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있는 이 내몸이 (현재)서울시민인게 유머. 내일 시험인데 이 글 쓰고 있는 것도 유머.
오유에서 "귀엽노" 논쟁이 한창이네요.
거의 부산 토박이로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논쟁이 안타까워 글 써봅니다.
우선, 나는 귀엽노는 분명 쓴다/안쓴다 그러니까 일단 반대를 줘야겠어! 하시는 분은 dntjs 4번 항목으로 가주시길 바랍니다.
1. 자기소개
저는 거의부산토박이입니다.
20년 동안 타 지역에서 단 한 번도 1주일 이상 머무른 적 없이 부산 토박이로 살다가, 2년 전 공부를 위해 서울로 왔습니다.
주거 문제로 인해 주소지는 서울로 옮겼구요.
자랑처럼 들릴까 걱정되지만, 개인적으로 언어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편이라 생각합니다.
서울사투리와 부산사투리를 구별해서 사용합니다. 서울 처음 오고 2주 정도 걸려 가능하게 된 능력(?)입니다.
1년에 4달정도는 부산에 머무르는데, 친구들은 저의 부산말에 어색함을 느끼지 않고,
서울에서는 부산 출신임을 밝히지 않으면 대체로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물론 아주 예민한 서울 토박이들을 매우 간혹 알아차립니다. 이 경우는 다른 서울 사람들도 신기해하더라구요.)
현재 외국여교육계통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2. 사전지식의 정리
일단,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대상은 동남방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남방언은 부산/대구를 중심으로 한 경남/경북권의 방언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동남방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노/-나의 사용인데요,
영남지역에서 거주해보신 모든 분들이 동의하시듯, wh의문문은 -노? yes/no의문문은 -나?를 사용합니다.
(ex. 와why그라노? 뭐what먹었노? 니 돌았나?)
3. 논란의 약술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동남방언의 Why의문문에서 의문사를 생략할 수 있는가"입니다.
일단 2번에서 약술한 -노/-나의 사용법에는 모두 동의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경험적으로 "귀엽노"는 사용하지 않는다, 사용한다를 두고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 싶습니다.
우선 밝혀둘 것은, 많은 오유 경상도유저분들이 주민등록증까지 인증하시며 밝혀주셨듯, 실제 사용한다는 의견이 다수라는 점입니다.
이 것이 어법적으로 맞냐, 틀리냐를 떠나 해당 언어의 사용자들이 사용한다, 라고 말하는 것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귀엽노", 사용합니다.
4. 문제.
그러나 문제는, 적지 않은 분들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계시다는 겁니다.
분명 이 또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1. 모든 언어 사용자가 모든 종류의 문장체계를 구사하는 것은 아니다.
2. 연령/지역에 따라 동남방언도 다양한 분화를 보인다.
라는 두 가지 전제 하에, 한 가지 방법을 도입해보고자 합니다.
귀엽노를 사용한다/사용하지 않는다라고 하시는 분들은 댓글에
경남/경북(부산,울산은 경남 대구는 경북으로 기재해주세요. 행정구역상의 차이는 있으나 언어적으로는 포함되리라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지역(부산, 구미, 밀양, 이렇게요),
연령대(동남 방언도 언어사용층에 따라 굉장히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사용여부.
이렇게 적어주세요. 한 번 사용여부와 지역분포 사이의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아봅시다.
5. 귀엽노의 사용
일단 "귀엽노"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저는 이 형태가 어색하지 않음을 밝혀두겠습니다. "밥먹었노?"도 마찬가지입니다.
어감상으로도 어법적으로도 귀엽노나 밥먹었노 앞에 why형의 의문사가 생략되었다는 점은 확실한 듯 합니다.
(다른 wh의문사, 예를 들어 뭐, 언제, 누가 등의 의문사가 생략되기도 한다!라고 하시는 분도 예시와 사용 남겨주세요.)
생략은 동남방언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자질구레하게 표현하는 것이 귀찮고 징그러운 경상도 사람들에게, 생략이란 가장 중요한 언어생활습관입니다. 밥으로 무엇을 먹었니?가 뭐므뭇노?가 되는 것에서 알 수 있죠.
6. 미묘한 차이점!
다만, 개인적으로 논란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는,
"와 이래 귀엽노?"와 "귀엽노?"의 어감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겁니다.
단순히 전자를 생략한 형태는 제가 느끼기에도 어색합니다. 모든 경우에 의문사를 생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제가 보기에 후자의 가장 큰 특징은 수사적이며, 감탄형이며, 따라서 강조형이라는 점입니다.
이 차이는 후자의 어미를 -잖아?라고 바꾸어 보면 가장 크게 나타납니다.
"밥 먹었노?", "귀엽노?" 등의 의문문은 "뭐야밥 먹었잖아?", "귀엽잖아?ㅎㅎ"로 바꾸어도 의미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이는 후자가 수사적Rhetorical하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분명 구조적으로는 의문사의 생략으로 만들어진 문장이나, 맥락과 관용어구로서의 발전에 따라 이러한 의미로 발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7. 무심한듯 시크하게
동남 방언은 그 시크함축약성에 가장 큰 특징이 있습니다.
그럼, 상황과 예문을 만들어 실제 의미와 사용의 차이를 살펴 볼까요?
1) 귀엽노?
레디~액션!여자친구가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 한다. 남자친구는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주고, 머리를 헝클며(그녀가 곱게 꾸미고 나온 날이라면 이러시면 안됩니다.)
"귀엽노?" > 아구 어리버리 한 게 귀엽다ㅎㅎ
2) 밥먹었노?
약속시간에 40분 정도 늦었다제정신인가. 친구들은 이미 밥을 먹고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뒤 늦게 도착해 이 사실을 안 나는 나는 말한다.
"아 뭐고? 밥 먹었노?" > 뭐야 나 빼고 밥 먹었잖아? 아 짜증--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안녕. 아 배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