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모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중국에서 떠오르는 새로운 반려동물 산업에 관해 취재한 내용을 보았습니다.
반려동물 전용 온천에, 반려동물 전용 식당, 반려동물 전용 마사지 센터, 피부미용 센터 등 눈이 부실정도로 화려했습니다. 반려동물=부르조와라는 공식이 적용되던 중국에 그렇게까지 화려하기 짝이 없는 시설들이 들어 섰다는 것이 처음에는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더군요.
한편 걱정도 됐습니다. 반려동물 문화가 성숙하는 속도보다 반려동물의 수가 성장하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를때의 폐해를 이미 한국에서 경험하고 있으니까요.
지난 6월, 중국에서 광견병이 번져서 해당 지역내의 모든 개들을 도살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솔직히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1년에 주사 한번이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것이 광견병이니까요.
그리고 지난 11월 2일, 중국은 강력한 반려동물법을 통과시켰습니다. 한 가구당 키울 수 있는 반려동물의 수는 한마리로 정하고, 크기가 큰 반려동물은 아에 키우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었습니다. 뭐, 가구당 사람의 아이 수도 제한하는 나라니까 어쩔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충격적인 사진을 보았습니다.
<자신의 반려견을 살리기 위해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주인
출처:
www.agfasia.org> 지금 중국에서는 35cm이상의 개는 모두 죽이고 있다고 합니다.
35cm... 그 조건에 맞는 개는 얼마나 될까요.
자그마한 치와와나 요크셔테리어 정도일까요.
(우리집 반려견들은 모두 35cm 넘습니다. ㅠ.ㅠ)
왜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1. 광견병 파동
아래의 사진은 지난 6월 중국 광견병 파동때 찍힌 사진입니다.
<겹겹이 쌓인 개의 시체 속에서 자신의 마지막을 기다리는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었을 반려견
출처:
www.agfasia.org> <갓 태어난 자식들 때문에 도망가지 못한 어미견
출처:
www.agfasia.org> <결국 자식들의 눈 앞에서 살해당한 어미견
남은 자식들 역시 엄마와 같은 길을 걸었을 것입니다.
출처:
www.agfasia.org> 위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광견병이란 1년에 한번 예방 접종만 하면 절대로 걸리지 않는 병입니다. 한국에서는 봄, 가을, 두 번에 걸쳐서 국가에서 광견병 예방접종약을 동물병원에 배포합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보통 때 보다 싼 가격에 광견병 예방 접종을 맞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경기도는 무료더군요.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중국에는 그런 제도가 없었나 봅니다. 게다가 제대로 된 반려문화가 없이 반려동물의 숫자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버려지는 유기견의 숫자도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유기견들이 광견병 예방 접종을 맞을 기회가 있을리 만무하지요.
결국 중국은 유기견 문제를 고민하고, 광견병 예방 접종에 대해 홍보를 하고, 반려동물 문화를 성숙시키는 까다롭고도 귀찮은 일을 포기하고, 주인들에게 약간의 보상금 (630원)을 지불하고 모조리 잡아다 죽이는 편안한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 중에는 광견병 예방 접종을 맞은 개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구분하기 귀찮았을 테지요.)
비록 비윤리적이고 잔인한 방법이지만, 중국 정부는 그렇게 쉽고 빠른 해.결.책(?)을 생각해 낸 것에 대해서 자화자찬했을지도 모르겠군요.
2. 미성숙한 반려동물 문화와 베이징 올림픽
중국에 일때문에 자주 왕래하는 지인분께 중국의 반려동물 문화에 대해 여쭈어 보았습니다.
중국의 풀밭은 배설물 천지라고 하더군요. 비단 개 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배설물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과장이 섞였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반려동물이 길에 싼 배설물은 주인이 처리한다"라는 반려동물 문화가 성숙하기란 몹시 힘든 일이겠지요. 강력한 처벌규정을 담은 "반려동물 등록제"를 시행해 봤지만, 문화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성숙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한편 "도시"의 특성상 베이징의 반려동물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 그만큼 유기견의 수도, 길거리의 배설물 양도 늘어납니다.
