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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징계에서 풀리면 백승호, 이승우는 FC바르셀로나(바르사) B팀에서 활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승호는 이미 FC바르셀로나 B팀에서 훈련 중이고, 이승우는 현재 수원FC와 함께 국내에서 훈련 중이지만 징계가 끝나면 스페인으로 복귀할 것이다. 이 두 선수가 우선 후베닐A팀에서 활약할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보도도 있었지만, 바르사에서 가장 전도유망한 선수들이기에 FC바르셀로나 B팀에서 조만간 뛰게 될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이 와중에 FC바르셀로나 B팀의 경기가 국내에 중계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연령별 대표팀에서야 겨우 볼 수 있는 유망주들이기에 많은 팬들이 경기력을 궁금해하기 때문에 추진되는 일임에 분명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유럽에 대한 일종의 ‘축구 사대주의’가 만들어낸 촌극이다.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언론이 유럽 축구에 대한 환상을 부풀리는 것이 시작인지, 팬들의 유럽 축구에 대한 동경이 시작인지 알긴 어렵다. 확실한 건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 악순환의 고리가 생겼다는 것이다. 유럽 축구가 최대 관심사가 되었고 그 속의 한국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된다. 그리고 이런 보도 때문에 축구팬들의 많은 관심이 유럽을 향해 있다. 백승호와 이승우 두 선수가 유럽에서 보이는 활약에서 대한민국 축구의 위상을 찾으려는 팬들과 이러한 팬들을 노린 언론의 보도가 이어졌다. 언론의 보도가 집중적으로 이어지면서 백승호와 이승우는 이미 우리나라의 성인 선수들을 포함해도 손에 꼽는 '스타'가 되어버렸다.
(△ 지난 U-17 대표팀에 소집되었던 이승우. 내년 1월이 되면 FC바르셀로나로 복귀할 예정이다. 출처: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이 와중에 우리나라 축구의 근간을 이루는 K리그는 언론과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K리그는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중계가 되지 않는다고들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K리그는 스페인 3부 리그보다 훨씬 수준이 높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스페인 3부 리그 중계를 추진함에 있어 축구의 수준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축구의 내용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수준 낮은 수비수들을 상대로 백승호와 이승우가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이들에게 환호하는 것을 지켜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백승호와 이승우가 아니더라도 유럽의 빅리그와 연관이 있는 선수라면 비슷한 관심을 또다시 받게 될 것이다. K리그가 중계되지 않는 것은 결코 재미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경기 내용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다면 보다 수준이 높은 K리그 그리고 AFC챔피언스리그의 중계도 없는 이 마당에 굳이 스페인 3부 리그를 중계할 이유는 없다.
스페인 3부 리그가 정말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리그인가. 아시아의 호랑이 ‘대한민국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이 활약하는 K리그가 그 어느 나라의 국가대표도 찾아보기 힘든 스페인의 3부 리그보다 정말로 수준이 낮을까. 우리나라를 2002년 월드컵 4강에 올려놨던 선수들의 대부분은 K리그가 길러낸 인재들이었다. K리그가 지금 경제적으로 위축되면서 많은 선수들이 중국을 비롯한 다른 리그로 많이 진출하고 있고, 중국에 밀려 예전 같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K리그는 매력적이고 강한 리그이다.
다만 우리는 유럽 축구라는 ‘꿈의 무대’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얼마나 활약하는지를 보며 더 즐거워한다. 우리의 평가보다는 유럽의 기준으로 한 평가를 더 궁금해한다. 백승호와 이승우가 지금과 같은 기량을 갖추고 우리나라에서 뛰고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관심은 없었을 것이다. FC바르셀로나로부터 관심을 받는다는 것 자체로 그들은 이미 특별해져 버렸다. 기준은 우리가 아니라 유럽 현지의 평가에 있다. K리그가 재미 없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 선수들끼리 경기를 치르고, 유럽의 언론이나 현지 팬들의 긍정적 반응을 지켜볼 수 없기 때문이 아닌가. 스스로 평가하는 K리그의 실력에 대한 불안함이 있는 것은 아닌가. 축구팬들과 언론 사이에 유럽의 축구가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니 K리그 중계도 부족한 마당에 스페인 3부 리그를 중계하겠다는 반(反) 축구적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백승호와 이승우의 실력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들은 성인 무대에서 보여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막 성인 무대에 합류했을 뿐이며, 그 팀은 스페인의 3부 리그 팀이다. FC바르셀로나의 기대를 받는 ‘유망주’가 뛸 팀이기 때문에 스페인의 3부 리그 팀이 국가대표가 즐비한 K리그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현실이 너무도 씁쓸할 뿐이다.
