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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53053
    작성자 : 앙앙~드레김
    추천 : 21
    조회수 : 2579
    IP : 211.114.***.136
    댓글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6/12/21 19:37:20
    원글작성시간 : 2006/12/21 17:37:24
    http://todayhumor.com/?humorbest_153053 모바일
    <펌> 아직 대한민국은 살아갈만한가 봅니다
    오늘 저녁 10시 10분쯤 2호선 신당역에서 지하철 사고가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승강장과 지하철 사이에 끼었던 것입니다.
    저는 6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기위해 2호선 승강장에 들어서고 있었는데
    들어오던 열차가 갑자기 저만치 중간에서 멈추더니 기관사가 급히 뛰어내리는 것 이었습니다.
    몇몇 여자분들이 비명을 지르고 많이 놀라셨는지 우시면서 뛰어왔습니다.
    순간적으로 사고가 났음을 알 수 있었죠.
    승강장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가까이 가면 어떤 상환인지 볼 수 있었으나
    너무나 끔찍한 장면을 목격할 곳 같아 먼 발치에서 발만 구르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지하철 무닝 열리더니 승객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왔고 맣은 여자분들이 격한 감정과 충격을 이기지 못해
    "사람이 끼었어~!' 라고 전화에 대고 흐느꼈습니다.
    곧 "열차를 밀어요"라는 외침과 함께 사람들이 매달려 열차를 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꼼짝도 안 하던 열차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자 조금씩 기우뚱거렸습니다.
    "하나, 둘, 셋! " "하나, 둘 ,셋!" 외침은 반복되었고
    반복과 함께 열차의 요동도 커졌습니다.
    놀라서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열차를 밀던 한 아저씨가 "여기 붙어요!"라고 다급하게
    소리치자 남자뿐 아니라 여자분들도 동참했습니다.

    잠시 후 상황은 종료되었습니다.
    도저히 가서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았으나
    사람들이 모여있기에 그리 끔찍하진 않은가보다 하고 살짝 가서 보았는데
    유혈이 낭자하거나 몸이 절단되거나 한 상황은 아니었고
    30대 후반에서 4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의식을 잃고 누워있었습니다.
    원래 야윈 분 같았지만 확실히 몸이 눌렸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환자는 119 구조대의 들것에 실려 급히 호송되었습니다.
    그리고 지하철은 다시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지하철 역에서 나와 거리를 걷는데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함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뛰어서 신호등을 건널 때에도 공사장 옆을 지날 때에도...
    자꾸 옆을 돌아보고 위를 쳐다보고 발걸음 내디딤에 주의하게 되었습니다.
    날씨는 쌀쌀한데 등에선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문득,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열차에 매달렸던 많은 분들의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몸을 던졌던 여성분의 모습도 떠올랐습니다.
    마치 그들이 나를 살려준 은인인양, 내 가족을 구해준 은인인양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고 당시 뭔 생각이었는지 사진기를 꺼내 급히 사진을 찍었는데
    사람들을 향해 외치는 "여기 붙어요!" 하는 아저씨의 음성이 들렸고
    그 소릴 듣는 순간 사진기 내던지고 열차를 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켜야 하는 중요한 짐이 있다고....
    이미 내가 붙을 자리는 없다고 정당화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아직도 뛰는 가슴이 진정이 안되네요.
    2002 월드컵 스페인전을 승부차기로 이겼을 때 신촌 거리에 쏟아져 나온
    사람들을 본 이후로 가장 감동적인 "단합"의 모습이었습니다.
    오늘 들었던 "하나, 둘, 셋!"은 "대~한민국"보다 열 배는 힘찼습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아무리 삭막한 사회라지만 아직 따뜻함이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네요...
    오유처럼~
    앙앙~드레김의 꼬릿말입니다
    큰 바다는 먼지와 쓰레기를 개의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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