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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data_1527285
    작성자 : 독거v
    추천 : 20
    조회수 : 1430
    IP : 125.138.***.178
    댓글 : 43개
    등록시간 : 2014/04/27 12:43:25
    http://todayhumor.com/?humordata_1527285 모바일
    [미개] 중고 돌도끼 팝니다.

    2012년 1월,

    마을 메머드 공대를 따라갔다가 홀로 낙오되어 추위를 피하려 들어간 곳이

    암사동 간석기 매장 움막이었고,

    매장 직원이 검치호 모피 담요와

    따뜻하게 데운 메머드 쓸개즙을 가져다주었다.


    역시 명품매장은 서비스도 명품이구나 하면서

    내 싸구려 뗀석기 도끼에 낀 서리가 없어질즈음-

    아직은 차갑게 얼어붙은 손가락을 녹이기 위해

    따뜻한 메머드 쓸개즙이 담긴 빗살무늬 토기를 감싸쥐고 있던 나는

    움막 한 가운데서 강렬한 횃불 조명을 받으며 도도하게 놓여있는

    T자형 돌도끼를 보았다.


                   117.jpg


    "저거...이거 이름이 뭐에요?"

    "아...이번에 새로 개발된 간석기방식 돌도끼에요. 미개하게 돌을 깨뜨려서 만든 뗀석기가 아니라...어쩌고 저쩌고...

    손잡이 부분은 장인 가문에서 특별히 기른 최고급 상수리 나무로 블라블라...메머드 힘줄로 보강이..."


    솔직히 점원의 설명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내 싸구려 뗀석기 도끼와 비교하며 조심스레 날 끝에 손가락을 대어 보니

    여지없이 베어져 피가 흘러나왔다.

    괜찮으시냐 호들갑을 떨며 들쥐 모피로 내 손가락을 지혈해주고 행여 도끼날에 피가 묻었을까 살펴보는 직원 너머로

    횃불 조명아래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그 도끼는

    "난 아무나 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야."

    라며 스산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내가 저런걸 들고 다녀서 뭐하겠나...

    뗀석기로도 이제껏 대충 먹고 살았는데.

    그래도 아쉬웠다.


    도끼의 T자형 머리는 무게 밸런스가 완벽해 보였고 찍고 걸어당기고 막는 도끼의 모든

    베이직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손님들은 다들 암사동, 미사리, 오산리 등의 정품 간석기 도끼를 들고서는

    암사동 간석기 매장에서 마치 심사위원이라도 된양 눈짓 손짓 해가며

    매장 직원들에게 이거 날 갈아와라 이걸로 네 손모가지 찍어봐라

    진상을 떨고 있었고

    품격있는 암사동 간석기 매장 움막 직원들은 그런 건방진 언동에도

    고고하게 웃으며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저게 진정 명품을 차고 다니는 사람들의 태도인가.

    궁금했다. 이 도끼를 들면 나도 저렇게 사람들을, 직원들을 하대할까...?

    난 동네에서 산 들쥐육포 3장짜리 뗀석기 도끼가 전부인데.


    접대용 미소 뒤로 진땀을 흘리며 손님들의 말도 안 되는 주문에

    힘들어하던 직원 하나를 붙잡았다.

    "저기요."

    "네 고객님, 메머드 쓸개즙은 다 드셨어요? 안 추우세요?"

    그 바쁜 와중에 내 걱정을 해준다. 고맙기도 하지. 이번에는 내가 당신을 도와줄께요.

    더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이 정도 서비스를 하는 매장의 제품이라면

    묻지 않아도 신용이 가능하리라.

    "매장에서 진상떠는 것도 도끼가격에 포함되는거야 하하하!"

    라고 웃으며 말하는 아저씨, 아줌마들에게 들으란 듯이 말했다.

    "이거 얼마에요?"

    "아...간석기 T자형 도끼...들쥐육포 274장입니다 고객님"

    "주세요."



    주세요.

    주세요.

    주세요.

    ...

                                                              117.jpg



    들쥐육포 60장짜리 토기를 사겠다고 직원을 2시간쨰 붙잡고 있던 아줌마도

    도끼날에 새겨진 상표가 틀어진거 같다며 1시간째 직원을 괴롭히던 아저씨도,

    다 날 쳐다봤다.

    직원은

    '이래야 내 고객이지!'

    라는 표정으로

    "평소와 다름없이 검치호 모피 날싸개도 드릴까요?"

    라고 물어보았고 나는

    "네 평소처럼 그렇게 해 주세요. 쓸개즙도 한 잔 더 주시겠어요?"

    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나의 두 달치 사냥감이 그 자리에서 날아갔지만

    그 추운 겨울날,

    나를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과

    좋은 바위를 갈아 장인이 정성들여 만든 좋은 도끼,


    그리고 이 모든 좋은 추억을 갖게 해준 T자형 간석기 도끼가 있기에 아쉬움은 없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궁수 전직비용 마련하려고 판매합니다.

    손잡이에 쓸림 조금 있습니다.

    마을에서 메머드 공대 구성할때만 들어서 20번 정도 썼습니다-사용감 있습니다 B+정도.

    날의 강도도 아직 검치호 이빨도 능히 부술만큼 단단하고 날만 잘 세우면 메머드 가죽도 쉽게 찢습니다.


                                Untitled-1.jpgUntitled-2.jpg


    들쥐육포 274장에 구입한거 90장에 판매합니다.

    저렴한 암사동 동굴매장 제품이 아니라 암사동 장인움막 정품입니다.

    직접거래만 하며 정품확인과 날세움을 위해 암사동 매장움막에서 직접 만나 거래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써놓고 보니 별로네 힝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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