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수능이 있었죠. 대입 스트레스 때문에 괴로워하는 아이들 보면 매번 가슴이 아픕니다. 2010년에 나온 다음 기사는 미국이라는 다른 나라 얘기이긴 하지만, 한 번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인 것 같아서 번역해 보았습니다.
대학 교육의 수확체감의 법칙
(수확체감의 법칙: 일정한 농지에서 작업하는 노동자수가 증가할수록 1인당 수확량은 점차 적어진다는 경제법칙. 즉, 레드 오션. 처음으로 치킨집 또는 PC방을 차린 사람은 큰 돈을 벌었지만, 그 분야가 잘 나간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치킨과 PC방 사업에 뛰어들면 모두의 소득이 줄어들고 결국엔 공멸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수확체감의 법칙(Law of Diminishing Returns)은 아주 악랄한 놈이다… 세상에서 이 독재자 같은 놈의 마수를 피해갈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예외사항이라 해 봐야 섹스와 세계평화 정도? 전자는 확실히 모르겠고, 세계평화는 이 법칙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섹스에도 이 법칙이 적용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결혼한 지 오래 된 커플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설문조사를 실시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이 법칙은 미국의 형법전에 명시된 그 어떤 법률보다도 강력한 구속력을 지니고 있다.
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대학 교육"이라는 암울한 주제에 대해 한 번 논의해 보자. 한 때 미국에서 대학 졸업장은 고임금 일자리와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보장하는 보증수표였다. 당시 대학 졸업장이 가치를 지녔던 이유 중 하나는, 대졸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1950년 기준으로 대학 학사학위를 소유한 미국인은 전체 인구의 5%에 불과했다.
이 상위 5%가 사회적으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인들은 다음과 같이 자문했다. "그렇다면 최대한 많은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면 되겠네?"
이 단순한 질문이 화두로 자리를 잡으면서 거대한 "대학 버블"이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이 질문 하나 때문에 다양한 장학금 제도가 탄생하고, 전국 여기 저기서 대학들이 세워지고, 결국엔… 1972년에 Sallie Mae (학생융자조합)라는 것이 생겨났다.
오늘날에는 미국인 중 25%가 학사 학위를 소유하고 있다 - 1950년에 비해 대졸자의 수가 5배로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학사 학위의 가치가 예전만 못하다. 이게 다 수확체감의 법칙 때문이다.
미국 대학-고용주 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Colleges and Employers)에 따르면 2007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든 대졸자 중 50% 이상이 졸업식 이전에 일자리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2008년에는 이 수치가 26%로 반토막이 났고, 작년(2009년)에는 20% 미만으로 추락했다. 이런 통계수치들을 보면 대학 졸업장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떨어지기 마련이다.
전보다 많은 미국인들이 자신이 나온 모교를 자랑스러워하게 되었지만, 취업의 희망 때문에 환호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음 도표를 보면 그 간격도 좁아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8~10년 동안 고학력 미국인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쥐기 위한 비용을 따지지 않더라도 우울한 통계수치다. 그런데 졸업 비용까지 감안하면… 헐…! 일반적인 4년제 사립대학의 연 평균 학비는 대략 $35,000이다 (부대비용 포함). 대학을 다니는 4년 동안 무려 $140,000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평균 주택 단가보다 약간 낮은 수치다. 어쩌다 학비가 이렇게 천문학적으로 치솟게 되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학자금 융자계의 마왕인 Sallie Mae에게 감사해야 할 듯 싶다. Sallie가 탄생시킨 '대학산업' 덕분에 오늘날 대부분의 대졸자들은 기회보다는 빚을 더 많이 떠안게 되었다. FinAid.org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학자금 대출금 총액($830,000,000,000)은 신용카드 사용액 총액($827,000,000,000)을 넘어섰다고 한다. 하지만 Sallie Mae는 단순한 빚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을 뿌리 깊게 관통하는 심각한 문제를 불러왔다.
Sallie Mae가 없었더라면 빚 상환 능력도 없는 젊은이들이 엄청난 규모의 학자금 대출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고, 대학들이 우쭐해서 학비를 큰 폭으로 인상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교수들이 사치스러운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게 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대학교육에 드는 비용이 실제 경제적 가치를 훌쩍 뛰어넘는 사태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대학 학위의 추악한 진실을 공개하겠다 - 학위를 얻었더라도 경제적으로는 큰 쓸모가 없다는 사실…
Jack Hough씨가 SmartMoney에 기고한 글의 내용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때로는 세상의 환경이 변하여 내가 한 때 굳게 믿었던 것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는 날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Ernie와 Bill이라는 두 젊은이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이 두 사람은 열심히 일해 대학 각각 대학 등록금 $16,594를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Ernie는 자신이 가고 싶었던 대학에 합격하지 못해 18살의 나이에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고, 등록금으로 쓰려고 모았던 돈을 펀드에 투자했습니다."
