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서를 찾아라' 15년 동안 단 1명만 맞힌 문제
자기 주변의 환영에 시달리는 공포증(phobia)을 가진 환자가 그린 그림
지난 4일 저녁부터 한국의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그림이다. 눈이 수북이 내린 마을 앞을 3대의 트로이카(세 필의 말이 끄는 러시아 특유의 썰매)가 지나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각 트로이카에는 마부를 포함해 4명이 타고 있다. 얼핏 보면 평범한 이 그림이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그림이 첨부된 게시물에는 '정신병자가 그린 그림의 비밀'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그림을 정신병자가 그렸고, 이 속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의미이다.
이를 처음 알린 네티즌은 오늘의유머의 '숲으로오는길'님. 그는 지난 11월 30일 한 러시아 블로그에 올라온 자료를 영어로 번역한 게시물을 한 해외사이트에서 보고,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 올렸다.
정신병자가 보고 따라 그렸다고 추측되는 그림
그가 올린 글에 의하면 그림을 그린 사람은 매우 심각하고 희귀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자기 주변의 환영에 시달리는 공포증(phobia)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한 교수가 학생들에게 이 그림을 보여주고는 "이 그림 안에는 그림을 그린 사람의 정신병을 확연히 나타내는 자취가 있다. 15년 동안 단 한명의 학생만이 이 자취를 찾았다"며 학생들에게 약간의 힌트를 제시하고 맞히도록 했다고 한다.
그 힌트는 '세밀한 부분에 집착하지 말라, 대신 그림 전체를 봐라', '그가 가진 공포증의 정체를 발견할 수 있다면, 답을 알아낸 것이다', '이 그림 안의 시간, 바로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자문해봐라', '그림 안 자질구레한 것들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그림 안의 장소는 어떨지 생각해 봐라' 등이다. 또한 지금까지 학생들의 답 중에서 가장 근접한 추리는 ‘광장 공포증’이며, 문제의 핵심은 '물과 공기'라고 '숲으로오는길'님은 덧붙였다.
▷ 오늘의유머 '숲으로오는길'님 설명 전문 보러가기
그림과 설명을 읽은 네티즌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오늘의유머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많은 300개에 육박하는 댓글이 달렸고, 네티즌들은 그림을 그린 사람의 정신병이 무엇이고, 그림에 어떤 자취가 숨어있는지에 대한 갖가지 해석을 내놓았다. 대표적인 의견들은 아래와 같다.
12313님 : 왼쪽 그림과 오른쪽 그림과 떨어져 생각하면 같은 장소를 그린 다른 각도의 그림 입니다. 왼쪽그림은 유모차나 뒤에서 스키타는 아이들이 있는데 오른쪽 그림에는 마부도 암울하게 변하고 아이들은 한명도 안보입니다. 뭐 납치라고 볼 수도 있겠죠.
배슬기추리님 : 혹시 허수아비를 태우는 의식과 관련되어 있지만 허수아비는 아니다. 눈이 녹고 있다. 이 그림은 봄을 나타내고 있다. 물과 공기가 힌트이다. 자신이 사람을 죽여서 시체를 불태워 눈속에 파묻었는데, 눈이 녹아 물이 되면 발견될까봐 무섭고, 공기는 시체를 태웠으니 연기발생에 무섭고 그러한 공포인가?
으음..Ω님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 저 그림을 그린 사람은 물에 대한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저는 저 그림이 시간과 보는 각도가 다른 세 개의 장면을 하나의 그림으로 합쳐 놓은 것이라고 봅니다. 이것을 유념하시고 가장 가운데 장면을 자세히 봐 주십시오.
두 남녀와 유모차가 있는데 유모차 안에 아이가 없습니다. 맨 왼쪽 그림을 보면 두 남녀는 스키를 타고 어디론가 급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아이를 찾으러 가는 길이겠죠. 오른쪽 맨 아래를 보면 마차의 말 한마리가 고개를 돌려 무언가를 보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물이 보입니다. 그림에는 작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큰 강이거나 호수입니다. 이것은 아마도 두 남녀의 아이가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듯 합니다.
맨 오른쪽 그림을 보면 스키를 신은 두 남녀의 앞은 눈으로 된 언덕이 보이는데 실은 그것은 물입니다. 집이나 나무가 없다고 생각해보면 물이 거의 화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나다랄님 : 우선 교수가 말한 물과 공기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물'에 대한 공포증이 있고, 또한 공기의 움직임 즉 '바람'에 대한 공포증이 있습니다.
그럼 말이 내려오기 전의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언덕에서 말이 빠른속도로 내려오겠죠. 왼쪽 귀퉁이에 조그만 물이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강이나 호수겠죠. (일단 물에 공포증이 있기때문에 작게 표현 했다고 생각합시다. 내가 물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작게 그리겠죠.)
