑할수도 있습니다.
이 일로 짤리거나 물의를 빚는것도 싫거든요. -_-;
3. 이 글에 나오는 무전기 사용언어나 기타 기밀관련언어는 실제와는 틀립니다.
여러분이 알아듣기 쉽게 생활용어로 변환했음을 알려드립니다.
4. 이글에 적용되거나 등장하는 법률은 글의 배경이 되는 당시의 법이므로
현재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수도 있습니다.
현재와 틀리는 부분들은 명시해둘것이나 그래도 제가 인간인이상 틀릴수도
있습니다. 100% 믿지는 마시길...!
5. 경찰 업무상담이나 사람을 찾아달라는 문의등등의 메일이 폭주할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건 go pol로 가셔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6. 이 글은 폴리스를 미화시키기 위해서 올리는글도, 경찰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서 올리는글도 아닙니다. 그저 제가 평범한 시민에서 하루아참에 경찰
공무원이 되어 생활하면서 보고 듣고 경험하고 느낀것들을 그대로 글로 올려
여러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거나 즐거움을 줄수있다면 더 이상 바랄것이
없을것 같습니다. 이 모든걸 명심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 ^_^*
그럼 무쟈게 긴 장편 시리즈가 될 [폴리스토리] 올라갑니다.
[Enter]를...!
[email protected] -
내가 좀더 재미있게 살았더라면...
- 아인슈타인이 죽기전에 한말 -
[1] 경찰에 대한 좋은 기억
내가 태어나서 처음 파출소에 들어가 봤던 것은 4살때였었다.
역마살이 끼었는지 어릴때부터 뽈뽈거리고 돌아다니기를 좋아했던 나는, 어느날
아버님이 사주신 세발 자전거를 타고선 부모님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훌쩍
여행(?)을 떠났다
동네를 떠나 도로를 횡단하여 수많은 차들의 정체현상을 빚어내기도 하면서
자전거를 몰고 다니다 보니 어느새 날이 어둑어둑해 졌고, 나는 그만 돌아갈길을
까먹고 말았다.
지나온길마다 조약돌을 뿌려놓았으면 달빛에 반사되는 돌을 보고 돌아왔겠지만
아쉽게도 아직 글자를 몰라 '헨젤과 그레텔'을 읽어보지 못한 때였다. -_-
아무로 찾아봐도 주위엔 눈에 익은 동네가 나타나지를 않았다.
당연하지.....도로를 건너 왔는데 반대편만 찾고 있었으니..-_-;
다리에 힘은 점점 빠지고, 배는 고파오고, 집은 나오지 않고, 얼마나 무섭든지..
이렇게 어릴때부터 이산가족이 될줄 알았으면 효도나 할걸..-_-;
자전거에 앉아 참았던 울음을 떠뜨려 눈물을 좔좔좔 쏟아내고 있는데...
아아! 경찰은 막상 찾을때는 보이지 않는다고 누가 말했던가?
마침 구세주처럼 지나가던 경찰 아저씨 2명!
경찰1 : 앗! 선배님. 가출인을 발견했습니다.
경찰2 : 저렇게 어린 나이에 무슨 가출이야. 버려진 아이겠지.
리앨 : -_-;
이리하여 경찰아저씨들과 고려대 근처에 있는 안암파출소에 끌려가게 되었다.
내가 경찰아저씨들이 준 사탕을 빨고있는동안 아저씨들은 내가 사는 집을 파악해
보려고 이리저리 안간힘을 쓰는데 마침 아버님이 미아신고를 하려고
안암파출소에 문을 열고 들어온것이었다.
아버님 : 저어...미아 신고 좀 하려고 왔는데요.
경찰 : 미아신고요? 흠....혹시 저애는 아닌가요?
아버님 : 어라? 감사합니다. -_-;
아버님은 경찰아저씨들에게 정말로 감사하다고 마구 인사를 한 뒤 나를 택시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마 그때 경찰아저씨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쯤.....
억만장자의 양자로 들어가 있었을지도 모르는일이었는데..-_-;
암튼 나의 첫 경찰이미지는 이렇듯...상당히 좋았다.
[2] 경찰에 대한 나쁜 기억 (1)
그로부터 15년 뒤 대학생때..!
강의를 들으려고 학교를 올라가는데 의경 2명이 내 앞을 가로막는다.
