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데서 시작하고 끝마쳐진다. 신학은 신이란 정체불명의 증명되지 않은 존재가 이미 존재함을 전제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신학은 그 기본 전제 위에 철학이 쌓아올린 업적과 성과, 논리 및 사유체계 등을 바탕으로 완벽한 논리를 구성한다. 신학은 그 기본 전제를 절대화한다. 기본 전제에 관한한 신학은 의심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아니 된다. 왜냐하면 기본 전제가 참이 아닌 거짓이 되면 신학은 철학과는 달리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게 되기 때문이다. 철학은 이런 신학과는 다르게 모든 것을 의심하고 비판하는 태도를 적극 장려한다. 철학은 철학조차 얼마든지 의심하고 비판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철학과 신학은 표면적으로는 서로 유사해보이나 실제적으로는 백만광년이나 서로 떨어져있다. 신학의 논리를 대충 살펴보면 그 기막힌 논리적 완결성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헌데, 허깨비에 관해 제아무리 논리정연한 체계를 갖춘다해도 허깨비가 허깨비 아닌 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신학은 철학의 탈을 쓴 유사 학문이요 사이비다.
신학을 아주 아주 아주 높게 평가해도 철학의 시녀에 불과하다. 과연 신학을 학문으로 인정해줘야 하는지 조차 의문이 든다. 또, 신학은 종교 및 정치, 자본 등 현실 권력의 충실한 하수인이자 그들에게 유리한 대의명분을 제공하는 총애받는 신하로 기능해 왔다.
이런 이유로 신이 존재하지 않는 신학을 나는 감히 상상 조차 할 수 없다. 신과 신학은 태생적으로 상호 불가분의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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