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찬님의 글입니다.
<163> 풍기문란.
국방부의 국방회관에선 일요일마다 오후 2시쯤에 영화상영을 해준다.
물론 간부들이 축구 집합 같은걸 하면 못보지만 그런게 없을때는 나는 애들을
모아서 영화를 감상하고 오곤 했다
이날도 점심을 먹고 영화 보러 갈려고 복장을 하고 있는데 박하사가 외쳤다.
박하사 : 이상병.. 또 애인 면회다
나 :' 음....드디어 왔군.... 무서븐 아가씨....'
개구리복을 입고 서문으로 걸어갔다. 소연이는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면회장
한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나를 보고 생긋 웃는다. 원래 미니가 짧다는 뜻이니
짧은 미니스커트란 말은 틀린 표현인가? 하기야 뭐....축구를 찬다...라는 말도
있는데 뭘....
소연이 바로 맞은편 자리에는 나이지긋한 부부와 군인 한명이 앉아서 닭을 뜯고
있었다. 면회 온 사람들이 하도 많아서 합석을 했나부다.
소연 : 안녕? ....일주일 동안 나 생각 많이 했어?
나 : 아니..........니 이빨만 생각했다
소연 : 까르르르르......
나 : 농담이 아냐... 임마....여기 흉터도 생겼........흠...어허흠...
앞에 어른들이 뭔소릴 하나 싶어 쳐다보시길래 말을 얼버무렸다.
소연 : 그럼....내 이빨이 얼마나 쎈데..후후...
나 : 그래...그래.. 알았으니깐 조용해..
소연 : 근데 자기는 나 안보고 싶었어? 나는 일하면서 자기 보고 싶어 죽겠던데..
그러면서 내 품에 폭...안기는거다. 소연이는 양팔로 내 허리를 감싸고 안겼다.
앞에 닭다리를 뜯던 군인과 그 군인을 흐뭇하게 보고 있던 어른들은 갑자기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모두 닭다리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이런 파격적인
애정 표현에 익숙치 않았던 나는 순식간에 식은땀으로 절었고, 앞에 어른들과
주위 나이지긋한 면회객들 보기가 민망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 으....여기가 서양도 아니고....이거 풍기문란으로 잡혀들어가는거 아닐까? '
하지만 나보다 더 괴로운 사람은 아마 바로 앞에서 닭을 먹는척(?)하고 있던
병사였을꺼다. 부모님과 에로영화를 같이 보는 그런 기분이 아니었을까?
그 사병...........분명 면회후 체했을거다.
얼굴이 확...달아오는 것을 느낀 나는 안겨있는 소연이를 슬그머니 뗄려고
했으나 소연이는 마치 수정(수갑)처럼 움직일수록 더 죄어오는거다. 몸부침을
칠수록 더 시선을 끌게 되어 할수없이 모자를 푹 눌러쓰고 가만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도저히 못참고 면회장을 뛰쳐 나간 것은 소연이가 내귀에 대고 이런말을
속삭였기 때문이었다.
소연 : 자기........................지금 섰지?
나 : 으......................아........................아아..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난 나는 야외로 나갔다.
<164> 못말리는 그녀.
내가 야외로 나가자 소연이도 따라왔다. 국방회관 앞에는 넓은 공터가 있고,
곳곳에 나무 벤취가 있다. 그중 한군데를 잡아서 앉았다.
소연이는 역시 내 품에 안겨져서 벤취에 거의 눕다시피 한 자세로 있었다.
' 휴........그래도 여기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다행이네......'
소연이가 계속 내 품에 안겨 있는 채로 질문을 한다.
소연 : 근데 자기는 일요일에는 뭘해 ?
이젠 소연이가 입을 뻥긋뻥긋 할 때마다 무슨말이 나올지 겁이 더럭 난다.
나 : 음.....일요일에? 일요일에도 마찬가지야.. 오전엔 근무를 서든지 교회를
가고.....오후엔 잠을 자든지 축구를 하든지, 아니면 영화를 보러가지...
소연 : 영화를? 어디서 영화를 보는데?
나 : 요기.......바로 앞에 있는 저 건물이 국방회관인데 거기서..........헉!
소연 : 왜그래?
나 : 아하하....암것도 아냐....,..근데..지금 몇시지?
소연 : 2시가 다 되어 가는데?
급히 탄약고쪽을 바라보니 아니나 다를까.....영화보러 가는 병사들이 줄지어서
힘차게 이쪽으로 행진해오고 있었다.
' 크........망신살이 뻗쳤구나.....-_-;; '
헌병 츄리닝을 입은 수십명의 병력들이 줄지어 걸어가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전부
키득키득 웃었다. 나는 소연이가 눈치채고 고개를 들까봐 쫄여서 아무말도 않고
병사들을 보며 쓴웃음만 웃고 있었다.
하지만 무사히 지나칠 것 같았던 행렬중 갑자기 석용운병장이 외쳤다.
