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랑 안 보고도 잘 살 수 있나요? 궁금해요.
제 부모가 모 종교를 믿고 있는데 (일반적인 종교는 아님)
전 모태신앙이었고 근데 십대 후반쯤부터 안 믿기 시작했거든요
근데 그냥 일요일에 교회 좀 가는 수준이었으면 그냥 닥치고 믿는 척 했을텐데 절대로 그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뭐 사람들한테 전도해야된다든지 사생활 제약이라든지 종교 밖의 사람들은 잘 못만나게 하고 만화책 모으는 것도 마법나오고 폭력적이라고 다 쓰레기통에 버리고 등등등 말하자면 너무 김)
어느 순간부터 종교생활 한다는 거부터가 너무나 스트레스였고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이불 뒤집어쓰고 쳐운적도 있고
그래서 참다참다 두달 전에 사실은 안믿는다는 걸 폭로하고 안나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크게 몇 번 싸우고 엄마는 하루는 엉엉 울다가 하루는 그러다 너 죽는다고 이제 곧 세상이 끝난다고 협박하고 화내고 하루는 째려보면서 아무 말도 안하고 비아냥거리고 이게 두 달동안 계속 그랬어요. 정말 끔찍했음.
근데 어쨌든 종교는 안 나가더라도 이 집에서 같이 살기는 하자고 두 달 전엔 얘기가 끝났거든요. 저도 연을 끊고 싶지는 않았고.
근데 어제 저한테 오더니 자기들은 제가 없는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살기로 했으니까 알바 같은 거 해서 살림 살 돈모아서 나가서 살라고 하더군오.
저도 연 끊는 것까지 각오하고 싸우긴 한 건데 저 말을 들으니까 아 이제 정말 끝나버린건가 싶고 그 두 달동안 나는 어떻게든 잘 지내보려고 했는데 부모는 계속 저런식으로 나오니까 빡치고 짜증나서 이럴거면 그냥 떨어져서 사는 게 낫지 않나 싶었는데 또 막상 최후통첩(?)을 받고 보니까 서러운 감정이 드네요.
그리고 한 번도 나가서 살아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독립하는 게 좀 두렵기도 하구요.
미친 종교 하나 때문에 자식이랑 연끊겠다는 부모 보고 살아서 좋을 게 뭐있겠냐는 생각도 드는데 제가 가족들 안보고 살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또 내가 이 종교인들 말고는 지금 아는 사람도 친구도 하나도 없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막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이렇게 막 혼란스러우니까 지금은 애초에 내가 왜 그렇게 이 종교 생활을 고통스러워 한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이 문제 때문에 신경과도 가끔 가서 수면제 타먹고 있는데 거기 의사도 그러더라고요. 그냥 져주고 믿는 척 다니면 안되는 거냐고. 그거보다 가족들이랑 싸우고 떨어지는 게 더 고통스러울 수도 있대요. 그런 얘기 듣다보면 너무 사소한 문제를 내가 크게 부풀리고 못되게 굴고 있는건가 생각도 들고.
근데 이제 와서 다시 믿으라고 하면 정말 못하겠음 ㅋㅋㅋ 부모한테 화가 많이 쌓이기도 했고 이거 나가는 게 너무 싫어서 나갈 때마다 속 울렁거리고 토 올라오기까지도 했었음요. 뭐가 그리 싫었는지.
근데 뭐 결국 집 나가서 살게 됐고 이런 식으로 나가면 앞으로 거의 얼굴도 안 보고 살 걸로 결정이 난 거 같은데
내가 후회하지 않을까, 사람이 가족없이 산다는 게 가능한가 이런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복잡합니다.
부모랑 사이 안 좋아서 나가서 살거나 이런 분들 얘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후회하지 않는지 외롭거나 슬프진 않는지. 무슨 어려운 점은 없는지.
이런 글 올라면 다들 독립이 답이라고 하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또 그렇다고 독립해서 마냥 좋을 것 같지도 않아요.
저는 어제 저 얘기 들은 이후로 슬펐다가 아 차라리 잘 됐지 싶었다가 큰일인 것도 같고 별일 아니고 그냥 나가서 살면 되는 거 아닌가도 싶고 왔다갔다 종잡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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