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계`씨의 비애>>
[1]
나, 계동원,,, 지금부터 내 인생의 비극적인 야그를 쪼까 할라 한다...
한창 판유걸이 뜬 적이 있다.
815 콜라 광고는 물론이고 꽤 많은 TV 프로에 고정으로 출연하는 등...다들 기
억하시겠지엽,,,
`판`이라는 특이한 성씨이기 때문에 겪는 애환(?)을 얘기하는 녀석이 내겐 가소
로울 수 밖에 없었다.
판씨? 난 계씨다.-_-;
솔직히 판씨는 판소리, 판박이, 판대기, 판정승 이딴 이름이 아닌이상 그리 웃
기거나 이상하지 않다. 음... 판유걸은...;;
같은 이름이라도 앞에 성에 따라 `옥소리`, `강대기`, `윤정승`처럼 정상적이거
나 멋진 이름으로 돌변 할 수 있다.
그래... 물론 `판소리` 보다 `옥소리`가 이름이 이쁘지...
하지만 `계소리`보단 낫지 않냐?-_-;
판유걸아... 이젠 내 앞에서 성씨가지고 뭐라 그러지 말거라.
나 슬프다.
[2]
우리가족을 제외한 모든 친척은 다 미국에서 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작은 삼촌이 미국에 들어가시기 전에 딸을 하나 낳으셨다. 그리고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
" 계 나 리 "
이쁜 이름이었다.
울 엄마가 내가 여자였으면 저 이름 지어주려고 생각했었다고 말을 해주셨다.
남자인걸 지금 이순간 감사하고 있다.
어째튼 삼촌은 미국으로 가셨고 한 10여년이 지나 내가 고삐리가 되었을 때 드
디어 미국에 방문해 만나 볼 기회를 얻었다.
사촌들의 이름이 대충 이랬다. (한국식으로 성을 먼저...)
계데니스 (한국 이름 계대원)
계브라이언 (한국 이름 계승원)
계캐티 (한국 이름 계혜진)
계브라이언. 웬지 익숙한 이름이다.-_-;
만약 이때 판씨라면 판브라이언 <== 그리 웃기지 않는다.
하지만 저건 막내 `계창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참고로 그녀석 동생이 계나리다)
그 막내 녀석의 이름은...
` Kei Bob `
Dog Food... 계밥이었다.-_-;
유명하긴 하다 Bob 이란 이름. 밥 딜런. 바비(Bobby) 브라운...
그러나 외국 이름도 역시 우리 성씨 앞에서는 맥을 못추고 유머로 돌변해버렸
다. 젠장-_-;
진짜 이건 삼촌이 잘못한거다. 계밥이 뭐냐-_-;
난 아직도 내가 윤동원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어머니의 성이 `윤`씨)
[3]
대학교 1학년때 윤리 과제로 `족보 만들기`가 있었다.
자신의 파에 해당되는 모든 조상들이 성함을 적고 그외의 역사적 유명 조상을
찾고 또 친일파 100명에 소속된 조상을 찾아내는 그런 과제였다.
하루는 우리집에서 친구들과 친일파 100인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100인중에 계씨가 있었다.
하여튼 우리 조상들 이런거 절대 안빠진다... 썅!-_-;
계정식.
바이올리니스트로 특별히 친일 활동을 한것은 아니지만 일본 소유의 오케스트
라에서 연주를 했기 때문에 친일파로 분류 되었다.
친구들과 계정식을 찾아내서 흥분한 그 때였다.
아버지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뭐하냐고 물어보셨다.
- 친일파 100인중에 조상 있는지 찾는데요.
글쎄 우리 조상중에도 친일파가 있지 뭐에요.
계정식이라는 친일파 바이올리니스트가 있었나봐요.
그러자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 그런 `계`같은 경우가 있나!
즉시 반응이 나타났다.
- 푸후후후하하~...
내 자료를 정리해주던 친구들은 의자 뒤로 넘어가서 숨을 헐떡거리고 침을 흘
려가며 웃고 있었다. 드러운 시키들...;;
그날 끝내고 갈때까지 그시키들은 `계같은 경우가 이젠 일어나지않도록 니가
잘해야 한다고` 나에게 충고를 했다.
빌어먹을 놈들...;;
어째튼 다음날이었다.
윤리 시간에 교수가 말했다.
- 조상은 몇백대가 넘더라도 다 조사해와야 합니다.
- 으악 망했다!
김씨 성을 가진 녀석이 조상이 수백대가 넘는다고 비명을 지를때 나는 24대 밖
에 안된다는 기쁨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몇일 후 조상에 대해 조사를 해온 자료를 돌려볼때였다.
- 야 쟤네 조상중에 `구석기`도 있다. 크하하...
구씨 조상을 살펴보던 한 녀석이 웃긴 이름을 발견했고 그얘기를 들은 애들은
다 뒤집어졌다.
모두들 그때부터 웃긴 이름 찾기에 정신없이 바빠졌다.
잠시후...
- 야... 찾았어. 찾았어. 나 웃겨 죽을것 같아. 헉헉...
그 시키가 그렇게 헐덕거리면서 날 쳐다봤다.
난 알았다. 내 성씨라면 뭘 붙여도 쇼킹할것이란 사실을...
하지만 그녀석이 찾아낸 내 조상의 이름은...
그저 단순히 웃긴 수준이 아니었다.
내 자랑스런 조상의 이름은....
계.무.시 -_-;
계무시였다.-_-;
애들은 거품을 물고 죽어갔고...
오직 나만 개무시를 당하고 살았을 조상을 생각하며 숙연해졌다.
사실은 나도 웃겨서 죽을뻔했다. 나까지 웃으면... 쯧...;;
진짜... 계무시가 뭐야 /_
다음날부터 `계무시`는 유행어가 되었다.
[4]
난 아직도 도대체 자식을 낳으면 이름을 뭐라 지을지 고민중이다.
연예인 이름중에서 따온다면...
류시원 --> 계시원. 너무 종교적이다
이병현 --> 계병헌. 가축 병원 생각나는군 쯧...;
최불암 --> 계불암. 발음이 너무 안좋다.
장혁 --> 계혁. 괜찮은 것 같기도 하군..쩝
서태지 --> 계태지. 옛날에 내가 춤추면 애들이 이렇게 불렀다;;
이효리 --> 계효리. 맘에 안든다 그냥;
안된다 안돼.
이쯤해서 내 친구의 일화가 떠오른다.
한준혁이라는 친구가 말했다.
- 난 자식들 낳으면 `한바다` `한하늘` 이렇게 이름 지을꺼야.
- 와 되게 이쁜 이름이다.
한 녀석이 유일하게 우울해 있었다.
하지만 그녀석의 이름을 떠올린 순간... 난 웃겨 죽을뻔했다.
녀석의 이름은 `피영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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