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축구와 연애 혹은 섹스와의 상관 관계
최근 BBC는
Sex, Money: What's Gone Wrong?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습니다.
영국 현지에서도 꽤나 화제가 됐었던 것을 보면 이 다큐멘터리에 담긴 내용들은 꽤나 충격적이었던 모양입니다. 지나치게 많은 돈을 버는 축구선수들의 타락상을 주로 담았다고 전해지는데, 여기에는 웨인 루니와 다른 선수와 쓰리썸을 즐겼던 여성의 인터뷰도 실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축구선수들과 관계를 즐겼던 여성들이 인터뷰 형식으로 등장하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저는 실제로 구해보지는 못 했기에 기사 혹은 봤던 사람들의 발언들을 살펴 보았습니다.)
이들 여성들이 증명하는 것처럼 EPL의 많은 선수들은 그저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무분별한 성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통제에 따라 결코 하루 일과를 넘어서지 않는 훈련이 가져다 주는 시간적 여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많이 지급되는 연봉은 그야말로 돈을 물 쓰듯 쓰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을 수 있을지언정 경기 출전에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로익 레미는 강간 경력으로 인해 감옥에 가야 하는 처지가 되었음에 불구하고 사건은 조용히 일단락됐습니다. 올리비에 지루 역시 FA 컵을 앞두고 섹스 스캔들이 터졌지만 깐깐한 벵거 감독 휘하에서도 잘만 출전하여 트로피를 따냈습니다. 비즈니스와 사생활은 별개라고 여기는 유럽인들의 사고방식처럼 스캔들이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수 있을지언정 팬들은 여전히 그들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다만 이런 성공과 무분별한 섹스에 대한 동경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이런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진 것이겠죠.
사설이 길어졌군요. 한 마디로 지금 현재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손흥민의 연애 사실은 그의 경기력과 그의 경기 출장과 상응한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오히려 한 여자를 책임져 연애하고 결혼하는 것을 어린 나이부터 적극 권장하곤 하는 것이 스포츠계, 축구계의 현실입니다. 손흥민이 어떤 심각한 스캔들에 휩싸인다 한들 그의 실력이 뛰어나다면 그는 모든 경기를 선발로 출전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헤어져라!" 외쳐대는 한국 몇몇 축구팬들의 주장은 심각하리만치 터무니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2.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는 간단합니다. 역습 상황과 공격 전개에 대한 이해도가 가히 최악입니다. 동료들의 움직임을 예측해서 움직이기보다는 공을 받은 다음 생각하려 하기 때문에 경기 흐름의 맥을 끊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예를 들어 어제 에버튼 전을 보면 손흥민 선수는 상대 수비수와 너무 가까이 붙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분명 스스로 생각했을 때는 좋은 자리라고 생각해서 위치해 있는 것은 맞는데, 그렇게 생각한 그 자리는 이미 상대 선수도 좋은 자리라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선점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손흥민에게 패스를 한다면 그 공격 기회는 열에 아홉 무산될 가능성이 큽니다.손흥민이 기복 왕이라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손흥민이 선호하는 지역에 위치한 수비수가 조금만 뛰어나도 손흥민은 무력화됩니다. 다만 오만이나 바레인 혹은 대한민국처럼 상대적으로 수비적 지능이 떨어지는 팀을 만났을 때는 엄청난 활약을 할 수 있죠.
저는 K리그의 경기를 직관, 혹은 중계 가리지 않고 찾아보는 편입니다.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능적인 수비가 많이 떨어집니다. 계획한 대로만 움직이는 성향에도 불구하고 공격진을 무리없이 막아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냐면, 상대 공격진도 계획한 대로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 탓에 한국에서 정규 축구 교육을 단계적으로 밟아나간 선수는 해외에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해외 선수들은 적절한 피지컬만 갖췄다면 K리그에서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손흥민은 뭐랄까요. 꽉 막힌 대한민국 축구계에서 초중고대학교를 거치지 않았음에 불구하고 그가 계획한 대로만 움직이려는 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좀 더 창의적이고 폭 넓게 움직이며 마무리 과정 뿐만 아니라 전개 과정에도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이 상황이라면 대범한 태도로 도박성의 패스를 뿌릴 줄도 아는 델리 알리나 천재적이지는 않지만 성실하게 뛰는 라멜라를 밀어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한 마디로 지금의 손흥민은 축구를 못 합니다.
(레버쿠젠의 마지막 시즌까지 꾸준히 보여준 문제기 때문에 적응 문제라는 말은 일단 배제하겠습니다. 적응이 아니라 발전이 필요한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