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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54706
    작성자 : Lovepool
    추천 : 80
    조회수 : 1883
    IP : 58.238.***.3
    댓글 : 2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7/01/05 12:18:18
    원글작성시간 : 2007/01/05 09:16:33
    http://todayhumor.com/?humorbest_154706 모바일
    시한부 인생, 그 Diary - 2




    대학병원. 746호. 2인 병실.

    TV에서 하는 드라마를 아무런 생각도 없이 보고 있었는데, 병실 문이 열리더니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내 쪽으로 걸어온다.




    “안녕하세요 동훈씨. 제가 첨에 인사 한번 드렸죠? ^^ 

    어때요? 아프신 데는 없으신가요? 몸은 좀 괜찮으시구요?”




    날 향해 방긋 웃으며 말을 건네는 의사. 

    그녀의 이름은 박선정. 나이는 나와 동갑 정도로 되어 보이는 내 담당의사이다.

    그녀가 항상 쓰고 다니는 검은 뿔테 안경은 그녀를 청순하게도, 때론 차갑게 보이게도 한

    다.

    레지던트들이 다 그렇듯 그녀도 잠을 거의 못자는 지 항상 지쳐보였고, 피곤해보였다.

    예전에 어렸을 땐 의사들이 돈 많이 번다고 쓸데없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괜히 욕도 하고

    흉도 보고 그랬었는데..그러고 보면 의사라는 직업도 참 할 짓 못되는 직업인 것 같다.

    일은 일대로 힘들지, 환자 치료 조금만 잘못하면 보호자들에게 바로 욕먹지. 

    의사라는 직업, 되는 과정도 힘들지만 설령 된다고 해도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오래 버티기 힘든 직업인 것 같다.




    “저 동훈씨?”




    내가 아무런 말이 없자 나의 이름을 다시 불러보는 그녀였다.




    “아~! 네. 몸은 괜찮습니다. 그런데..”

    “네 말씀하세요.”

    “입안과 잇몸이 많이 헐었어요. 밥 먹을 때마다 너무 불편해요.”

    “아 면역계가 너무 약해져서 그렇습니다. 일단 잇몸에 피가 나면 안 되요. 
    가그린 드릴 테니까 오늘부터 가그린으로 양치하시구요. 밥은 간호사한테 얘기해서 
    죽으로 바꿔 드릴께요.”

    “아참 그리고 하나 더 있는데..”

    “네 뭐죠?”




    그녀에게 말해야 했다. 

    하지만 결코 말하기 쉬운 것이 아니다..-_-




    “병원에 온 뒤부터..거기가 자꾸 아프거든요.”

    “네????? 어디가요?”




    그렇게 물음표 많이 찍을 필요는 없잖어..-_-




    “거기 있잖아요. 거기...”




    그러자 그녀는 날 향해 웃으며 말했다.




    “동훈씨.”

    “예.”

    “제가 여자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얘기해보세요. 어디가 아프죠?”

    “음...그러니까...”




    에라이 쉬발.. 모르겠다 말하자.




    “똥구멍에 혹이 좀 난 것 같아요..-_-; 아하하하...”

    “....헐..”




    시;발 민망하게..헐은 무슨 ㅡㅡ




    “그럼 치질인가요?”

    “켁. 치질이라뇨! 치질은 무슨~!! 말도 안 되죠. 
    그냥 혹이 조그맣게 나긴 했는데 변을 볼 때마다 너무 아파서요..”

    “음. 치질 맞네요.”

    “치질 아니라니까요!!!”

    “치질 맞구요. 오늘부터 좌욕할 수 있게 냄비랑 약이랑 드릴 테니까 변 볼 때마다 
    잊지말고 좌욕 꼭 하세요.”

    “치질 아닌데...ㅠㅠ..”

    “치질 맞구요..아참 그런데 어머니께선 지금 주무시나 봐요? 
    오늘은 보호자분도 들어야 할 얘기가 있어서..”




    그녀는 보호자 침대에서 주무시고 계시는 어머니를 보며 그렇게 물었다.

    꼭 들어야 할 얘기? 난 곤히 주무시는 어머니를 흔들어 깨웠다.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눈을 뜨셨고, 옆에 서 있던 담당 의사를 발견하더니 벌떡 일

    어나서 그녀에게 인사를 한다.




