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노조, MBC 상대 파업 선언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5.23 19:40
출연료 인상 갈등.."26일부터 파업"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탤런트, 성우, 희극인, 무술연기자, 가수 등 1만3천여 명의 대중문화예술인이 소속된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조(위원장 김응석, 이하 노조)가 MBC를 상대로 파업을 선언, 최악의 경우 MBC의 프로그램 제작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23일 "어제 대의원 회의와 확대 간부회의를 열어 26일부터 MBC를 상대로 파업을 하기로 결정하고 오늘 쟁의 발생신고를 마쳤다"며 "파업 대상프로그램은 드라마 뿐만 아니라 MBC 프로그램 전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출연료 인상을 놓고 노조와 줄다리기를 벌이던 MBC가 21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안을 거부한데서 비롯됐다. 노조는 탤런트 8%, 가수 17% 인상, MBC는 탤런트 6%, 가수 15% 인상안을 제시했으며 서울지노위는 노조의 인상안대로 조정안을 제시했다.
앞서 노조는 KBS와도 출연료 인상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며 서울지노위의 중재 끝에 탤런트 6%, 가수 15% 인상, 복지기금 2억 원 지급 등이 포함된 안에 합의했다.
노조 측은 "협상창구는 언제나 열려 있다"고 전제한 후 "KBS는 적자회사지만 MBC는 흑자를 내고 있으므로 출연료를 더 인상해야 하며 이는 2006년 이후 3년치에 해당하는 인상안이기 때문에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MBC 측은 "KBS보다 출연료를 2% 포인트 높게 책정한 인상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연기자들과 접촉해 파업에 참여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최악의 경우 파업 참가 연기자를 빼고 드라마 대본을 수정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MBC는 "KBS와 같은 수준의 인상안을 최종 제의했으나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노조는 복지기금을 포기할 경우 두 자릿수의 출연료 인상도 보장하겠다는 MBC 제안마저 거부한 바 있다. 파업이 발생하면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경우 해당 외주제작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만약 노조의 파업이 예정대로 실행될 경우 26일 촬영될 드라마 '이산'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산'의 출연진 중 이서진은 노조에 소속되지 않았지만 한지민, 한상진 등은 노조에 가입돼 있다. 이후 노조원인 강호동, 유재석 등이 진행을 맡은 오락프로그램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노조가 예고한 파업 시점까지는 이틀 가량의 여유가 있어 양측의 물밑협상이 진행될 경우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
양측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양측이 파업이라는 최악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주말 동안 협상이 이뤄지면 의외로 원만한 해결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1988년 설립된 노조는 유인촌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노조위원장이던 1991년 출연료 인상문제로 20일 동안 파업을 벌인 적이 있다. 이후 '연개소문' '토지' 등의 드라마와 관련한 부분 파업은 수 차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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