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가을 칠성산에서 그날 밤 전투가 있을줄도 모르고 찍은 기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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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95군번이고 양구 2사단 노도부대 병장전역 했습니다.
우리때도 구타, 가혹행위 금지 무지 심했죠. 그래도 알게 모르게 몇번 맞아봤습니다.
우리는 훈련이 많아서 서로 안갈굽니다. 더 위해주죠. 저도 밑에 애들한테 폭언은 해봤지만 손가락 하나 대보지 않았습니다. 때리지 않으니 나를 좋은 사람으로 알고 그만큼 제 밑에 애들을 통제하는데 애먹었어요.
누가 제 마음을 알아주나요~ 저는 분대 또는 소대의 임무에 차질을 빚는 못난 선임병이었을 뿐입니다. 그저 제 개인적인 욕심(때리지 않고 통제하겠다)만 채웠을 뿐 군에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지 못한 군인이었죠.
또 제가 호락호락하다 보니 후임병들은 저와 친하게 지내서 좋았지만, 반면에 자신의 임무를 철저하게 완수 못하는 나약한 후임병으로 만든 책임도 저에게 있는 것입니다.
이 경우 사랑과 관용으로 다스려서 임무는 빈틈이 생겼지만 자살이나 총질같은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 바람직하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절대로 아닙니다. 군대는 군대이어야 합니다.
본인이 해야 할일을 안하면 바로 싸대기 올라오는 고참이 있고...
자기 할일 안해도 그래 힘들지 내가 도와줄께 하는 고참이 있다고 칩시다.
지금 여러분이 말하고자 하는 이상향은 바로 후자일겁니다. 착한 고참을 더 잘따르고 고마움을 알기에 본인의 일을 더 잘하는 것을 기대하겠죠....
그러나 10명중의 9명의 인간은 첫번째 고참이 무서워서 칼같이 자기 일을 하고 두번째 고참은 당연히 조금 안해도 되고 못하면 도와주기 때문에 느슨해집니다.
군대는 단체생활입니다 자기가 할일을 못하면 누가 대신해주지 않고 그냥 그 부분은 펑크가 납니다.
그것이 전시로 이어지면 부대원 몰살이 될수도 있는 것이죠...
사람이라는게 그렇습니다. 잘해주면 그사람을 기어 올라타려고 하고 무서운 사람에게는 복종합니다. 잘해주는 사람을 기어 오른다고 해서 그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자기가 편해지고 싫은것이 본능이란 말입니다. 이것은 비단 군대문화 때문이 아니라 인간..아니 동물의 보편적인 본성인 것입니다. 이걸 부정하고 나서는 것은 인류학의 새로운 발견이 아닌 이상 불가능합니다.
좀더 인간적으로 대해주고 복지 개선하고 월급 더 주면 된다구요? ㅎㅎ....
법으로 봅시다...강력한 법이 없고 서로 사랑과 믿음으로 살자고 하면....사회가 어떻게 될까요? 횡단보도고 뭐고 다 건너다니고 음주운전해서 교통사고 천국에 경범죄가 들끓고 아비규환이 될겁니다. 누가 좋아서 법지킵니까? 억지로 지키는 겁니다.
군대도 마찬가지로 단체생활을 유지해야 할 구성원간의 나름대로의 규율이 있는 것이고 예전엔 불필요할 정도로 구타와 가혹행위라는 악습이 있었지만 90년대 말을 정점으로 거의 사라진것과 다름 없습니다.
최근 전역자의 말을 빌면 개또라이 같은것이 이등병으로 들어와서 군대 위계질서 다 흐려 놓는데도 욕도 못하고 때리지도 못하게 하니 통제할 방법이 없어 미치겠답니다.
그뿐인가요 그놈 보고 나머지애들이 다 따라합니다.
그런 부적응자들을 일일히 사랑으로 감싸고 계도하며 군대라는 조직을 이끌 수 있을까요? 많은 적응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시행되고 있다지만 그러다 보면 그게 학교지 군대가 되겠습니까.
낭만을 버리세요. 군대는 전쟁을 하기 위한 조직입니다. 대학교 MT간것이 아닙니다.