석병장 : 야.....이성찬......오른쪽 어깨도 조심해.......
아이들 : 우하하하하하하하......^o^
코브라처럼 고개를 번쩍 드는 소연이.......!
소연 : 어? 모두 헌병들이네? 어디가는거야?
나 : 아하하... 국방회관에.. 영화보러 가는거야......^_^;
소연 : 고참들이야....아니면 쫄병들이야?
나 : 반은 고참이고, 반은 졸병이야......
소연 : 까르르르르......애고 좋아라..........쫄병 많네? 까르르르......
나 :' 음.......왜 이렇게 좋아하지? '
소연 : 후후.....그럼 나중에 군인들 나오면 쫄병더러 심부름 하나 시켜봐야지..
나 : ' 헉? ...얘가 무신소릴....자기 졸병인줄 아나? 영화끝나기전에 어서
이 자리를 떠야겠군...'
그러더니 소연이는 다시 내품에 안겼다. 그때 저쪽 국방회관쪽에서 한 사병이
유리로 된 벽 안쪽에서 우리를 쳐다 보았다. 그러더니 뭔가 신기한 것을 본 것
처럼 뒤쪽을 향해 마구 뭐라뭐라 외친다. 곧이어 대여섯명의 병사들이 몰려오더니
모두 유리벽에 기대어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그럴수 밖에..........! 아가씨가 군인에게 찐하게 안기어 있는데다가
그로 인해 미니스커트는 둘둘 말려 올라가 속옷까지 보일랑 말랑 하는데도 전혀
신경을 안쓰고 있으니.....나라도 쳐다봤을게다. -_-
' 으............이 상병 최대의 수난시대로군.......'
정말 애인이었으면 당당할텐데, 그런것도 아니니 정말 쪽 팔리기만 했다.
그때 뭔가 이상한느낌이 들었는지 소연이가 다시 머리를 들더니 국방회관쪽을
쳐다보았다.
소연 : 어쭈.........저것들이 뭘 구경하는거야? \./
소연이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벌떡 일어나 그쪽을 향해 돌멩이를 마구 던지며
외쳤다.
소연 : 야이......18놈들아........뭘 보는거야? 안 들어가? 엉? 안들어가?
그걸본 회관안의 사병들의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나 :' 크흐흑..........뭐 이런애가 다 있냐? 이젠 놀랄힘도 없다.....'
<165> 그녀의 경험담.
또 일요일.......... 소연이가 3주째 면회를 왔다. 기록을 세우려나 보다.
식사를 안하고 왔다고 해서 여군학교 PX로 데리고 갔다.
여군학교에 있는 PX는 식당과 매점을 통합한 형태의 PX다.
나 : 뭐 먹을래?
거기서도 그런짓(?)할까봐 두려워서 일부러 마주보고 앉은 내가 물었더니
잡채밥을 먹겠단다. 잡채밥 2개를 시켰다.
나 : 거기서 빵 많이 먹니?
소연 : 헤헤.........별루야.....
소연이는 여의도에 있는 크라운베이커리에서 일한다고 했다.
나 : 빵집에서 일하는데 빵 많이 안먹어?
소연 : 질렸거든........
잡채밥을 먹으면서 창문너머를 보니 낯익은 여군하나가 이쪽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나 :' 헉? .......누...누구지? 제발 안하사만 아니기를.....아니기를......'
이윽고 문이 끼이익......하고 열리면서 코하사가 들어왔다.
나 : ' 휴........그나마 다행이군.....'
코하사는 나를 보더니 가볍게 눈인사만 했고 나도 소연이몰래 눈인사로 답례를 했다
소연이가 얘기를 계속했다.
소연 : 나 여군 지원할꺼야........
나 : 울컥! 증말?
소연 : 응.......왜 그리 놀라?
나 : 아하하....너랑 나랑 둘다 군인되면 잼있을 것 같아서..-_-;
소연 : 한 번 신청이나 해 봐야지....
나 : ' 군인되서 남자 상관 어깨 물어뜯어려고? 쩝...'
소연 : 근데 자기 이번주 금요일에 외박이라며? 휴가복귀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외박이야?
나 : ..........어...어떻게 그걸 알았니 ?
소연 : 다 아는수가 있지.......후후.. 그날 뭐할꺼야?
나 : 지...집에 가야지 뭘하긴..... -_-;
소연 : 첫날은 나랑 영화보러 가자..^^
순간적으로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나는 별로 망설이지 않고 승낙을 해버렸다.
나 : 오호..영화? ....그럴까?.....
소연 : 근데 자기는 아직도 총각이야?
또 시작되는 난처한 대화..! -_-;
나 : 푸헉........그..그건 왜?
소연 : 그냥.......물어본거야.....
나 : 그러는 너는 성경험 많은가 보지?
소연 : 응....나는 많어..... 하지만 난 그거보단 키스를 더 좋아해.......
망할놈의 호기심이 도지기 시작했다.