    “아 선생님 오셨습니까??”

    “네. 안녕하세요 어머니.”




    어머니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보는 앞에서 어머니가 저렇게 나이도 젊은 여자한테..깍듯이 인사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가 싫었다.

    나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어머니와 날 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동훈씨가 일주일 전에 간동맥 화학 색전술을 받으셨다고 했었죠?”

    “네.”




    (*간동맥 화학 색전술은 암세포가 간 쪽에 널리 퍼져 더 이상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받는 시술로, 이는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을 차단한 후 항암제를 간에 투입하는 시술이다.)




    “병원에서 받는 수술이나 시술마다 항상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는데..이번에 동훈씨 경우도 
    부작용으로 인한 것 같습니다.”

    “부작용이라면..?”

    “지금 현재 동훈씨 상태가 어떤 줄은 아시죠?”

    “네..대충 들었습니다.”

    “동훈씬 현재 종양의 크기가 너무 커서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될 수 있기에 시술 
    당시 상당히 많은 양의 항암제를 투여했습니다. 그 항암 치료의 부작용으로 인해 현재 이런
    상황을 맞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동훈씨 체력이 상당량의 항암제를 이기지 못하고 있는 것
     이지요."




    뭐냐..? 항암치료의 부작용?

    그럼 결과만 놓고 보자면 너희들 쪽 잘못이 아닌가? 

    그런데 내 체력이 약해서 그랬느니 어쩌니 하는 얘기는 왜 들먹이는 거지?

    모르겠다. 어느 쪽의 잘못인지..

    다 지나간 얘기를 지금 와서 하고 싶지도 않다.

    설령 병원 측에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따질 힘도, 소리칠 기운도 없다.

    담당의사의 얘기를 듣던 어머니가 걱정이 많이 되었는지 입을 열었다.




    “선생님. 그럼 얘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저희가 어떻게 해야 되는 겁니까?”




    평소와 다른 어머니의 목소리, 절박함, 절실함이 목소리에서 묻어나왔다.




    “동훈씨는 현재 모든 면역 세포가 죽어있습니다. 백혈구 수치, 적혈구 수치, 피수치, 
    모두 제로에 가깝다는 얘기죠..코피가 멈추지 않아 입원 하셨죠? 지금 퇴원해서 집에 
    간다 해도 똑같습니다. 피는 또 흐를 것이고, 멈추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당분간 
    병원에 계속 입원해 계셔야 합니다. 현재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은 이것 밖에..
    상황을 더 지켜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

    “동훈씨는 아직 젊잖아요. 힘들겠지만 잘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저번 담당의사도 항암 치료를 받을 때 저 얘길 했다.

    당신은 젊지 않냐고. 그러니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의사인 입장에서 환자에게 당연히 할 수 있을만한 얘기다.

    하지만 나도 환자인 입장에서 똑같은 얘기만 하는 의사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젊다고,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뻔한 말은 집어치우라고..

    젊기에, 더 아퍼...알아? 

    난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너무나 많아.

    차마 다 쓰지 못한 글도 써야 되고, 글 써서 내 글이 스크린에 걸리는 것도 봐야 되고,
     
    새롭게 사랑도 해보고 싶고, 데이트도 해보고 싶고, 친구들과 술 마시고 길거릴 활개치면서

    소리도 질러보고 싶어.

    하지만 이제 다 못해.. 

    잠깐이 아닌 평생 동안 그럴 수 없다고. 전부 물 건너 간 얘기야. 

    그래서 더 아프고 속상하고 절망적이야...

    묻고 싶다. 

    젊으면 왜 더 잘 이겨내야 되는 건데?

    젊으면 왜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고 당연하게들 생각하는 건데?

    왜...........?












    -그 해 7월-




    난 어릴 때부터 B형 간염 보균자였다. 

    그때만 해도 B형 간염에 대한 별다른 지식도 없었을 뿐더러, B형 간염이라

    는 게 그리 무서운 병인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난 내가 B형 간염 보균자라는 사실조차도 한동안 잊고 지냈다.

    설령 기억하고 있었다 해도 크게 바뀌는 건 없었을 것이다.




    스물여섯이 되던 해였다.

    그 당시 나는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더랬다. 

    그리곤 전부터 알고 지내던 민영진 감독 댁에 같이 거주하며 긴 글 작업에 들어갔다.

