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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하나로 웃겨주마"... 온라인 만화가 권순호 씨 | |
파란 스머프가 '숨어푸'라고 외친다. 그림 뒷편에는 눈에 빛을 내며 숨어버린 '아기곰 푸우'가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화의 한 장면이다. 상당수 독자들은 처음 이 만화를 접하면 "숨어푸라니, 오자 아냐?"라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뒷편에 숨어 있는 푸우를 보고 나선 "아, 숨어 푸?"라며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다. 요즘 포털 게시판과 커뮤니티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이 만화는 단 한 컷에 '언어 유희'를 담아 보는 이들의 허를 찌르는 것이 특징. 캐릭터의 표정과 평범한 생각을 뒤집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바로 인기 비결이다. 매번 기발한 내용을 한 컷에 담아내는 이 만화가는 누구일까. 등장부터 심상치 않은 권순호(29) 씨를 만났다. ◆ 오프라인선 게임업체 팀장, 온라인선 만화가 권순호씨는 처음 만날 때부터 기자의 상식을 뒤흔들었다. 자신의 만화 내용만큼이나 개성이 뚜렷했다. 만화영화 둘리에 나오는 '마이콜'의 머리를 연상케하는 가발을 쓰고 나타난 그는 일단 카메라 앞에 다양하고 특이한 포즈부터 선보인다. 호조넷(www.hozo.net)을 스스로 운영하며 '호조툰'이라는 만화를 연재하는 권 씨는 전업 만화가가 아니다. 그는 온라인 게임회사 '넥슨'에 몸담고 있는 경력 4년차의 디자인 팀장이다. 하지만 이날 그에게서 발견한 것은 위엄있는 팀장보다는 '재미'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영락없는 어린 개구쟁이의 모습이었다. 오프라인에서는 인정받는 게임 디자이너로, 온라인에서는 인기있는 만화가로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그에겐 삶 자체가 만화처럼 즐겁다. 권 씨는 마치 '무협지'의 줄거리를 설명하듯 자신의 삶에 대해 털어놓는다. 어릴때부터 그림을 그렸지만 대학 진학에는 실패했던 그는 과감하게 그림을 포기했다. "저는 포기가 빠르거든요. 바로 군대에 입대했죠." 그림을 포기한 권순호씨가 제대 후 처음 선택한 진로는 연기였다. 그는 스스로 '뮤지컬이 특기'라고 자신있게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연극영화과 진학 역시 실패했다고 웃으면서 털어놓는다. 대학 진학 실패가 아픈기억일 법도 한데 그는 '후회 없다'고 단정짓는다. "제 가치관이 '팔자대로 살자'입니다. 당연히 후회가 없죠." 자신의 가치관을 '팔자'라고 당당하게 밝힌 권 씨는 다시 그림을 시작해 한 게임회사에 입사했다. 그것이 지금의 넥슨에 근무할 수 있게 된 경력이 된 것. 그가 넥슨에 입사한 과정도 결코 예사롭지 않다. 면접을 보러 오라는 전화에 '넥슨은 뭐하는 회사냐'고 묻고 면접관 앞에서 다른 회사의 게임을 즐겨한다고 자신있게 말하기도 했다. "나중에 결혼하면 가훈을 정직이라고 할 생각입니다. 거짓말을 못하거든요." 농담섞인 그의 이 말이 진지하게 들리는 것은 왜일까. ◆ 호조툰의 강점은 단어와 그림의 조화 호조넷에 연재 중인 그의 만화는 두 가지 종류다. 자신을 캐릭터화해 일상을 담아 낸 그림과 '언어 유희'를 이용한 한 컷 만화 '호조툰'이 그것이다. 파란 타이즈를 입은 캐릭터를 통해 그는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낸다. 호조넷의 팬들에게는 권 씨의 일상마저도 재미있는 한 편의 만화가 된다. '호조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어와 그림의 조화다. '부산갈메기'라는 만화 제목 바로 밑에는 부산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 '메기'가 타고 있다. '부산 갈 메기'가 된 것. 팬들은 '당황하는 메기의 표정이 압권'이라는 평을 내 놓는다. 디자이너 일을 하면서 만화를 그리기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주저없이 '힘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르바이트생을 3명만 써도 좋을텐데요."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고교시절에 시험을 본 적이 있어요. 200점 만점에 90점을 맞았다는데…. 선생님 말씀으로는 아이큐가 이 점수랑 비슷하다고 했거든요? 그런 걸 보면 머리가 좋지는 않은데…. 관찰을 많이 해요. 물론 관찰한 것을 외우느라 힘들죠." '천하 비밀'인 자신의 아이큐를 엉뚱하게 털어놓은 권 씨는 만화 창작 비법을 '관찰'이라고 설명한다. 관찰을 통해 남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단어의 '숨은 뜻'을 집어낸다는 것. 직업에 걸맞게 권 씨는 게임과 만화를 즐기는 편이다. "제가 책을 안 보거든요. 읽다보면 남은 페이지들에 대한 압박이 생겨서요. '이걸 언제 다 보나.'하는 압박감이요." 그가 만화를 즐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만화책은 남은 페이지들이 자신을 압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컷에 많은 내용을 담은 그의 만화는 '이나중 탁구부'라는 만화책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이 책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라고 덧붙이며 '한 컷에 또 다른 재미가 숨어있는 만화'라고 칭찬한다. ◆ "스토리있는 만화 그리겠다" '호조툰'이 연재되고 있는 한 스포츠지에는 팬들의 칭찬, 격려와 함께 비판이 게재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팬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리플이나 의견을 따라가다보면 나만의 색이 흐려지고 중심을 잃어버릴 수가 있어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입니다"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만의 '색'이 뚜렷한 그이기에 가능한 대답이다. '색'이 뚜렷한 그는 넥슨 입사 초기 '예쁘고 귀여운 그림'을 그리느라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자신만의 끼를 발산하고 있다. 그는 "슬슬 제 스타일대로 그리고 있죠"라고 은밀하게 귀띔한다. 한 컷 만화를 통해 캐릭터를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권순호 씨. 똑똑하지 않기 때문에 시사나 풍자 만화가 불편하다는 권 씨는 현재 구축하고 있는 캐릭터를 이용해 스토리가 있는 만화를 그릴 계획이다. '웃기지 않으면 비판해 '내가 개그맨인가'하는 회의가 들 때도 있다'고 말한 그는 그러나 인터뷰 내내 유쾌한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내 자신이 '유머와 웃음'에 재능이 있음을 입증하기도 했다. "모르면 '즐(싫다,귀찮다, 무시 등의 뜻을 내포한 인터넷 언어)'입니다."라는 자신의 또 다른 가치관을 밝힌 권 씨의 '스토리 있는 만화'를 기대해본다. 함정선기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