거기서 아슬아슬하게 커브를 틀어 물을 비켜 갑니다. 여기서 환자는 엄청난 안도감을 얻습니다. 이 그림을 본 환자는 소름돋을 정도로 무서워 몸을 움츠리겠지만 결국 물을 피해감으로서 고개를 살짝 들며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 있겠죠. 여기서 환자는 굉장한 만족을 얻는겁니다.
교수는 또한 공기에 초점을 맞추라고 했습니다. 이 환자가 그림 그림의 원본을 보면 매우 역동적이며 공기 흐름의 표현을 두려워 하지 앖습니다. 하지만 여기서의 그림은 공기의 움직임을 매우 두려워해서 매우 절제된 표현을 합니다. 일단 굴뚝에 연기가 일자로 뻗어있으며 말이 달릴때의 공기의 저항(=상대적인 바람)에 의한 눈의 휘날림을 표현하지 않습니다. 환자가 복잡한 생각은 하지 않고 몸을 움츠리며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표현하는 겁니다. 단지 무조건 바람이 없는 안정된 상황을 원하는 겁니다.
위와 같이 러시아 교수가 낸 문제가 답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심도있는 해석을 한 네티즌들도 있었지만, "낚시일 것이다"는 댓글을 올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유는 정답을 공개하기로 한 날인 12월 1일에도 정답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 이 때문에 이 그림에 대한 내용을 처음 번역해 유명하게 만든 사이트인 'VeryRussianTochkaNet(
http://www.veryrussian.net/ )'에서도 네티즌들 사이에서 낚시(hoax)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한다.
VeryRussianTochkaNet의 한 네티즌은 "정답은 밝혀지지 않을듯 하다. 교수라는 사람은 나타나겠다고 한 날에 나타나지 않았고, 거짓말을 한 듯 하다. 이것은 지저분한 낚시일 뿐이다"는 글을 올렸고, 많은 호응을 받았다.
이런 의견들에 대해 '숲으로오는길'님은 "이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출제된지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아직도 대다수 사람들은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다. 결과는 하루 이틀 내로 밝혀질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실버리버'님은 댓글로 "낚시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며 "한 러시아 박물관의 홈페이지(
http://www.museum.ru/outsider/cole_6_1.htm )의 '정신 병리학적인 표현(Psychopathological Expression)'이라는 코너에 이 그림이 올라와 있다"고 전했다. 박물관 홈페이지에는 이 그림이 A.Kuplin이라는 사람이 그렸고, 제목이 'Maslenitsa Festival'이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마슬레니차 축제란? : 슬라브 민족의 원시신앙에서 유래한 러시아의 봄맞이 축제.)
그림 보러가기 :
http://www.museum.ru/outsider/pice.asp?psih_07 네티즌들이 격론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이 이 교수의 제자였다고 주장하는 익명의 러시아 네티즌의 댓글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아래는 이 네티즌이 러시아어로 올린 글을 VeryRussianTochkaNet의 운영자가 영어로 번역한 것이다.
영어 : “In this painting, we are Spring. You can see water, melting snow, in the lower left corner. The people are looking at us, afraid that their little world is about to melt down. They’re escaping from us, from Spring, in those sleds. It’s also why all the doors of all the houses are shut.”
한국어 : 이 그림에서 우리는 봄이다. 왼쪽 아래 모서리에 눈이 녹은 물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그들의 작은 세계가 녹아버릴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우리를 보고 있다. 그들은 썰매를 타고 봄에게서 우리에게서 탈출하고 있다. 그것이 모든 집들이 문 전부를 닫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해석에 대해 VeryRussianTochkaNet의 운영자는 "이 해석이 믿을만 한 것인지 아닌지 알지 못하지만, 나에게는 충분히 그럴듯 하게 들린다. 그리고 이 해석은 자기 주변의 환영에 시달리는 공포증을 갖고 있는 이 환자의 상황과 꼭 들어맞는다"며 이 익명 네티즌의 의견에 대한 지지를 표현했다.
그림을 그린 환자가 어떤 공포증(phobia)을 갖고 있는지, 그림에는 어떤 자취가 남겨져 있는지 밝혀진 바가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위 해석들 중에 정답이 있는지, 단지 낚시일 뿐인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이 문제의 정답이 무엇인지 또 언제 밝혀질지 네티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출처 :
http://todayhumor.dreamwiz.com/board/view_temp.php?table=bestofbest&no=14703 VeryRussianTochkaNet 게시물 :
http://www.veryrussian.net/2006/the-final-meltdown-probably.html#more-158 다음뉴스 주소 :
http://news.media.daum.net/net/200612/06/dkbnews/v14956981.html?_right_TOPIC=R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