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이 넘은 지금까지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어쩌면 어린아이 잠꼬대 같은 소리일지도 모르겠네요.
그치만 철이 들었을 때부터 계속 붙잡고 놓을 수가 없는 고민이 있습니다.
과연 제게 살아갈 가치가 있는가...하는 문제요.
부모님과의 애착관계가 이상적으로 형성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파멸적인 관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진솔한 대화도 사랑한다는 칭찬도 따뜻한 포옹도 없었지만 그래도 춥지 않게 주리지 않게 길러 주신 거,
그게 부모님 나름대로의 애정표현 방식이라는 걸 이해해요.표현이 서투른 두 분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어요.
근데 마음은 아직도 부모님의 내리사랑이라는,없는 개념을 갈망하고 한편으로 바라고 있죠.
가족 관계에서 애정어린 관계를 제대로 다지지 못했다면 바깥으로라도 단단히 연결되었더라면 좋았을 텐데,교우관계에서도 실패해버렸어요.
적도 아군도 없이 그냥 조용한 아이,그냥 착하고..친절하고....화내지 않고.....교실의 평범한 학생으로 남았을 뿐,
누구와도 진솔한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그저 표면적인 관계만 겨우 유지했던 것 같아요.
중고등학생 때는 대학일는 목표를 달아 놓고 다 같은 교실 안에서 있었기 때문에 크나큰 외로움을 느끼진 않았지만,
혼자 대학에 와서 혼자 자취를 시작하고 나서 허무함이 밀려와서 미쳐버릴 것 같아요.
당장 내일 죽더라도 누가 울어주기나 할까,하는 생각.
부모님이야 당연히 슬퍼하시겠지만 정작 제가 죽은 이유는 모르시겠죠.착하고 바르게 큰 딸이 왜 자살했는지 그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으시겠죠.
그런 두 분이 울 걸 생각하시면 마음이 아파서 자살은 생각하다 생각하다 매번 포기해요.애초에 자살할 가치도 없을 것 같고....
그저 그렇게 태어나서,살아서,자라서,적당히 공부해서,적당히 인서울 대학에 왔고,그런 다음엔...모르겠습니다.
적당히 공무원 공부를 준비해서(공시생들을 폄하하는 발언은 아닙니다),그렇게 돈을 벌고,밥 먹고,그렇게 살겠지요.
결혼 생각은 없습니다.애초에 제가 누굴 사랑할 순 있을지 모르겠어요.무언가 사랑한다는 감각을 느껴본 일도 없구요.....
취미도 없고,집착도 없고,열정도 없습니다.
그래서.......나는 살 가치가 있느냐,라는 질문이 송곳처럼 제 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제가 과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요? 누군가를 웃고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일까요? 모르겠습니다......
누가 저더러 가치가 있다고,좋은 사람이라고,살아달라고,살아도 된다고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그게 부모님이면 정말 꿈 같은 환상 같은 일이겠죠.
너무 외롭습니다.외로워서......우울하고,제 감정 속에 빠질 것 같아요.
그렇다고 나쁜 생각을 먹지는 않을 겁니다.중학교 때부터 수십 번이나 반복된 일이거든요.
그때도,같은 생각을 하고,옥상에 올라가서....결국 포기하고.방 베란다 창문에서 내려다보며......밤을 새다가,포기하고.
흔적이 남지 않게,생채기 수준으로.....손목을 그어도 봤고.어디를 찌르면 죽을지...찾아도 봤지만 결국 포기했구요.
죽는다면 정말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게 죽고 싶습니다.자살한다는 자체가 민폐이긴 하겠지만요.
평생 절 따라다닐 질문이라고 생각해요.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사랑받을 가치가 있을까...............
자살하신 서울대생의 유서를 읽고 저도 따라 생각이 깊어져 적어봤습니다.
이런 우울한 글에 적기는 뭣하지만,우울한 내용은 잊으시고 내일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