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놀랐다, 양구!
[조선일보 정성진기자]
19일 오후 강원도 양구군을 가로지르는 수입천. 며칠 동안 쏟아진 폭우로 늘어난 물이 하천변의 바위 덩어리들을 때리며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었다. 이 바위들은 시멘트 제방 대신 쌓은 둑으로 하천변이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한 하천 정비 사업의 결과다.
양구군청 류인욱 계장은 “하천의 면적을 넓히면서 친환경적인 바위 제방을 쌓은 것”이라며 “수해 방지 효과도 좋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천 약 20㎞ 하천 옆은 거의 모두 이런 바위 제방으로 돼 있다. 최근 양구가 기록적인 폭우를 맞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수해를 덜 입은 이유는 이 같은 방식으로 하천을 넓혔기 때문이다.
강원도를 덮친 폭우가 절정의 힘을 발휘하던 14~16일 양구군에는 513㎜의 비가 내렸다. 인제 등 인접한 군보다 수십㎜ 이상 많은 비였다. 상식적으로 비가 많이 왔으면 피해도 커야 한다. 그러나 양구군의 피해는 강원도에서 강수량 순위와는 거꾸로 최하위 수준이다.
정부가 17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강원도 7개 군의 추정 피해액을 발표한 것에 따르면, 양구군의 피해액은 150억원으로 두 번째로 적었다.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인 것이다. 양구군청의 한 관계자는 “다른 군에서 피해도 별로 안 봤는데 웬 재난 지역 지정을 받느냐는 전화도 한다”며 “그래도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니까…”라고 말했다. 특히 인명 피해는 단 한 명도 나지 않았다. 양구군으로서는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일은 2002년 태풍 ‘루사’로 강원도가 큰 수해를 입었을 때도 나타났다. 인접 지역에는 수백억원의 피해가 났고 전국적인 재산 피해는 5조1000억원이었다. 이때 양구의 피해는 3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양구군청 김대영(金大榮) 부군수는 “묘하지만 1999년의 경험이 하천 범람에 의한 피해와 인명 피해를 줄인 가장 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양구군에는 지난 1999년 8월 4일간 66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강수량 자체가 많았지만 군청과 주민들은 별 다른 대비책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파로호의 물이 역류하면서 750가구에서 2200여명이 대피했다. 하천 둑은 무너졌고 다리는 파괴됐다. 피해 금액은 무려 500억원.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이때 나간 복구비만 710억원이다.
이때부터 양구군청은 각종 예산을 다 긁어 모아 수백억원을 들여 하천 정비를 시작했다. 우선 목표는 하천의 폭을 넓히는 것. 물의 에너지를 키우는 둑 높이기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실제로 양구군은 주요 하천인 수입천의 넓이를 1999년 폭우 피해 이전의 0.89㎢에서 현재 1.21㎢로 무려 36% 넓혀 놓았고, 서천의 넓이는 1.66㎢에서 1.89㎢로 14%늘렸다. 이것이 1차적인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또 짧고 낮은 교량에서 병목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하고 교량을 길고 높게 다시 만들었다.
이번 수해로 강원도에서만 40명이 넘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나왔지만 양구군에서 인명피해가 없었다. 양구군청 공무원들은 “인명 피해를 막는 것은 방법 자체는 간단했다”고 입을 모았다. 400여명에 달하는 공무원과 마을 이장 등이 기상청 호우주의보가 뜨자마자 각 동네를 누비고 다녔고, 위험한 계곡에 있는 관광객들은 텐트를 접고 떠날 때까지 1대1로 붙어 있었다는 것. 김대영 부군수는 “피해도 많았지만 그나마 인명피해가 없는 것은 자랑스럽다”며 “1999년 사고 이후 큰 산사태 등 어쩔 수 없는 것은 제외하고 사람이 막을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을 군청과 주민들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구=정성진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sj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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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 이야기고 ^0^;; 또 이곳 양구공무원들은 타 지방자치가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해서
올립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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