" 잠시 검문 있겠습니다. 신분증 좀 보여주십시오 "
" 예...예.."
얼떨결에 주민증을 꺼내서 보여줬더니 한 의경이 내가 들고 있는 가방을 가르켰다.
" 그 가방안에 뭐가 있나요? "
" 그냥 책밖에 없는데요? "
" 좀 보여주세요.."
" 사......사실은 도시락도 있는데요.."
" 암튼 좀 열어봐 주실래요?"
" 사...사실은 만화책도 있어요..-_- " 제기랄...-_-;
" 어서 열어봐! 주실래요? -_-+ "
" 그럼요..-_-; "
가방속을 일일이 다 열어서 까발려 보여주는 기분은 정말 엿같았다.
겨우 의경 2명 때문에 그동안의 좋았던 경찰전체에 대한 이미지가 약간 흐려지는
듯 했다.
[3] 경찰에 대한 나쁜 기억 (2)
그로부터 또 1년 뒤 휴학생일때...!
군대 휴가 나왔던 태열이와 서울에서 만나 술한잔 하고 여관을 잡은 뒤 한참 골아
떨어져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문을 쾅쾅쾅....두드리는것이었다.
" 음냐리... 쿨쿨.."
' 쾅쾅쾅...'
" 문열어 보세요..이봐요..문열어요.."
" 음냐....누...누구세요? "
" 임검 나왔습니다. 문 여세요.."
" 이잉? 임금이 왔다구요? "
" 임검이요 임검..-_-; "
졸린눈을 비벼가며 불을 켜봤더니.... 새벽 2시였다.
죄 지은것도 없는데 괜시리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대충 걸치고 문을 열었더니
덩치 큰 사람들이 떡...버티고 서 있었다.
" 신분증 가지고 나오세요 "
" 예...예..."
태열이 군인신분증과 내 주민증을 보여주자 녀석들은 무전기에 대고 뭐라 뭐라
씨불렁대더니 신분증을 돌려 주는것이었다.
" 여기 있어요 "
그리고는 그냥 어두운 복도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제기랄.. 지금 시간이 몇시야? -_-
사복을 입고 온 주제에 소속과 이름을 밝히기는커녕 이 꼭두새벽에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냥 사라지다니.. 이것이 경찰녀석들의 본색이란 말인가?
나는 다시 누워 달아난 잠을 억지로 청해봤지만 웬지 분해서 잠이 오질 않았다.
' 에잉... 짭새 새끼들.. '
이후로 나는 경찰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못했다.
겨우 경찰아저씨 2명 때문에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었는데, 겨우 의경 2명과
사복 경찰 2명 때문에 경찰 전체에 대한 이미지가 다시 나빠져 버린것이다.
' 굶어죽어도 경찰만은 안되리라..'
[4] 미아 찾아주기(1)
그로부터 3년뒤 또다시 대학생일때..!
부산 서면일대를 태열이와 걸어가고 있다가 이상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아기를 업은 어떤 아줌마가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이리 저리 보도를 마구 뛰어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 아니, 저 아줌마가 미쳤나? "
이 아줌마... 잠시 한눈 파는 사이에 3살 먹은 애를 잃어버린것이었다.
지하도도 내려가보고, 도로 건너편에도 가보고,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애를
찾아봐도 잃어버린 아기가 보이지 않는지 마구 울부짖고 있는 것이다.
그런 아줌마를 남의일처럼 구경만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문득 내가 어릴 때
집을 잃어버렸던 생각이 나서 태열과 함께 도와주기로 했다.
" 우리도 애를 한번 찾아보자 "
" 그래.."
울부짖는 아줌마에게 다가가 아이의 인상착의를 물어봤더니 모자가 달린 노란잠바를
입고있고, 하얀 운동화를 신고 있는 남자아이라며 울음을 멈추지를 않는다.
" 넌 저쪽으로 가서 살펴봐, 난 이쪽 대한극장쪽으로 가볼테니..
찾든 못찾든 20분뒤에 다시 여기서 보자."
" 그래 "
태열이와 헤어져 대한극장 쪽으로 걸어가다 인상착의가 비슷한 남자아이가
혼자 놀고 있는걸 발견하는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비슷하다고 해서 함부로 아이를 데려 갔다가는 서면일대를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뛰어 다니는 아줌마가 한명 더 생길지도 모르니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녀석에게 다가가서 질문을 해봤다.
