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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56704
    작성자 : 화이트Ω
    추천 : 227
    조회수 : 2184
    IP : 58.142.***.109
    댓글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7/01/25 07:59:08
    원글작성시간 : 2007/01/25 03:52:49
    http://todayhumor.com/?humorbest_156704 모바일
    노무현 대통령 연설 관련한 김기창교수님의 글입니다.
    김기창 고려대 교수가 기고한 한겨례신문 사설인데 좋은지적이라 생각되어 소개합니다.

    "대통령과 우리 언론"

    지난 4년간 노무현 대통령은 이른바 ‘주류 언론’으로부터 집요하게 공격받아 왔다. 그들이 빚어낸 ‘여론’에 내비치는 대통령은 언제나 근엄한 질책 또는 적대적인 조롱과 냉소의 대상이었다. 그동안 지속된 언론의 ‘반노무현’ 캠페인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대통령이 제시한 담론에 대한 논리적 반박이 아니라 말투나 분위기 등이 ‘대통령답지 못하다’는 정서적 비난에 치중한다. 대통령이 어찌 ‘필부와 같은 언동’을 일삼느냐는 언론의 짐짓 근엄한 질책은 그 언론사 필진의 전근대적 퇴행성과 신분주의적 세계관(필부는 감히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을 여실히 드러내 보였다. 

    둘째, 대통령의 담론이 무엇이건 간에 ‘경제도 어려운데’라는 논조의 기사가 동원된다. 단적인 예로 한반도 평화, 동북아 안보 등을 주제로 지난해 12월 민주평통자문회의에서 한 대통령 연설을 두고 어느 신문은 ‘“70분 동안 경제 언급 한마디도 없어” 재계 실망의 목소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그 연설이 어디서 무엇을 주제로 한 것인지에 대한 초보적인 이해마저 찾아볼 수 없다. 

    셋째, 대통령의 의중이나 속내 등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추측에 집착한다. 그래서 정작 ‘보이는 것’은 가려진다. 민주평통자문회의 연설에서 대통령이 고건 씨의 기용을 ‘실패한 인사’로 평가하자, 언론은 대통령의 ‘속셈’으로 지면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고건 씨를 언급하며 대통령이 분명히 한 말들이 있다. 한반도 평화정책과 관련해 국민들 간의 이념적 지향이 워낙 달라서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과 함께, 보수와 진보의 중간에 서서 통합과 타협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고건 씨에게 기대하였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고건 씨 개인의 역량과는 상관없이 이념적 대립과 반목의 와중에서 참여정부의 입지가 고립되었다는 설명이 바로 ‘고건 실패론’이었다. 그러나 언론은 대통령 개인의 속내에 대한 짐작으로 지면을 메움으로써 이념 대립에 관한 공적 의제를 매장했다. 개헌 발의에 관하여도 언론은 똑같이 대응하고 있다. 연임제 개헌의 내용과 절차, 장단점 등 국가적 이해가 걸린 의제들이 제시되었지만 언론은 대통령 개인의 ‘속셈’과 ‘노림수’ 짐작에만 골몰하고 있다. 

    언론이 이런 식의 대응을 반복하는 이유가 기자나 편집진이 담론 비평에 대한 초보적 훈련도 받지 못했다거나, 사실·추측·분석의 차이가 무엇인지 가려낼 능력이 없어서는 아닐 것이다. 아무도 검증할 수 없는 ‘속셈’에 대한 주관적 상상과 독심술만이 난무하도록 함으로써 주요 의제에 대한 객관적·합리적인 공적 토론의 장이 아예 형성될 수 없도록 원천봉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끝으로, 분명히 제시된 정치적 의제를 우리 언론이 외면하는 또 한 방법이 있다. 제시된 의제를 ‘정략적’이라고 몰고 가는 것이다. 개헌 발의가 ‘정략’이라면, 개헌 반대는 지고지순한 애국 충정에서 우러나온 것인가? 제시된 정치적 의제가 정략적인지는 국민이 판단할 몫이다. 

    그동안 주류 언론은 대통령을 충분히 비하하고 조롱했다. 대통령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스스로 증폭시키고, 그렇게 생겨난 울분을 해소하기 위하여 점점 격렬하고 가학적인 어조, 결례를 무릅쓴 표현들을 마음껏 휘둘렀지만, 증오의 목마름은 어쩐지 더 절박하게 타오르기만 하는 것 같다. 대통령을 겨냥하여 집요하게 가격하면 할수록 그들은 어느 사이엔가 중립적 감시세력으로 인식되기보다는 집권욕에 몸을 사르는 야당의 대변지로 각인되어 버렸다. 언론이 자기 스스로에게 가한 이런 치명타를 회복하려면 앞으로 상당히 긴 시일이 필요할 것이다. 

    김기창 고려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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