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포럼(질문 게시판)에 한국어를 하는 운영진을 데려왔으니 이제 자유롭게 소통하실 수 있어요. 솔직히 여러분이 왜 이 제품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원하신다면…드…드리겠습니다.”
한국어 페이지를 만든 미국의 한 쇼핑몰이 이번엔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까지 고용해 화제입니다. 스마트폰 주변 기기를 판매하는 meh.com라는 사이트인데요, 매일 하나의 제품을 특가로 판매합니다.
이 사이트가 한국의 직구족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난 7월 한국인들이 몰려와 아이폰용 스피커독을 사갔기 때문이죠. 국내 쇼핑몰에선 최저가 13만원인 해당 제품이 불과 15달러(약 1만5000원)에 판매된다는 소식이 유명 공동구매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를 통해 알려지면서 이 사달이 난겁니다.
영문을 모르는 이 사이트 운영자는 한국에서 주문이 폭주하자 깜짝 놀랐고, 사태파악 후 한국의 ‘직구 문화’를 알게 됐습니다. 그는 “직구족들이 관세가 붙지 않는 200달러 미만의 품목에 특히 관심을 가진다”며 ‘폭풍 구매’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고유명사가 돼버린 ‘재벌(Chaebols)’을 자세하게 언급해 흥미롭네요.
“한국 경제는 현재 몇몇 재벌이라 불리는 몇몇 대기업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생산과 금융을 통제하고 지난 몇 년 간 유통시장까지 잠식해왔습니다. 그 결과 한국 소비자들은 부유한 국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리에겐 인터넷이 있고 한국 소비자들도 해외 사이트의 저렴한 가격을 알게 됐습니다. 재벌의 지갑을 기꺼이 배부르게 해주겠다는 한국 소비자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계산을 마쳤습니다”
이 운영자는 “한국의 비합리적인 유통 구조 때문에 직구 열풍이 불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직구족들을 유치하기 위해 꽤 많은 공부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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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ndinaviandesigncenter.com 홈페이지 캡처 |
직구족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낀 이 운영자는 급기야 한국인을 고용한 사실을 알렸습니다. 고용된 한국인은 한국어로 자기소개를 남겼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오렌지 주스가 맛있어서 플로리다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 직원은 “meh에 관해서 궁금한 것들이 있다면 마음껏 질문해 달라”고 안내했습니다. “북극여우를 좋아한다”면서 정작 나무늘보 사진을 게재해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네요.
직구족들은 ‘한국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느냐’는 호기심 어린 공지에 이어 ‘한국인을 고용했다’는 두 번째 공지까지 올라오자 뜨거운 성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직구 해야만 할 것 같다” “직구족 덕에 미국에 한국인 일자리가 생기다니… 이것이 창조경제!” “과자 파는 직구 사이트는 없나요”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어떤 이는 사이트에 방문해 배송기간을 묻기도 했는데 “미국에서 한국까지 14일 정도 걸리고 한국의 ‘웅덩이’를 건너는데 한 주쯤 더 걸린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해외 직구는 이제 유행을 넘어 대세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배송이 오래 걸리거나 AS가 불편해도 이를 감수할 만큼 가격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이겠죠. 소비자들이 이렇게 스마트해지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 진짜 변해야할 때가 온 것 아닐까요.
그런데 이 사이트만 한국 직구족들을 노리고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유리 잔 및 접시를 주로 취급하는 북유럽의 한 쇼핑몰에서도 한국어 공지를 대문짝 만하게 띄운 겁니다. “249달러(약 26만원) 이상을 주문 할 경우 무료배송”이라는 공약이 눈에 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