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face="바탕" color="#000000" size="2.5">라훌라가 아직 도를 얻기 전이었다. <br>그는 성미가 거칠고 사나운데다 말에는 진실성이 적었다.<br>부처님은 라훌라에게 말씀하셨다.<br>“너는 저 현제(賢提)라는 절에 가서 안거(安居)하여라. <br>안거 중에는 입을 무겁게 가져 부디 말조심하고 생각을 한 곳에 모아 경전과 계율을 열심히 배워라.”<br><br>라훌라는 부처님의 분부대로 그 절에 가서 90일 동안 안거하면서 자신의 허물을 뉘우치고 정진하려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br><br>부처님은 몸소 라훌라가 안거하는 곳으로 가보셨다. <br>라훌라는 부처님을 반기면서 예배드린 뒤 노끈으로 짠 의자를 내 놓았다. <br>부처님은 의자에 걸터앉아 라훌라에게 말씀하셨다.<br><br>“대야에 물을 떠다 내 발을 좀 씻어주겠니?”<br>라훌라는 재빨리 물을 떠다 부처님의 발을 씻어드렸다. <br>부처님은 말씀하셨다. <br><br>“라훌라야, 발 씻은 이 물을 보아라. <br>이 물을 마실 수 있겠느냐?”<br>“발을 씻어 더러워진 물을 어떻게 마실 수 있겠어요? <br>갖다 버려야지요.”<br><br>“그렇다, 더러워진 물은 다시 쓸 수가 없다. 잘 듣거라. <br>너도 그와 같다. 너는 비록 내 제자요, 카필라의 왕손이요, <br>세속의 영화를 버리고 출가하여 사문(沙門)이 되었지만, 정진을 게을리하고 입을 지키지 않으며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세 가지 독한 번뇌가 네 마음에 가득차 더러워진 물처럼 되었느니라.”<br><br>부처님은 이어 말씀하셨다.<br>“대야의 물을 내다 버려라.”<br>라훌라는 대야의 물을 버리었다. 부처님은 다시 말씀하셨다.<br>“대야가 비었지만 거기에 음식을 담을 수 있겠느냐?”<br>“담을 수 없어요. 발을 씻어서 더러워졌기 때문입니다.”<br>“그렇다. 너는 집을 나와 사문이 되었으면서도 입에는 진실한 말이 적고 생각은 거칠며 정진을 게을리한다. 그래서 여러 대중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에, 발 씻은 대야에 음식을 담을 수 없는 것과 같다.<br><br>부처님은 이때 갑자기 대야를 발로 걷어찼다. <br>대야는 떼굴떼굴 굴러가다가 한쪽에 멎었다.<br>“라훌라야, 너는 혹시 저 대야가 깨어질까 걱정하지 않았느냐?”<br>“발 씻은 그릇이고 또 값이 헐한 물건이라서 별로 걱정하지 않았어요.”<br><br>부처님은 말씀하셨다.<br>“너도 그와 같다. 몸으로는 함부로 행동하고 입으로는 거친 말과 나쁜 욕지거리로 남을 헐뜯는 일이 많으므로 사람들은 너를 아끼거나 좋아하지 않는다. 만약 그 버릇을 고치지 않고 정신이 몸을 떠나게 되면(죽는다는 표현), 삼악도(三惡道)에 윤회하면서 끝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다.”<br><br>라훌라는 이처럼 준엄한 말씀을 듣고 부끄럽고 두렵게 생각하였다. <br>그는 이때부터 스스로 꾸짖으면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욕된 일을 참고 대지(大地)처럼 순해졌다. </fo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