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교사고, 정석적으로 삶을 살았고, 정석적으로 가르쳐 보려 하다가 지금 정신병 걸리게 생겨서 여기에다라도 털어 놓습니다.
당사자나 누가 볼까봐 인터넷에 쓰기 좀 그랬는데 제가 죽게 생겨서요. 안 볼 것 같고....
주변에 이야기 해 봤자 어쩔 수 없다고,
니가 어떻게 하려 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려고 하는데, 그게 맘대로 되지가 않아요.
A란 여자아이의 학부모가 있습니다.
3월 2일에 개학했는데, 3월 4일에 항의 전화가 왔더라구요.
12시 50분에 4교시가 끝나는데, 왜 이렇게 늦게 하교를 시키냐구요.(제 기억에 1시? 1시 5분? 정도 됐던 것 같아요)
자기 바쁜 사람이고, 자기 아이도 바쁜 사람이라 그렇게 늦게 끝내면 뒤의 스케쥴이 꼬인답니다. 다음부터 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구요.
그 때는 12시 50분은 4교시 끝나는 시간이고, 종례는 1시까지입니다. 그리고 청소하다 보면 더 늦을 수도 있어요, 하고 넘어갔어요.
별 희한한 사람도 다 있네, 하구요.
한 달 쯤 지나서 저희 반 남자 아이 하나랑 얘랑 사단이 났습니다.
교실 뒤에 미술 작품 전시를 해 놨는데, 제가 파악하기론 이래요.
남자아이가 뒤에서 까불거리면서 작품을 보고 있었대요.
A는 그러다 자기 작품을 망칠까봐 걱정이 됐고, 남자애한테 너 내 꺼 만지지 마, 라고 했다네요.
남자아이는 신경을 쓰지 않았고, 못 들었다고 합니다.
A는 그래서 남자아이의 팔을 잡았고, 남자애는 그 애 팔을 뜯어냈는데 손톱을 세워서 A의 손목에 상처가 났어요.
여기서 제 실수라면 A의 손목이 다쳤는데도 엄마한테 연락을 안 해 줬다는 거...?
남자아이는 A에게 사과 편지도 쓰고 반성문도 썼어요.
저나 보건선생님이 볼 때는 가벼운 상처였고 밴드 붙이고 있으면 1주일이면 나을 정도의 상처였기 때문에 솔직히 크게 생각 안 했습니다.
어쨌든간에 이 일은 결국 A의 학부모가 저한테 전화해서 학교 폭력이 이렇게 심하게 일어나서야 학교를 어떻게 보내겠냐며 항의하고,
피부과 치료 비용을 남자아이 부모에게 청구했고,(10만원 가까이 나왔던 걸로 기억해요. 보험 안 되는 피부과에 3번을 갔으니까요.)
택시 비용까지 청구하려는 걸 어떻게 막아내고.....
(A가.. 엄마에게.. 자기가 먼저 팔 잡았다는 걸 이 때 쯤에서야 인정했습니다. 그 동안은 엄마가 가만히 있는 자기 아이의 손목을 절단낸 것처럼 알고 있었더라구요)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남자 아이 엄마에게 굽실거려, A엄마 히스테리 받아줘, 내가 뭘 잘못했나 자책하고, 진짜 너무 힘들었는데...
남자아이가 나중에 A를 또 놀린 겁니다.
놀릴 때마다 다 전화받았어요.
이름을 가지고 놀린 거, 파리 잡아서 A 필통에 집어 넣은 거, 참 잘했어요 도장을 A 점퍼에다 찍은 거. 세 번이요.
제가 이상한가요. 물론 전 남자아이를 그 때마다 잡아서 혼을 내고 반성문을 쓰게 하지만 제가 뭘 어떻게 합니까.
30명이 넘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런 장난치는 아이들이 한 둘도 아니고 무슨 수로 원천 차단을 해요.
때리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건 제가 걜 때려서라도 막아야겠지만(이것도 참 스트레스임.. 내가 징계먹을 각오를 하고 우리 반 애들을 지켜야 한다니)
저런 장난을 뭔 수로 막아요.
장난 치는 애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저 엄마가 전화 올 때마다 스트레스 받고..
제일 스트레스 받는 건 전데 학생이고 학부모고 저한테 스트레스를 푸는 걸로 느껴질 정도였어요.
결국 A엄마가 A 손을 잡고 교문앞에서 남자아이를 기다렸다가 그 남자아이를 혼을 냈습니다.
저도 심장이 떨릴 정도로 히스테리 부리는 아줌마가 어린 남자아이 하나한테 딸 괴롭히지 말라고 혼을 냈으니
남자애는 무서워서 벌벌 떨고, 남자애 엄마는 열이 받고.. 중간에서 전 진짜 미치겠고..
