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수입과자 전문점에서 한글표시사항이 누락돼 유통기한과 성분을 확인할 수 없는 다수의 수입제품이 낱개로 신고 없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A 수입과자 전문점. 수십 종류의 수입과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200~300원의 염가 제품도 많아 지나가는 학생들의 발길을 잡아끈다.
서울 시내에서 수입과자 도소매업을 하는 이모씨(51·여)는 "미끼상품으로 손님을 유인하는 것"이라며 "싼 제품으로 손님들을 끌면 다른 상품들의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낱개 수입제품 대다수에는 의무적으로 부착돼있어야 할 한글 표시가 없었고 일부 제품은 유통기한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이날 A 과자점은 한글표시사항 위반과 최소판매단위 위반으로 서대문구청의 행정지도를 받았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A 상점에 현장 방문해 1시간 반 동안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한글 표시의무를 위반한 제품이 다수 발견됐다"며 "최소판매단위를 지키지 않은 제품만 전량 회수하고 행정지도 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수입과자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수입과자 전문점에서 대용량포장 제품(벌크제품)을 낱개로 뜯어 싸게 판매하는 방식이 성행하고 있다. 국내제품과 달리 이들 수입제품 대다수에 유통기한이나 한글표시가 누락돼 있는데도 이에 대한 파악이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정상적인 통관절차를 거쳐 국내에 들어온 모든 수입식품에는 '식품위생법에 의한 한글표시사항'이 부착돼 있어야 한다.
식약처 불량식품근절추진단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정상적인 수입절차를 거치는 경우 취급 처리기준은 잘 지켰는지 성분은 국내기준에 맞는지 등을 확인하는데 통관절차를 밟지 않은 제품은 이런 부분이 확인이 안 된다"며 "유통기한이나 한글 미표시 식품을 판매하는 경우 업주는 처벌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많은 식품점에서 한글 미표시된 수입과자가 버젓이 팔리고 있는 실정. 대용량 원 제품보다는 주로 '낱개제품'에 한글표시사항이나 유통기한이 누락돼있는 경우가 많다.
마포구 서교동의 B 수입과자 전문점도 마찬가지. 풍선껌과 유명 시리얼, 젤리 등이 각각 몇백원에 불과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대용량 포장제품을 뜯어 낱개로 판매한 탓에 유통기한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
현행법상 벌크제품을 낱개로 판매하려면 담당구청에 신고하고 지시에 따라 유통기한과 한글표시사항, 원수입자 등을 표기해야 한다. 이런 신고 없이 제품을 임의로 재포장하거나 개별포장단위로 분리해 판매하는 건 불법이다. 하지만 임의로 포장지를 뜯어 판매하는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식품 최소단위에 한글표시사항을 표시하지 않으면 유통기한이나 성분 등을 확인할 수 없어 식중독이나 알레르기 등 위험요인이 발생할 수 있고 소비자들의 상품 구매 전 알권리가 침해된다"고 설명했다.
관계당국은 이 같은 현황을 파악도 못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1/4분기 동안 수입식품과 관련한 위반사항이 보고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한 구청관계자는 "정기적으로 단속을 시행하기는 하지만 워낙 업체 수는 많은 반면 인력은 부족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업주들도 이 같은 낱개 판매방식이 잘못된 것인지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이날 행정지도를 받은 A 과자점 업주는 벌크제품을 임의로 뜯어서 낱개로 파는 것이 불법인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