    내가 쓴 글이 극장에 걸리는 걸 꼭 한번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 그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였다.

    사실 내가 살면서 평생토록 글을 쓸 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난 젊다고 생각했고, 이 젊은 나이엔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물이 흘러가는 데로 내 몸을 맡긴 것이다.




    집을 떠나와 서울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였지만, 

    타지 생활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였다.

    첫 번째로 혼자이다 보니 너무나 외로웠고-_-; 때론 서럽기까지 했다.

    덮친데 덮친 격으로 쓰던 시나리오 작업마저 투자사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해 실패를 거듭

    했고, 상황이 어려워지자 매일 컵라면과 3분 카레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궁핍한 생활까지 

    이어졌다.




    당시에 내가 쓰던 시나리오 글 제목이 ‘본드걸은 죽었다’ 였는데..

    진짜 마음 같아선 본드걸을 죽여버리고 싶었다..-_-




    그렇게 춥고, 배고프고, 외롭고, 힘들고, 앞은 전혀 보이지 않던 찰나..

    바로 그때 그녀(연아)를 만나게 된 것이다. 

    연아는 민 감독의 학교 후배였다.




    “안녕하세요. 선배님한테 얘기 참 많이 들었어요.
    글을 드럽게 못 쓰는데..-_- 제법 센스 있게 쓰신다구요?
    아참.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제 이름은 연아예요. 오연아.”




    난 그녀를 만나고 나서부터 다시 변해갔다.

    잃어버렸던 웃음을 찾았고, 희망을 찾았으며,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아참, 연아가 했던 말 중에 가장 기억나는 말이 있다.




    “난 오빠 글 읽을 때가 가장 재밌고 행복해.”

    “풋. 내가 쓴 글이 그렇게 재밌니?”

    “아니. 사실 글 자체는 드럽게 재미없는데..-_- 
    오빠가 썼으니까..그리고 내가 그걸 읽고 있으니까..그 사실이 행복해.”




    다시 생각해보니..그다지 기억나는 말은 아닌 것 같다.-_-;

    어쨌든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난 그녀를 통해 점점 서울 생활에 적응을 해나가는 듯싶었다.

    하지만 그런 안심도 잠시, 이번엔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처음과 달리 이번에 찾아온 시련은 어마어마한 것이였다.




    언제부턴가 영화작업을 함께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술을 마시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술을 많이 마신 그 다음날이면..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몸이 쉽게 피로해졌고, 전혀 집중이 되지 않았다. 머리도 무척 어지러웠다.

    글 작업은 커녕 정상적인 생활 자체가 불가능 했다.

    증세는 점점 더 심각해졌다.

    처음엔 피곤한 정도로 끝나더니 언제부턴가 알츠하이머 환자처럼 기억을 잃어버리는 일도

    생기기 시작했고, 하루 종일 멍한 상태로 앉아만 있다가 항상 보던 동료도 못 알아보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태가 심각하다고 느꼈던 나는 급히 부산으로 내려왔다. 

    시나리오 작업은 잠시 접을 수밖에 없었다.

    연아에게는 잠시 머리도 식힐 겸 부산에 다녀온다는 얘기를 했었다.

    하지만 우습게도 그때 서울역에서의 헤어짐이..마지막이 될 줄은 누가 알았으랴.

    서울역에서 연아가 그런 말을 했다.




    “오빠. 기분이 이상하다..”

    “뭐가 이상한데?”

    “이런 말 하면 오빠가 화내겠지만..마치 지금 우리 헤어지는 사람들 같애.”

    “쥐랄..-_-”

    “알았어 알았어. 이런 소리 안할게-_-;”




    하고 슬그머니 내빼던 그녀. 정말 그녀의 말대로 되버릴 줄은....




    부산으로 내려온 나는 부모님과 함께 근처 병원을 찾았다. 

    신경정신과 쪽에 접수를 하고 간단히 피검사와 초음파 검사 등 몇 가지 검사를 마치자,

    담당의가 날 찾아와 이런 얘기를 했다. 




    “동훈씨. 너무 걱정 하지마세요. 흔치는 않지만 종종 이런 경우도 생기곤 합니다.
    무슨 병인지 대충 짐작 가니까 정확한 결과가 나오면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기 심각한 병은 아니죠? 걱정이 돼서 밤에 잠도 오지 않아요.”