남자애 엄마는 A 엄마한테 전화해서 자기 아들한테 접근하지 못하게 해달라 하는데,
어쩔 수가 있나요. A엄마한테 전화해서 학교 폭력이라고 생각되고 담임의 대처가 너무 미흡하다 생각하시면
117에 신고하시라. 아이를 따로 만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했더니
그 남자애는 그 정도론 아무렇지 않은 앤데 연기하는 거랍니다. 우리 딸은 하나밖에 없는 귀한 애고 너무 속상해서 집에서 운 거지만,
그 남자애는 동정심 얻으려고 우는 연기하는 거랍니다.
난리가 났구요. 우리 애가 피해잔데 선생님이 아무 해결을 하려는 의지가 없다구요.
교무실에 전화해서 담임 바꿔달라고 난리가 났어요.
다행히 관리자 분들도 제 잘못이 딱히 없어선지 학부모 민원인데 시말서 쓰거나 하는 거 없이 조용히 넘어갔지만..
그 외에도 애가 9시 5분에 조퇴를 할 수 있게 해 달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병지각/병조퇴/체험학습 신청을 냅니다. 어쩌다 한 번이 아니기 때문에 수업 중간에 나가는 건 안 된다고 거절했습니다.
이걸로도 A4용지 한 장은 쓸만큼 또 나오는데ㅠㅠㅠㅠㅠㅠ)
애가 단원평가를 못 봤으니 이번주 금요일 중간놀이 시간에 보게 해 달라,
애가 학교를 안 가서 알림장을 못 썼는데 왜 인터넷에 알림장을 올려주지 않았느냐. 그건 선생님의 의무다..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계속 전화가 온 것 같네요.
좋게 말을 안 해요. 일단 항의 전화기 때문에 화를 내고 악을 지르면서 시작을 합니다.
저도 멘탈이 점점 부셔졌구요....
이제 어제 있었던 일인데요.
A가 점심을 먹다가 국을 쏟아서 옷을 버렸더라구요.
와서 선생님 B랑 부딪혀서 옷에 다 쏟았어요, 라고 웃으면서 이야기 하길래
보건실 보내서 여벌 옷으로 갈아입게 하고 젖은 옷은 싸서 보냈습니다.
항의전화가 왔어요.
난리가 났습니다. 학교 무서워서 어떻게 보내겠냐고 합니다.
B란 애가 A에게 악감정이 있어서 식판을 밀쳐서 국을 A에게 엎었대요.
전 어안이 벙벙해서 월요일에 오면 알아보겠다, 를 계속 반복했는데
빨리 B의 학부모에게 전화하세요. 이런 일 한 번만 있으면 우리는 못 참습니다, 라고 하며 한 두 번이 아니라고,
B가 A의 물건을 몰래 가져간 적도 있다고 하더라구요.(제가 그 상황을 알고 그 때 해결을 했습니다.)
저도 열이 받아서 어머니 A도 다른 아이의 물건을 훔친 적이 있고(명백하구요..), A가 C를 놀려서 울린 적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다들 실수를 할 수 있어요, 라고 했더니...
저는 제 딸을 믿어요. 훔친 적 없댑니다. 선생님이 뭔가 잘못 알고 계시네요.
C요? 그 애는 원래 많이 놀림을 받는다던데요? 다른 아이도 C를 놀린다면서요.
라고 하며.. 그 때부턴 선생님이 우리 아이의 지난 일 가지고 왜 그러냐며 악을 지르기 시작하는데...
제가 뭘 어찌해야 합니까.
진심 돌아버리겠습니다.
교사가 뭘 해야 하나요.
전 B를 지켜주는 게 맞습니까?
A의 엄마가 C를 함부로 이야기하는 거 가지고 이렇게 스트레스 받는 게 정상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A의 엄마가 저 난리를 칠 때 제가 할 수 있는 건 뭔가요?..
선생님들은 1년 데리고 있어봤자 애들이고 학부모고 절대 안 바뀐다. 자기 자신을 챙기지 않으면 정신병 걸린다..
한 발짝 물러나라, 라고 하는데 물러날 방법을 모르겠어요.
제가 물러났다간 저 대신 우리 반 애 하나가 대신 죽을 것 같습니다..
저 지금 진심으로 정신병 걸릴 것 같아요.
살면서 스트레스에 역치가 굉장히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였나봐요. 미칠 것 같아요.
지금도 계속 눈물나고 손이 떨려요...
이 와중에 애들은 말 드럽게 안 듣고... 너무 힘들게 합니다.
진짜로 폭력적인 아이한테 맞고 우는 착한 애들 때문에 가슴이 찢어지구요.
때리는 애 한테는.. 니가 다른 친구를 때리면 선생님은 널 지켜 줄 수가 없다. 제발 친구 좀 떄리고 놀리지 말아라, 하고
붙잡고 울고 싶습니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