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 디자인 계열 취준생입니다. 너무 슬퍼요.
저 솔직히 스펙 빠지는거 하나 없어요... 학벌 좋고 영어성적 좋고 학점 나쁘지 않고 제2외국어도 하나 할 줄 알아요.
교환학생도 다녀왔고 동아리 회장도 하고 졸전준비위원회도 했어요. 말도 잘하고 인상도 호감이라는 소리 많이 들어요.
대외활동도 하나 했고 원하는 직무도 확실하고 나름 포트폴리오도 그쪽으로 맞춰서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취업이 안돼요. 너무 슬퍼서 미쳐버릴것 같아요. 이 만큼 노력했으면 된 거 아닌가요. 정말 죽을둥 살둥 살아왔는데... 나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나 정말 노력하면서 살았는데...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았는데 안되니까 미칠 것 같아요.
더 뭘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더 노력해야하는건지.. 내 노력이 부족한건지 난 더 노력할 자신이 없는데...
글을 쓰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지네요. 아빠 사업이 망해서 나라도 빨리 돈을 벌어야하는데 곱게 키워 좋은 대학 보내서 이때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부모님 얼굴을 봐서라도 얼른 취업해야하는데 그게 안돼요. 올해 연애도 실패하고 취업도 실패하고 되는게 하나도 없네요... 그래서 이렇게 인터넷으로라도 징징거리고 싶었어요. 너무 외로운데 주위 사람들도 다 힘들어하니까 기댈 수도 없어요. 밖에서는 괜찮은척 하지만 하나도 괜찮지가 않아요. 내가 뭐가 부족해서 이렇게 여기저기 다 까이고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좀 더 버텨봐야겠죠? 정말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버텨야겠죠?
이제는 희망을 품고 기대를 가지는게 너무 지치네요.
오늘도 실은 소개팅을 했는데 전 좋았는데 까였어요. 나 예쁜데... 착한데... 그리고 집 들어오니까 서류 탈락 통지가 와있었어요. 얼마 전에는 좋아하는 남자가 생겨서 고백했는데 그 남자도 제가 여자로 안느껴진대요. 그래서 웃으면서 친한 친구처럼 한 달을 지냈어요. 속은 곪아가는데 괜찮은 척하는게 더 편하더라구요. 내가 매력이 그렇게 없나... 나 그래도 나쁘게 살지도 않았고 못되게 굴지도 않았는데.
저 원래 엄청 긍정적인 사람이었어요. 맨날 웃고다니고 사소한거에 행복을 찾는 사람이었어요. 열심히 하면 안될건 없다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살아왔어요. 근데 취준생활이 길어질수록 점점 부정적이고 소심해지는것 같아서 더 슬퍼요. 아닌데. 난 원래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친구들한테도 짜증만 내요. 이러면 안된다는걸 아는데도 그냥 튀어나와요. 맨날 울고 아프고 살도 많이 빠졌어요.
동생이 돈 없어서 폐기 나온 삼각김밥으로 식사를 떼운다는데 제가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어요. 제가 알바하는 돈으로는 학자금 대출 이자 갚는것도 어려워요. 그냥 작은 회사라도 들어가서 얼른 돈이나 벌까 했는데 제가 가진 스펙이 너무 아까워요. 노력했던 것들이 너무 아까워서 포기를 못하겠어요. 미련하죠. 그래서 지금은 울지만 한번 더 도전해보려구요. 포트폴리오도 더 멋있게 만들고 자기소개서도 더 다듬고 조금 더 열심히 해보려구요.
이랬는데도 안된다면 그냥 포기해야죠. 그리고 취업해서 나 좋아하는 사람 만나서 연애도 할래요. 그럴 수 있겠죠? 지금 좀 힘들지만 더 버틴다면 괜찮아질날이 오겠죠?
제 우울한 징징거림 봐주셔서 감사해요. 이렇게 익명으로라도 하소연하고 싶었어요. 이거 쓰면서 우니까 마음이 많이 괜찮아지네요. 그래도 우리 힘내요. 언젠가는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열심히만 하면 알아주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우리 아빠도 힘내서 재기의 길을 찾는데 저도 힘내야겠죠. 고작 이런 실패가지고 이렇게 슬퍼하면 안되겠죠. 오늘까지만 울고 자고 일어나서 힘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