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집 뒤뜰 감나무에 말벌이 날아들었습니다.
목숨 걸고 창틀을 밟고 매달려 찍어봤습니다.
어렵게 찍은 사진이니만큼 많은 격려 부탁드립니다. ^^;;;
그럼 오늘의 이야기 "벌이 들려준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
#1#
이 이야기는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날아올랐던 어떤 벌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창가에서 나와 이야기를 나눴던 그 녀석의 이야기입니다.
#2#
오늘 우연히 창가에서 말벌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날개를 가진 녀석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개미처럼 나뭇가지를 기어다니는
이상한 녀석이었습니다.
왜 이녀석은 날아서 가지를 건너지 않고 굳이 기어서 건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3#
어렵게 건너간 가지에서 다른 말벌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쉽게 길을 비켜주지 않는군요.
한참 실랑이를 하다가 녀석은 가지 아래로 매달려 비켜갔습니다.
#4#
"잠깐 얼굴좀 보여다오..."
사진 찍을 욕심에 이렇게 중얼거리는 나에게 이녀석은 신기하게도
1분이 넘게 나를 이렇게 쳐다보았습니다.
#5#
처음엔 다른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전혀 다른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나를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6#
무언가 알 수 없는 교감이 오고 갔습니다.
처음엔 나를 경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사실은 창에 매달린 불쌍한 나를 측은히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모습이 꼭 나에게 무슨 말을 해주려는 것 같았습니다.
#7#
잠시 시간이 흐른 뒤 녀석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몇 개의 가지를 오고 가면서도
녀석은... 이상하게도 기어다니기만 했습니다.
#8#
심지어는 왔던 가지를 다시 돌아가려다가 떨어질 뻔 했지만..
날지는 않았습니다.
#9#
한참동안 녀석을 찍으려고 매달려 있다 보니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녀석은 여전히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10#
카메라를 내리고 목운동, 팔운동을 하다 문득 위를 쳐다 보니...
'녀석의 움직임이 향하고 있는 곳이 저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놓쳤던 녀석을 찾아보았더니..
아니나다를까 이번에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저 꼭대기를 향해 오르고 있었습니다.
#11#
아차!! 하는 순간에 녀석은 이미 꼭대기에 올라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한 장 더 찍을 기회도 주지 않고 휙 날아가버렸습니다.
망연자실... 좀 많이 속상했습니다.
하지만.. 녀석이 하고 싶었던 일이
가장 높은 곳에서 날아오르는 일이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니 가슴이 잔잔하게 떨려왔습니다.
'가장 높은 곳에서 날아오르다.'
그래서 그렇게 힘들어도 기어만 다녔구나...
나도 더 높고 아름다운 가치를 위해서 배를 깔고 기는 것처럼 겸손해야겠구나..
겸손은 더 높은 가치를 위해 준비하는 삶의 지혜로구나.
오늘 녀석이 서툰 모습으로 기어다니던 모습이 다시 한 번 나를 부끄럽게 합니다.
'나는 준비도 되지 않았으면서 걸핏하면 뛰어 오르고 날아 오르는 척 했구나.'
정말 날아갈 준비가 되기까지는 겸손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하루를 기는 것과 같이 찬찬히 준비해야겠습니다.
가장 높은 곳에서 날아오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