자, 중국 공산당 정부는 머리가 아파졌습니다.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캠페인을 하고, 제대로 된 반려동물 문화를 교육시키려고 하니 귀찮고 힘도 많이 들겠지요.
결국 중국은 광견병 파동 때처럼, 또 다시 가장 간단한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올림픽 전에 개를 모조리 죽여버리자...
어차피 소형견들의 배설물은 작으니까, 35cm 이상의 개는 모두 죽여버리면 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참 간단하지요.
그리하여 35cm이상이 되는 개는 모두 울부짖는 가족들의 애원을 뒤로 하고, 공안의 손에 잡혀서 죽음을 당했습니다. PETA(동물의 윤리적인 대우를 위한 사람들의 모임)에 따르면 그 수가 무려 10만이 넘는다고 하는 군요.
지난 12월 2일, 중국에서는 천안문 사태 이후 최대규모로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집회가 있었습니다. 공산당 독재하의 중국에서는 놀라운 일이지요.
<베이징 반려동물 학살 반대 집회 장면
출처:
www.agfasia.org> <집회 포스터
출처:
www.agfasia.org> 중국인들 뿐 아니라, 국제적인 동물 보호 단체인 PETA도 앞장서서 국제적인 관심을 호소하면서, 전 세계인의 청원을 모으고 있습니다.
(중국정부에 항의 메일을 보내기 위한 PETA 사이트 바로가기 =>
http://getactive.peta.org/campaign/stop_china_cruelty) 이것이 호화 찬란한 반려동물 관련 사업과 거기서 벌어들이는 돈에만 관심이 있고, 제대로 된 반려동물 문화에는 관심이 없던 중국의 현재 모습입니다.
과연 이렇게 단순하게 "금지"시키는 것으로 해결하려 하는 게으른 정부가 중국 뿐일까요?
반려견관련 산업의 경제적 가치가 1조 8천억원에 이른다고 뉴스에 나오는 대한민국의 경우는 어떨까요?
반려견 운동장 캠페인을 하면서 서울시 공무원분들과 자주 통화를 했습니다. 그 분들 중 한분이 개때문에 자꾸 문제가 일어나고, 민원이 들어 온다고 불평을 하시더군요. 그래도 그런 문제를 줄일 수 있는 해결방안에는 별 관심이 없으셨습니다. 그저 금지해 버리면 간단한 일이니까요.
그래서 제가
"그러면 아에 서울 시민들한테 개를 키우지 말라고 하지 그러세요?"라고 묻자,
그분이 그러시더군요.
"그러면 좋겠지만, 그렇게는 못하죠."라고요.
자,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반려견의 대량 학살이 과연 남의 나라 이야기일까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기 귀찮으니까, 무조건적으로 금지 시키는 것이 그 강도는 다르지만 중국만의 이야기 일까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반려동물 전용 캐리어도 사용하지 않고, 자기 개의 배설물도 제대로 치우지 않고, 예방접종에는 관심도 없고, 귀엽다고 데려와서 귀찮아지면 버리는 악덕 견주들을 교육시키고, 제대로 된 반려동물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것이 몹시도 귀찮은 일이고, 힘든 일이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일하기를 몹시 싫어하시는 게으른 분들께는 더욱 귀찮은 일이겠지요.
그러나 귀찮더라도, 힘들더라도, 무조건적인 금지보다는 제대로 된 반려동물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훨씬 더 나은 길이라는 것을, 중국 정부는 몰랐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중국 정부가,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가, 서울 시청이, 쉽.고. 간.단.한 방법을 버리고, 모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부지런한 정부, 부지런한 시청"이 되어 주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꿈일까요?
★ 반려동물을 사랑한다면! ★
잊지 맙시다!!!
★ 일년에 한번 - 광견병 예방 접종, 종합 예방 접종★
★ 한달에 한번 - 구충제 ★
★ 여름에만 한달에 한번 - 심장사상충 예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