나 : 넌 누구하고 그걸 하곤 하니? -_-;
소연 : 응....그냥 친구들하고 할 때도 있고, 아는 오빠랑 할 때도.....
유부남을 꼬셔서 한적도 있어....헤헤..
나 : 유.....유부남하고도? --;
제길......하기야... 유부남이면 뭘해.......여자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꼬시는데
안 넘어갈 남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하지만 웬지 기분이 찝질해져 버렸다.
그 유부남 가족이 이런 사실을 알면 얼마나 충격 받을까? 자꾸 물어보면 더
추악한 말들이 나올까봐 대화를 거기서 멈추었다.
' 소연이는 성 윤리의식이 전혀 없는애일까? 아니면 너무나 개방적인 애일뿐일까? '
내가 이상한건지......소연이가 이상한건지 도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면회시간이 다 되어 서문까지 그녀를 바래다 주고 부대로 복귀하는데 소연이는
내가 뒤도 한번 안 돌아보고 냉정히 그냥 헤어진다고 한바탕 난리를 피워대서
면회장 전체를 떠들썩 하게 만들기도 했다. T?샨T
<166> 사선(死線)에서...
외박을 나왔다. 서문을 나서니 어김없이 소연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소연이는 함박 웃음을 웃으면서 " 헤헤.....이제 나왔구나? " 하며 팔짱을 낀다.
나 : 근데 오늘 일안해?
소연 : 음.......오늘 쉬겠다고 했어.....
우린 일단 종로로 걸어갔다. 어느 한 귀퉁이에 있는 극장에서 ' 사선에서 '라는
영화를 하길래 그걸 예매하고 들어가서 의자에 앉아있었다. 극장안엔 아직 이른
아침이라 아무도 없었고, 우리둘 뿐이었다. 소연이는 또 칭얼거리기 시작한다.
소연 : 우리 키스하자........
아마 소연이를 만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그 말이었을 것이다.
나 : 또 그런다.....무슨 키스못해 죽은 귀신들렀냐?
소연 : 거참 이상하다.. 자기는 왜 나랑 키스를 안 할려는 거야?
말문이 막혔다.
나 : 그거야......뭐..... 왜 그렇다고 생각해?
소연 : 칫.....내가 물었는데 되 묻고 있어.....
심퉁한 소연..
나 : 헤헤.......암튼 왜그렇다고 생각하니?
소연 : 음......나를 너무 아끼니깐 ?
나 : ' 음........그런가? '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나도 할 수가 없었다. 키스하자고 해서 그냥 한다면
소연이를 거쳐(?)간 수많은 남자들과 똑같은 부류로 인식될까봐 자꾸 거절했을까?
아니면 아껴(?)뒀다가 나중에 할려고? -_-; 겨드랑이 물 듯이 혀도 물까봐?
괜히 그러다 나중에 책임질 일이라도 생길까봐서?
암만 생각해도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다. 관객이 꽤 많이 들어오고 시간이
되자 영화가 시작되었다. 나는 영화를 볼때는 영화에 집중할려고 잡담도,
군것질도 잘 하지 않는다. 근데 자꾸 옆에서 소연이가 말을 걸길래 속으로 약간
짜증이 났다. 무슨 말 하는지도 못 알아듣고 그냥 " 응...응..." 하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내가 그렇게 영화에 빠져들 무렵 소연이는 자기 윗도리 단추를 하나하나
풀고 있었다. 그러더니 " 자기야...손 줘봐...." 하고 말했다.
나는 기대보다 꽤 잼있는 영화에 완전히 심취되어 아무생각없이 손을 내밀었더니
내 손을 잡아서는 자기 가슴속으로 쑤욱 집어넣는 것이다. -_-;
' 햐 영화 재밌군...음...근데 이게 뭐지? 뭐가 이렇게 부드러워? 꺄아아악..'
놀래서 손을 급히 손을 뺐다.
' 세....세상에........네.....네상에......-_-; '
암만 컴컴한 극장안이지만 그 정도는 다 보이는거 아닌가....??
아니.....보이든 안보이든 지금 이게 뭐하는짓인가? 그런 나를 소연이는
이상하게 쳐다본다.
소연 : 칫...괜히 좋으면서......왜그래? 내숭은...
그러면서 다시 내손을 잡을려고 한다. 재빨리 손을 뒤로 감췄다.
옆에 사람들이 우리를 자꾸 힐끗 힐끗 쳐다보길래 어두운곳에서도 얼굴이 확
달아오른 것을 느낄수가 있었다.
나 : ' 우왕.......정말 일생일대의 개 쪽이다. 정말 쪽팔려서 원.......'
영화상영 내내 나는 소연이의 손과 입술(?)을 막아낸다고 정신이 없었다.
소연 : 얍..얍......익......익........우.....씨...
나 : 헉..............힉............익.........얍..........
어느새 영화가 끝이 나버렸고, 영화 줄거리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 : ' 휴........영화내용이 뭔진 몰라도 정말 ' 사선에서 ' 였어...-_-;'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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