    “크게 걱정 안하셔도 될 겁니다. 마음 편히 가지고 잠도 푹 주무세요.
     아셨죠?” 




    그렇게 말하며 날 안심시키던 의사는 불과 일주일 후 다시 찾아왔을 땐, 

    내 앞에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소리만 해대고 있었다. 




    “병원을 옮기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병원을 옮기다뇨? 왜요?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립니까? 무슨 병이길래요??” 

    “자세한 건 대학 병원으로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봐야 알 것 같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좋은 결과가 있길 빕니다.” 




    참 어이가 없었다. 괜찮다며? 걱정하지 말라며??

    내 삶은 그때부터 급격한 내리막길의 시작 이였다. 

    살면서 받아야 할 모든 충격들을 그 해에 다 받았던 것 같다. 




    대학 병원으로 옮겨서, 정밀 검사를 받았다. 

    피검사, 초음파 검사, CT검사. 

    난 그런 검사를 받으면서도 내 병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 




    검사 결과가 나오던 날 이였다. 

    그날은 날씨도 무척이나 맑고, 내 컨디션도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왠지 좋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먹고 자고 하던 날 아버지께서 조용히 밖으로

    불러내셨다. 

    날 복도로 불러내서는 한참을 침묵만 지키시던 아버지. 

    들릴 듯 말 듯한 한숨을 내쉬고는 날 보며 입을 열었다. 




    “동훈아.”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얼굴빛이 무척 어두웠다.




    “네. 말씀하세요.” 

    “너 말이다..” 

    “네.” 

    “..커피 마실래?” 




    ..-_-; 




    결과가 어떻게 나왔길래, 저렇게 뜸을 들이시는 건지.. 




    “아버지. 전 괜찮으니까 그냥 편히 말씀해보세요.” 

    “...........” 

    “에이~ 전 정말 괜찮다니까요. ^_^” 




    하고 밝게 웃으면서 마음속으로 존나 떨었다.-_-;

    아버지의 침묵이 무척이나 두려웠지만 애써 티를 내진 않았다. 

    이렇게 밝게 웃고 있으면..지금 아버지가 꺼내실 얘기도 좋은 소식으로 

    변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동훈아..” 




    다시 내 이름을 부르는 아버지.




    “말씀하세요. 아버지.” 

    “후우..의사 선생님 만났다.” 

    “네.” 

    “...........”

    “아버지??”

    “어? 어 그래. 말하마.”




    말한다고 해놓고 10분 동안 아무 말도 못하시던 아버지..

    한참을 뜸을 들이시더니 기어코 입을 여셨다.




    “니 간에..종양이 있단다.” 




    순간 귓속이 멍해졌다. 내가 잘못들은 것일까? 

    내 간에 종양이 있다니? 무슨 소린가??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종양이라면..설마? 




    “에애? 종양이라뇨??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예요?” 




    어이없다는 듯 아버질 향해 웃으며 말했다. 




    “에이 아버지 진짜 제가 무슨 종양이예요~ㅋㅋ 생전 멀쩡했는데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전혀 이해가 안 되네.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그렇죠??”
     
    “니..간암이란다.” 




    ...................




    그런 느낌 아는가.

    높은 건물 위에서 땅바닥으로 추락사하는 듯한 섬뜩한 기분.




    암..? 내가 간암이라고?? 




    “사실 얘기 안 할라고 했는데 결국엔 니도 알게 될 것 같아서. 
    아니 어차피 알 게 될 거면 빨리 알게 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 

    “짜슥아. 니 놀랐나?” 

    “..............” 

    “이새끼 지가 말해보라고 해놓고..왜 아무 대답도 없노.” 

    “..............” 

    “야야 됐다. 그거 별 거 아니란다. 이번에 입원해서 수술 받으면 금방 나을기다. 
    요즘에 의학도 많이 발달했다 아이가? 요즘 암은 불치병도 아니라 카더라.” 

    “..............” 




    .


    .


    .




    그 해 7월, 난 대학 병원에서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스물여섯 나이에 간암 말기. 








    -6인실-





    다음날, 병실로 담당의사가 다시 찾아왔다.

    우린 2인 병실을 쓰고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6인실로 병실 좀 옮겨달라고 담당의에게

    간곡히 부탁을 했기 때문이다.