" 애야. 니네 엄마 어딨니? "
" ...몰라..요."
" 혹시 엄마가 머리가 짧고 아기를 업고 있지않니?"
" 마자요"
아아! 바로 그 아이였던 것이다. ^_^ 그러나 한번 더 확인절차!
" 혹시 엄마가 머리가 무척 길지 않니? "
" 마자요"
' 제기랄..-_-; '
내말을 알아듣는게 아니었던것이다.
하지만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아기엄마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모험을 하는수밖에....
어린애 손을 잡고 태화백화점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 멀리에 아직도 애를 찾아 헤매이는 아줌마가 보이기에, 아이의 걸음을 재촉해서
그쪽으로 마구 걸어가는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전단지를 나누어 주던 웬 아줌마가 어린애를 보더니 외치는것이었다.
" 어라? 이 아이가 바로 그아이 아닌가? "
내가 함박 웃으며 " 예.....맞아요. 저기서 찾았...........아라라라? "
아줌마는 내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아이를 나꿔채가더니 그 아줌마에게 전달(?)
해 주었고, 아줌마는 아기를 안고 울고 불고 난리를 치더니 결국 그 아줌마에게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감사해 마지 않았다.
어이없어 하는 나를 뒤로 한채 그 아줌마는 "애 관리 잘하라"며 그 아줌마에게
훈계까지 하고 있는것이었다.
너무나 억울했지만 그렇다고 아줌마에게 가서 " 그 아이는 내가 찾은 것이다 "
라고 마구 따질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씁쓸하긴 했어도 무척 보람찼던일이었기에 기분좋은 하루였다.
[5] 미아 찾아주기(2)
그로부터 한달 뒤..!
혼자서 남포동의 지하상가를 걸어가고 있는데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 아이를 찾습니다. 3살난 여자 어린아이를 찾습니다. 빨간신발에
머리를 뒤로 땋고 노란옷을 입고 있는 여자아이를 찾습니다.
이런 아이를 보신분은 즉시 지하도 안내센타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이때만 해도 안내 방송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지하도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방송이 나오자마자 주변에 그런 여자아이는
금방 눈에 띄어 발견될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 쇼핑을 하다가
계단으로 올라가 지상으로 올라갔는데....잉?
3살쯤 되어 보이는 한 여자아이가 혼자 흙장난을 하고 있었다.
신발이 빨간색이라고 했는데.....하지만 여자아이는 맨발이었다. -_-
머리를 뒤로 땋았다고 했던가?.......하지만 여자아이는 산발이었다. -_-;
그래도 맨발로 혼자 흙장난을 하고 있는 여자아이! 미아가 틀림없었다.
나는 아이를 들쳐안고 지하도로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 어떤 아줌마에게도 빼앗기지 않으리라..-_-;
지하도를 지나 안내사무실로 가려는데 저쪽에서 이미 가족들이 나를 발견하고
뛰어오고 있었다. " 아이고..... 너 어디 있었니? "
모두들 여자아이를 끌어안고 난리를 한바탕 피워대더니 나에게 감사를 하는거였다.
" 아이고 이거 감사해서 어쩌나? 우리 어디가서 커피라도 한잔...."
" 아이고...아닙니다. 바빠서 가볼때가 있어요..하하 "
" 아이고 그래도 그냥 보낼수가 있나. 이거라도..."
보답할길이 급했던 아저씨가 지갑에서 돈까지 꺼내어 나에게 건내주는것이었다.
" 아이고...아저씨도 참..지금 뭐하시는거에요? 하하하 "
웃는척 하며 슬그머니 액수를 세어 보았다. -_-; 하지만 꾹 참았다.
" 돈 넣어두세요. 하하. 전 이만 바빠서.."
내 의지와는 달리 오른손이 돈을 받으려고 꿈틀대기에(-_-;)황급히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벗어났다. 아무런 댓가도 없었지만 얼마나 재미있고, 보람있고,
나도 그 가족만큼이나 덩달아 기뻤던지.. 역시 즐거운 하루가 되어 버렸다.
마치 내가 경찰이라도 되어 선행을 실천한 듯한 짜릿한 기분을 느꼈던 것이다.
그로부터 3년 뒤.......
나는 정말로 경찰이 되어 버렸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