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 눈팅만 하다 첫 글이라 정말 떨리네요.
안녕하세요 28살 요리사입니다.
프랑스에서 요리학교 졸업 후 일과 실습을 하다
지금은 새로운 요리를 접하고자 독일에서 일을 하려 비자를 진행하며 쉬고 있습니다.
이 기사를 보고 제가 얼마전 느낀 기분에 대해 좀 적어볼까 합니다.
기사에 나오는
Michel Bras는 제가 가장 존경하는 세프이며 가장 닮고 싶은 세프입니다.
절대 미슐랭 3스타 세프라서 Best50 세프라서가 아닙니다.
프랑스 유학시절 부터 접한 그의 DVD와 책이 절 그에게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직원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요리에 대한 철학이 저를 더 깊게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4월 'Maison Bras' 예약을 취소했습니다.
라기올에 위치한 레스토랑을 찾아갈 방법이 도무지 없었기 때문이죠.
라기올에는 기차역도 없고 공항도 없으며 그곳까지 갈 방법은
끌레흐몽뻬랑에서 차를 렌트를 해서 2시간 정도 운전해서 가는 방법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정말 힘이빠지고 눈물이 글썽이더라구요.
일하던 비스트로의 수세프이자 친한 친구는 왜 본인에게 말하지 않았냐며 본인이 더 아쉬워 하더라구요.
기사를 읽으며 느끼는 거지만 참 그때 방문하지 못한게 다행인거 같습니다.
만약 그때 방문했다면 지금 이 기사를 보며 지난 제 모습을 떠올리며 부끄러워 할 거 같아요.
지금 독일에서 비자를 기다리며 참 많은걸 느끼고 있습니다.
얼마전 트람을 기다리며 건너편 케밥집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캐밥집은 수준이 떨어지는 식당인가??'
'캐밥가게에서 일하는 쿡들은 진짜 요리사가 아닌가??'
지금껏 이런 생각을 한 번도 한적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캐밥집은 수준이 떨어지는 식당이고 그곳에서 일하는 쿡들은 수준이 떨어지는 요리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값이 싼 캐밥 같은 음식이라도
누군가가 즐겁고 맛있게 먹는다면
단순히 먹는것이 아닌 행복을 느끼는 것이라면
그건 좋은 식당이고 그걸 요리한 요리사는 훌륭한 요리사인거 같습니다.
더 부끄러운게
저는 비스트로와 브라세리를 정말 좋아합니다.
갸스트로나 파인다이닝처럼 많이 비싸지도 않고 격식을 차려야 하지도 않으며
정말 편안하고 친근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제가 그런분위기에서 더 행복하고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인거 같습니다.
몇몇 어린 요리사 지망생들이
파인다이닝 위주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들과 월드 베스트 50에 열광하며(절대 미슐랭이나 WB50 비하 아닙니다.)
파인다이닝 > 비스트로 >브라세리 이런식으로
마치 '비스트로나 브라세리는 갸스트로나 파인다이닝 보다 음식의 질이나 격이 떨어지는 식당이다' 라며 이야기 할때
그건 식당의 컨셉과 성격의 차이지 음식의 질과 격을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며 부정해 왔던 제가
길거리에 케밥집은 일반 비스트로나 브라세리보다 질과 격이 떨어지는 식당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게
정말 부끄럽습니다.
오늘 이 기사를 보며 제 늦은 깨닳음에 대한 명확한 확신을 얻었습니다
미셀 브라의 말처럼
누군가 어떠한 음식을 먹을때 있어서 행복을 느낀다면 가격과 상관 없이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게 정말 좋은 음식 아닐까요?
이 요리라는게 정말 하면 할수록 아직 갈길이 멀었다고 느껴집니다.
저희 아버지는 30년째 요리사 생활을 하시고 식당을 10년째 운영중이십니다.
주방은 아주 급한상황에만 들어가시며 평소엔 손님들 신발을 정리하고 추운겨울에 주차관리를 자처하며
가장 낮은 위치에서 손님을 맞이하려 하십니다.
또한 시장사입 보실때 외상이나 장부를 적는일은 절대 없으십니다.
무조건 현금으로 결제하십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거래처 사람들을 갑과 을의 관계로 보면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분들에게 먼저 정성을 다하면 그분들 또한 저희에게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 고향의 특성상 해산물이 가장 중요한데 아침 시장에 늦게 가서 좋은재료가 떨어졌을거다고 상심을 하고 가셔도
거래처 어머님들이 저희 아버지 몫은 항상 제일 좋은걸로 꼼쳐 노셨다 주시곤 하셨습니다.
갑자기 거래처를 대하는 미셀 브라 세프의 모습에서 아빠를 봤네요 ㅈㅅㅈㅅ
참 요리라는게 하면 할 수록 많은걸 느끼게 됩니다.
비단 요리사가 요리만 잘해서는 절대 좋은 세프가 될 수 없다는걸요.
요리의 맛을 굉장히 상대적인것이며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니까요
100이면 100 모두를 만족시킬 세프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찾고 오로지 본인만 할 수 있는 음식을 풀어내는것
이게 참 멋진 일인데 하면 할수록 더 멀게만 느껴지는건 왜인지.
그리고 또 참 어려운게
어떻게 마무리 해야할지
아무튼
요리사분들 우리 모두 날도 더운데 힘냅시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