    병실을 옮기려는 이유는 당연하다. 돈 때문이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대부분 병원들이 6인실은 하루에 1만 원대 가량, 2인실은 하루에

    5만 원이 넘는다.

    5만 원이면..엄청나게 큰 액수다.

    여자랑 모텔 잡아서 뜨거운 밤을 즐기는 것보다 더 큰 액수다-_-





    “6인실은 곤란한데요. 현재 동훈씨는 면역계가 너무 약해서 최대한 사람들이 적은 곳에서 생활해야 되는데요. 지금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이유도 그 이유에서구요.”

    “선생님. 그래도 괜찮습니다. 제발 꼭 좀 옮겨주세요..”

    “혹시 돈 때문에 그러시는 건가요?”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집안 형편 같아선 지금 당장이라도 퇴원을 시켜야 하겠지만..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니..그러니까 선생님이 꼭 좀 옮겨주이소.”



    아아.. 우리 집의 가정 형편 얘기가 또 나왔다.

    가장 속상한 이야기다. 정말 속상하다...

    아버지의 사업실패 이후로 우리 집의 가정형편은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이였지만, 그래도 

    빚쟁이들이 찾아온다거나..-_- 하는 정도는 아니였기에 크게 문제되는 건 없었다.

    하지만 내가 병을 앓고 나서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뭐 집안꼴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뻔한 얘기 같으니까..이 얘긴 그만 하겠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담당의는 얼굴이 침통해져서는 그렇게 말하고 사라져버렸다.

    돈 때문에 저러는 건가? 참 정이 안 가는 의사다..-_-




    담당의가 다시 찾아온 건 그 다음날 오후 쯤 이였다.




    “어머니. 정말 옮기실 거죠?”

    “네..물론입니다. 어떻게 자리가 좀 났습니까?”

    “741호실에 오늘 환자 한 분이 퇴원 하셨거든요. 그쪽으로 옮기면 되긴 하는데..”




    잠깐 말을 얼버무리는 의사. 하지만 곧 다시 입을 연다.




    “환자분에게 나쁜 균이 전염되거나 병이 더 악화되어도 저희 쪽에선 책임 못 집니다.
    그래도 옮기실 거죠..?”

    “...................”




    이건 뭐 거의 막말로..니 아들 죽을 텐데도 옮길래? 하고 말하는 것과도 같았다.

    어제와 달리 아무 말씀도 없으신 어머니. 

    그 얘기에 충격을 먹으신 게 분명했다.

    참다못한 내가 신경질적인 어투로 말했다.




    “아 됐고, 저희 어머니가 옮겨달라잖아요. 더 이상 뭐가 필요합니까?”

    “후, 훈아...”

    “옮겨주세요. 6인실로 갈 겁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곤 그냥 나가버리는 의사.

    그게 끝이였다. 




    담당의가 가고 나서 어머니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아무 말도 없이 묵묵이...짐을 챙기시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지켜보다가 왠지 착잡한 마음에, 생전 처음으로 나의 이야길 어머니 앞에서

    꺼냈다.




    “엄마. 제가 얘기 하나 해드릴까요?”

    “아니. 정신없으니까 닥치고 있거라.”




    헐..그래도 그렇지, 너무하신 거 아닌가? -_-;



     
    “아뇨 들어보세요. 제가 어제 엘리베이터 앞에서 어떤 여자애를 봤거든요.”

    “근데?”

    “그 여자애가 참 예뻤어요...”

    “그래서?”

    “그게 끝인디요.”

    “쉬바. 바쁘니까 입 좀 닥치고 있으라고!!”

    “넵!”




    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그저 그녀가 예뻤다는 얘길 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한다는 핑계로 그녀에 관한 기억을 다시 떠올려보고 싶었던

    것일까.

    모르겠다. 

    어차피 그녀와 이제 다시 만날 일도 없을뿐더러, 엘리베이터 앞에서 좋게 헤어졌으니

    그걸로 끝난 것이다.

    그녀의 기억 속엔 나라는 놈이 그저 불쌍한 환자 정도로 기억에 남았을테지.

    아니 어쩌면 이미 까먹었을 수도...





    그랬다. 그렇게 생각하며 우연조차도 바라지 않던 나였다.




    하지만 6인실 병실로 옮기던 그날 밤.....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생기고 말았다.






    Written by Lovepool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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