더구나 타인의 시선에 기준을 둔다는 것은 대한민국 축구와 우리의 기대를 받고 있는 두 선수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대한민국 축구, 특히 K리그는 앞으로도 한동안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 밀려 인기를 누리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특히 K리그는 올해까지도 중계가 몹시 적었다. 특히 우리나라 팀이 조별리그에 4팀 참가해서 4팀 모두 16강까지 올랐던 AFC챔피언스리그는 재방송도 지켜보기 어려웠다. 인터넷 중계가 없었더라면 경기 자체를 지켜보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스페인 3부 리그를 중계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K리그의 위상을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다. K리그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인기를 모으려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누군가를 스타로 만들고 이야기거리를 생산하는 것은 언론과 팬이다. 축구 사대주의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상 우리는 우리 축구를 스스로 인정하지 못할 것이고, K리그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을 갖춘다고 해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할 것 같다.
한편 백승호와 이승우에게 쏟아지는 이야기들이 불편한 것은 우리가 그들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마치 FC바르셀로나의 주전이 될 것이 자명한 것처럼 여기는 팬들이 많다. 비슷한 맥락의 언론 보도도 심심치 않다.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이런 행동이 이제 10대 후반의 청소년에 불과한 두 선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두 선수가 앞으로 우리의 기대처럼 캄프누를 누비는 이니에스타나 메시 같은 선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첼시 같은 빅클럽에서 뛰는 파브레가스나 페드로 정도의 선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두 선수에게도 지켜보는 우리나라의 팬들에게도 큰 행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스토크시티에서 뛰는 보얀 정도의 성장을 보인다면 어떨까. 혹은 미국 무대에서 뛰는 지오반니 도스 산토스 정도가 된다면 팬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언급한 선수들은 모두 FC바르셀로나의 유스팀 출신으로 현재 활약하는 무대의 수준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훌륭한 프로 축구선수이자 국가대표로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우리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쏟아내는 비난의 수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아직 성인 선수로서 제대로 된 데뷔도 하지 못한 두 선수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시절의 박지성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제 성인 선수로서 첫 발을 내딛는 백승호와 이승우는 PSV아인트호벤에서 많은 것을 이루고 맨체스터유나이티드로 진출했던 박지성과는 입장이 전혀 다르다. 선수의 소속팀이라는 외적 기준을 가지고만 선수를 판단한다면 백승호와 이승우가 어엿한 프로 축구선수로 성장했음에도 우리는 ‘실패자’라는 낙인을 찍을지도 모른다. 단지 그들이 'FC바르셀로나 1군 승격'이라는 우리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 제 2의 메시로 손꼽혔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장은 보이지 못한 보얀. 하지만 그는 스토크시티에서 여전히 프로 선수로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스토크시티FC 홈페이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활약하는 무대인 유럽 빅리그에 대한 동경은 당연하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활약하는 우리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자랑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국가대표팀과 K리그를 정점으로 하여 말단의 동호회 수준까지 대한민국 축구가 튼튼해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국내에서 차범근, 박지성처럼 위대한 선수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재능 있는 선수들은 해외 유명클럽에서 성장할 기회만 찾지 않을까. 우리 축구의 기반인 K리그가 받는 관심도 부족한데, 스페인 3부 리그나 중계하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는 행태는 사대주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조선 시대의 사대 정책이야 당시 세계 최고의 강국인 중국을 상대하며 실리를 취하려는 의도가 있었지만, 축구계의 사대주의는 팬들의 즉각적이고도 위험한 흥미를 끌 수 있을 뿐, 대한민국 축구 전체와 선수 개개인에게 모두에게 득이 될 게 없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은 축구계에 적용될 수 없는 것일까. 유럽의 평가가 없어도 우린 충분히 훌륭한 대한민국의 축구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출처 | http://sports.media.daum.net/sports/worldsoccer/newsview?newsId=20151217103204190&rMode=list&allComment=T http://blog.naver.com/hyon_ta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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