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1살의 나이에 림프종 3기라는, 다소 흔하진 않은 혈액암 진단을 받고 1년이 조금 못 되는 항암치료 끝에 마지막 치료가 막 끝나고 나서였던 것 같습니다.
같은 나이에, 암이라는 흔치 않은 아픔까지 겪었던 나와 비슷한 어딘가의 어떤 한 청년은 그 아픔을 겪기 전부터 이미 희망이라는 작은 씨앗을 기부와 봉사를 통해 심고 있었습니다.
항암치료를 시작할때 스스로에게 던진 물음이었던 '나는 어떤 인간이며,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의 답을 계속 찾아가려 애쓰고 있을 때 그저 모니터 너머 어딘가의 존재였던 당신은 내게 살아갈 삶의 방향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약자를 돕는 삶" .
'저 사람은 왜 저렇게까지 자신을 희생해가며 남들을 돕고, 약자를 위한 헌신을 아끼지 않을까?'
자신의 판매수익을 다시 기부하는데 쓰고, 유명세를 이용하면 더 편하게 활동할 수 있을텐데 굳이 불편함을 자처하며 봉사하고,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남을 믿고 뒤통수를 맞아도 그 상처를 감싸쥐며 다시 그 힘든 발걸음을 옮기는 이유.
내게 던진 물음의 답은 '사람은 그 자체로 고귀하며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이며, 나 또한 그런 사람 중 하나이고,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이들의 그러하다. 라고 찾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야 할 수많은 갈림길 앞에서 당신은 그 목적지를 안내해주었습니다. "약자를 위하는 가치있는 삶을 살자"가 이때부터 제 삶의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처럼 내 모든걸 내어주며 남을 돕기에는 아직 제가 가진 욕심이 많은 듯 합니다. 또, 제가 많이 부족한듯 합니다. 용기있게 나서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게 어색하고, 목소리 내어 다른 사람들에게 함께하자 하지 못하고, 내 먹을 것, 내 쓸 것 줄여가며 남에게 선뜻 내어주기가 생각처럼 쉽진 않더군요.
그래서 저는 당신과는 조금 다른 길을 가려고 합니다. 항암치료 후 대학에 복학하면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위해 부족한 제 재능을 교육봉사로 나누려고 합니다. 자원봉사 포털을 통해 주말에 장애인 분들의 나들이와 행사에 보조를 하고, 독거노인 분들을 방문해 말동무해드리고, 방향을 잡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에게 부족하지만 따뜻한 조언을 나누어 주고, 관련 활동이나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당신과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려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평생 마주치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도착할 그 목적지에서 나는 당신이 웃으며 반겨줄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구만 리 같이 멀게만 느껴지고,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고민이 깊은 밤이네요.
제가 엔터스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힘을 낸 것처럼 어디선가 약자를 위해 작은 손을 내밀고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당신에게도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