"Ernie는 직장생활 내내 고졸 근로자의 평균 임금을 받습니다. 초봉 $15,901(세후)부터 시작해서 최고 $32,538까지 받게 되죠. 그는 매월 수입의 5%(미국인의 평균 저축률)를 펀드에 투자하고, 매년 8%(주식 펀드의 평균 수익률)의 투자수익을 얻습니다."
"한편 Bill은 평범한 대학 생활을 하게 됩니다. 2년 동안 공립 대학(public college)에 다니다가 사립 대학으로 편입합니다. 그는 매년 학비를 포함해 $49,286을 지출합니다. 역시 미국 대학생의 평균 지출액입니다. 기숙사 비용은 포함되지 않은 금액입니다. 대학에 가지 않았더라도 Bill 스스로 숙식은 해결해야 하니까요. 어쨌든, Bill이 평균적인 수준의 장학금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연 학비가 $34,044 정도 됩니다."
"Bill은 미국 대학생 평균 수준의 학자금 대출을 평균 이율로 받습니다 - $17,450에 5% 이율. 그러니까 등록금으로 준비했던 $16,594보다 조금 더 큰 돈이죠."
"Bill은 직장생활 내내 고졸 출신인 Ernie보다 더 많은 돈을 법니다. 초봉 $23,505(세후)으로 시작해서 최고 $56,808의 연봉을 받습니다. Ernie와 마찬가지로 Bill도 매달 월급의 5%를 저축합니다. 그러면 학자금 대출을 갚는 데 총 12년이 소요됩니다. 34살에 모든 빚을 갚은 Bill은 이때부터 Ernie와 같은 펀드에 월급의 5%를 매달 투자하기 시작합니다. 월급이 더 많으니 투자액도 더 많겠죠. 그런데 두 사람이 은퇴한 후 65세에 이르러 동창회에서 만났을 때 이들의 재무 상태를 보면… Ernie가 약 $1,300,000의 재산을 모은 반면, Bill의 재산은 이 수치의 1/3도 채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대학을 졸업하면 더 많은 수입을 올리지만, 학자금 대출 때문에 젊은 시절에는 돈을 모을 수가 없다는 겁니다. Ernie가 열심히 돈을 버는 동안 Bill은 빚 갚느라 바빴던 것이죠."
존 케네디 대통령은 1962년 예일 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실'의 적은 의도적이고, 억지스럽고, 부정직한 '거짓말'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설득력 있고, 비현실적인 '미신'입니다.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50년 후에는 예일 대학 졸업장도 미국의 수많은 미신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자녀를 예일 대학에 꼭 보내야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하지만 뉴 헤이븐 고교 졸업생들이 앞으로 몇 년 후 당신의 자녀들보다 경제적으로 나은 위치에 있다고 해서 너무 놀라지는 마시길.
맨하탄에 거주하는 돈 많은 지인이 얼마 전 내게 이런 얘기를 했다. "내 자녀들을 아이비 리그 대학에 보내려면 한 $250,000 정도 들 거요. 차라리 그 돈으로 사업체를 차려 주고 직접 세상에 부딪혀 가면서 인생을 배우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소."
흠, 빈틈 없는 논리군…
이 기사에 대해 미국의 어떤 네티즌은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5년 전 기사라 그런지, 데이터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인의 평균 저축률이 5%라고? 지금은 0%다..."
헐...ㅡㅡ;;;;;
제가 예전에 IT 분야에 있었는데, MS, Oracle 등과 같은 해외의 유명 IT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한 후 한 때 자격증 취득 붐이 일었습니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몇 백만원씩 들여 학원에 등록하는 사람들도 많았죠. 그런데 불과 몇 년 지나니까 속된 말로 '개나 소나' 다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서 그 가치가 똥값이 되더군요. 그리고 자격증 있다고 해서 일을 잘 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자격증 소지자들 크게 대우해주지도 않습니다.
"대학 자격증"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아직 실속보다는 '타이틀'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는 여러 모로 상황이 다릅니다만, 진짜 공부가 재미있고 적성에 맞는 젊은이들이 대학에 진학해서 학업을 성취하고, 대학에 가지 않고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젊은이들도 얼마든지 성공하고 대접받을 수 있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