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만들었던 뜨개질에 이어서...
길게 떠두었던 주머니감을 이어붙이고 안감을 붙여서 주머니를 만들었습니다.
아이패드 담아야지!
나도 멋있게 클러치처럼 들고 다녀야지!(좌측) 하며 열심히 만들었는데...
실상은 아이와 다니느라 클러치는 왠말인가...
두손이 자유로운 백팩이나 크로스백이 최곱니다..
그래서 집에서 그냥 장식품이 되고 있죠...
어느날 너무 잠이 안 와서 작은방으로 와서 혼자 놀았습니다.
아이 물병싸개를 뜨다가 망해서 조그만 모티브나 뜨려고 했다가
급 선회하여 조그만 메는 지갑이 되었습니다.
몇달 전에는 램스울로 모티브 두장 떠 붙여서 심플하게 만들었는데 이제 좀 더 어렵게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앞뒷장 떠두고 옆면도 떠서 붙이고 끈도 떠놓고
안감을 넣으려고 생각했더니...괜히 두께감 주려고 옆면을 떴나....
안감도 옆면을 만들어야 하잖...(일이 점점 귀찮아짐)
하는기멩..안감도 겉과 안 다르게 넣고 (근데 티가 안나서 슬픔) 감침질인가 공구르기인가 열심히 하면 되겠지...
다행히 제 손바닥만한 조그만 지갑이라 그냥 강행하기로 했습니다.
안감도 달고, 지퍼도 달고 완성하니까 그럴싸해서 기분이 좋았는데 막상 아이는 잘 안 메더군요...
(뭘 메고 다니는걸 싫어함)
가끔 비타민 같은걸 넣어서 가지고 다니는데
사람들이 예쁜 지갑이라고 어디서 샀니? 하고 물으니
" 산거 아닌데 엄마가 떠준건데!" 하더라고요...
그때는 흐뭇했습니다...
원래는 작년 겨울에 스웨터를 대바늘(대바늘도 잘 못함 ㅠ)로 떠보려고 산 실인데
뜨개방에서 조금 배우고 못 가고 눈오고..춥고..애기데리고 가기가 뭐해서 띄엄띄엄 가니
뜨개방 아주머니가 오랜만에 오면 자기도 뜨는걸 까먹는다면서 타박을....ㅠ
소심해서 집에서 그냥 혼자 해봐야겠다 싶은게
코바늘 배우고나서 이제 할 수 있겠다 싶어서 해봤습니다.
여름이라 지금은 못 입고 가을에나 입을 수 있겠지요
색은 위쪽 사진이 훨씬 실제에 가깝게 나왔습니다.
말린 장미색이라고 하던가요
집에 사둔 나무단추가 있어서 달았습니다.
바지는 친정엄마가 만들어주신건데 넉넉해서 아이가 입고 무척 편하게 놉니다.
조끼처럼 큰 것은 처음이라서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인내심을 가지고 풀렀다 떴다 하면서 뜨니
할 수 있더군요!
자세히 보면 주머니가 엄청 짝짝이라 주머니 3개를 떠놓고 비슷한 것 두개를 골라 달았습니다...
어느날 아이가 자면서 잠꼬대로
헤헤 웃으며 " 엄마가 떠준거야..." 하며 배를 문지르더군요..(끈달린 손지갑을 목에 매달고 다니니 그 위치쯤 올거예요)
그래서 옆에서 맞장구 치며 우와 좋겠다...예쁜데.. 엄마가 떠줘서 좋겠네... 했더니
" 엄마.. 모자도 떠줘..."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응 그래.. 엄마가 시간은 오래걸리더라도 꼭 해줄게...하고나서 한 보름쯤 뒤에 완성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 같이 아이옷 가게에 구경간 적 있는데 거기 걸려있는 밀짚모자를 보고 혼잣말 했던걸 들은 것 같아요.
이정도면 뜰 수도 있겠는데...했었거든요...
성인 도안 가지고 아이사이즈 맞춰 뜨려니 헤매다가 또 풀렀다 떴다...
친정엄마 도움(실질적 조언)도 받고 남편 도움(콧수 가지고 방정식 만들어서 풀어줌)도 받아서 떴습니다..
실은 나이롱같은? 종이실인데 부드럽고 아주 가벼워요..
남편 말로는 고추밭에서 모종 맬 때 쓰는 하얀색 나이롱실하고 색만 다르지 똑같은데??? 라던데
저도 뜨고 나서 생각하니 그건 그렇더라고요.
실값 생각하니 그냥 나이롱실로 뜰걸 그랬나 싶기도....
더 더워지면 자주 쓰겠지요..?
틈틈히 떠본 모티브입니다..
예전에 떴던 것은 대부분 떼고 새로운 걸로 달았는데 요즘은 조금 시들하네요...
집안에 일이 있거나 하면 이렇게 과자나 케이크를 만드는데
그냥 먹고 없어지기만 하면 아까워서 사진 한장씩 찍어두기로 했습니다...
블로거들처럼 예쁘게 찍어보고 싶어서 이것저것 가져와봤는데 잘 안되네요..ㅠ
쿠키 만들어두면 아이도 가끔 먹고
선물 주기도 좋고... 가족들끼리 나눠먹기도 좋고 그래서
버터한덩이 사다가 가끔씩 만들기도 합니다...
가장 최근에는 앞치마를 만들었습니다.
친정엄마가 만들어서 아이에게 선물해주신 컨츄리인형인데(좌)
아이가 어느날 밤 인형이 맨 앞치마를 끄르더니 끙끙거리며 자기 허리에 매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인형거라 작아서 길이가 모자라서 그런거야.. 엄마가 만들어줄게..
근데 빨리는 못 만들어... 기다리면 만들어줄게 했더니 알아듣더군요...
그래서 며칠 걸려 만들었습니다..
끈이 핑크가 아니라서 조금 실망한듯(요즘 핑크가 제일 좋다고 함)
오늘 완성했으니 어린이집 다녀와서 매주면 좋아하겠지요...? 좋아할까...??;;;;
뜨개질 하면서 팟캐스트(지대넓얇, 이이제이등등..남편은 욕한다고 듣지 말라지만) 들으면
고민도 없어지고 마음이 편해져서 열심히 집중하게 되네요...
고민한다고 고민이 없어지면 이세상 고민이 없겠네라는 명언인지 격언인지가 있었던 것 같아요...
뭔가 배워서 내가 원하는대로 만들수 있으니 좋더라고요. 뜨개질하고 베이킹 배우면서 그게 참 좋았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