전 96년 무장공비 침투때 칠성산에서 4박 5일 전투했고 바로 위에 호에 있는 쫄따구가 전사하는 것을 봤습니다. 중대원 50명이 5일간 7천발의 탄약과 16발의 수류탄, 7발의 크레모아를 소비해서 공비 하나 잡았습니다. 우리 호의 4명은 마지막날 등에 공비가 던진 수류탄 파편 박혔구요.
잡은 공비 뒤집어 보니 주머니에 도토리 들어있습디다. 또 싸이월드 하나부지 라는 리플은 달지 마세요 도토리 쌩으로 먹어 봤습니까.....이게 우리 한국의 현실입니다...
공비 시체를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죠. 이런 한놈이 우릴헤집고 다니는데...우린 더 강해져야한다. 그리고 이념과 사상이 뭐길래 같은민족 젊은이들이 여기서 서로 죽여야 했나..
군대....필요합니다. 저와 같이 극도의 공포감(전투의)을 경험하지 못했으면 군대에 대해 왈가왈부 하지 마세요. 모병제? 좆까라고 하세요. 징병 안하면 한국군 유지 못합니다. 정말 사회에서 할일없는 쓰레기들이나 돈주고밥주니 모병제로 군대갈겁니다. 그 군대 나라 참 잘지켜주겠네요. 오히려 지금은 그런 사람들을 군 면제시켜 버리고 고급 자원만 입대시키기 때문에 한국군 수준이(무기말고) 세계 최고수준인 것입니다.
흥분해서 글 존내 길었는데...
제 생각이 다 맞는건 아니겠지요. 정말 기가막히게 나은 제도가 있을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현재는 현재입니다.
군대라는 사회적인 제도는 문제가 없습니다.
저기서 총질할 놈은 나와서도 차몰고 군중으로 돌진할 놈입니다.
같은 나이로 보면 군대에 있을때 죽을 활률이 더 낮고 안전합니다.
군대 갔다 오면 사람된다는 말이 헛소리라면 지금까지 통용 될까요.
군대 가보시면 내가 만나던 친구들과는 달리 별 괴상한 족속들이 다 모입니다. 우리가 여기서 의견이 달라 리플로 싸우는건 일도 아닙니다 정말 상식 자체가 저기 깐따삐야별에서 온것처럼 전혀 다른 인간들을 한번 접해보세요. 모두 인간적으로 대해주면서 군생활 할 수 있을지....
제 허접한 결론은
이런 사건이 터지면 군대 어쩌고 하는데 근본적으로 김일병같은 인간을 탄생시킨 교육, 사회 환경을 탓해야지 우리를 지켜주는 자랑스런 한국군대를 들었다 놨다 해서는 안될것입니다.
군대도 계속하여 더 좋은 통제환경을 고민해야 겠지만,지금 군대 때문에 저런놈이 생겼다라고 하는 논리는 틀렸다고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전 직업군인도 아니고 그냥 인터넷회사 기획팀장이라 인터넷에서 노는게 일이라서 글 남기는 거고(국방부 알바 이런말 나올까봐 ㅎㅎ) 솔직히 억지로 갔다온 군대지만 전투경험 하면서 군대의 필요성에 대해 피부로 느꼈기 때문에 글 남겨 봅니다
제가 102보충대 9월 14일 군번인데 입대하구서 다음날 일어나니 강릉에 무장공비가 출현했다구
하더군요....
덕분에 11사단 훈련소에 있을때는 통신보안으로 편지한통 쓰지못하고 퇴소했죠....
훈련 조교들은 이대로 전쟁나면 우리는 총알받이 신세라는등,
제주도로 이동해서 훈련마치고 실전 투입한다는등말두 많았죠....
그때 아직도 잊혀지지 안는말을 들었읍니다.
조교가"어제 니네 아비군번 하나 죽었다."....죽는구나....진짜 군대와서 총맞고 죽는구나.....
군인임을 실감하는 그순간부터 진돗개 상황이 끝날때까지 하루하루가 공포 그자체였읍니다.
자대가서 손,발톱 머리카락 자르고 봉투에 넣을때 그 기분......아직도 못잊읍니다....
연천 군부대 사건 희생자 분들께 조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