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첫번째 이별로 힘들어하는 후배를 위로해 주다가 문득 생각나서 글을 써 봅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연인과의 이별에도 익숙해 집니다. 아프지 않다는 말은 아니지만 두번째 이별은 처음만큼 아프지는 않다는 말이지요.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특별하죠. 처음 겪어보는 감정이니까요. 그래서 첫번째 이별도 특별하게 아픕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1. 매달려 볼까요?
하고 싶으면 하세요. 울고 불고, 찾아가고 매달리고, 전화걸고, 메일 쓰고... 해 보고 싶은 것은 다 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 어떤 찌질한 짓이라도, 해 보고 싶으면 하세요. (단, 범죄의 수준-스토킹, 폭력, 납치 등등-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매달린다고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잠시 돌아오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지 않은 결말이 나게 됩니다. 그/그녀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 좋아요.
돌아오지도 않을건데 나는 왜 매달려야만 할까요? 네.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매달리시면 됩니다.
매달려보고 싶으면 해 보시라는 겁니다. 매달려 볼 걸... 하는 미련조차 남기지 말라는 거지요.
2. 언제까지 매달려요?
매달리다보면, 정신이 문득 차려지는 순간이 옵니다. 상대방의 마음은 식었고, 내가 매달리고 있는 상대는 나를 사랑해주던 그 상대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반응이 나오거든요. 상대의 매몰찬 행동에 정신이 차려지기도 하고, 상대방의 어떤 말에 정신이 차려지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는 상대방이 "이제 그만 나를 놔 줘." 라는 말을 하는데 문득 정신이 차려지더군요. 뭐랄까... 그때 저의 느낌은 어땠냐면,
왜, TV 보면서, 아 저런거 나도 해 보고 싶다, 하는 장면이나 대사 있잖아요? 누군가의 뺨을 호되게 후려친다거나 물을 뿌려본다거나 뭔가 멋진 대사를 날려준다거나...
저는 그때 그 사람이 '이제 그만 나를 놔 줘.' 라는 말을 해 보고 싶었던 거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누가 나한테 찬물을 확 끼얹어 준 것처럼 정신이 확 들더군요. 아. 내가 지금 이거 뭐하고 있지? 그러면서 그에대해 남아있던 마음까지도 완전히 사라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3. 그렇게 정신이 차려지면 마음이 안아파요?
아니요. 정신을 차리는 것과는 별개로 마음은 여전히 아파요. 하지만 처음처럼 그렇게 아프지는 않아요. 그 이후의 아픈 마음은 천천히 아물어 갑니다.
단지... 스스로에 대한 희망고문을 멈추게 되고요, 그가 돌아와도 받아주지 않을 수 있는(헤어졌던 사람이 돌아오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고 했지요?) 마음의 태세가 갖추어지는 겁니다.
4. 사랑이 다시 올까요?
네. 다시 옵니다. ^^ 믿으세요.
5. 똥차가고 벤츠온다는 말은 진짜 맞아요?
이 말은 어떤 조건을 갖추었을 때 맞아요. 연애는 사람을 성장시킵니다. 단, 자신이 성장하려는 마음이 되었을 때만 성장시킵니다.
그 깨어진 연애가 왜 깨어졌는지를 반추해 보세요.
처음부터 잘못된 사람, 아닌 사람을 만났을 수도 있어요. 그럼 사람보는 눈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면 다음번엔 그런 똥차 안만납니다.
내가 상대방에게 뭘 잘못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이게 자책을 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자책은 무의미해요. 그러나 반성은 스스로에게 도움이 됩니다. 그가 유난히 싫어했던 나의 어떤 행동을 고칠 수 있으면 고쳐보는 겁니다. 물론 그 행동을 싫어하는 게 상대방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들어 얼마전 고게에 올라왔던 옷차림에 간섭하는 남자친구이야기에서의 경우처럼, 말도 안되는 간섭을 하는 경우가 있지요. 그런 걸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럴때 객관성을 찾기 위해 우리는 친구에게 말을 해 보고, 온라인에 글을 써보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내가 문제가 있었다면 고치는 겁니다.
내가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 사람이 된다면, 다음번 연애는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 사람과 하거나 최소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연애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게 똥차가고 벤츠온다는 말의 진실입니다.
6. 그 사람이 벤츠였던 것 같아요, 이제 나는 그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자신이 없어요.
자... 5번 문항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습니다. 당신이 그 벤츠였던 사람과의 만남에서 무언가 조금이라도 얻은 것이 있다면, 당신은 더 나은 사람을 만나게 될 겁니다. 그러나 발전하지 못하고 끝난 연애로 인해 망가져 버린다면, 네, 당신은 이전의 사람보다 더 못한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발전시키든 퇴보하든 그건 당신의 선택에 달린 문제입니다.
저의 경험을 말씀드린다면, 저는 첫번째 연애에서 친구의 말에 휘둘리는 남자를 만났었습니다. 저를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그 친구들의 저에대한 평가에 많은 것을 의존하는 남자였죠. 저는, 남자친구의 그런 성향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음에도 남자친구의 친구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고 그것이 결국은 헤어짐으로 이어지더군요. 네. 친구의 말에 휘둘려서 여자친구에대한 마음이 식는남자. 찌질하죠. 찌질이새끼! 하고 무시할 수도 있고, 아, 남자들은 그런 것에도 헤어질수가 있구나(물론 헤어짐의 원인이 그것만이라고 할수는 없겠습니다만.) 아니면 적어도 그런 남자도 있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죠. 모든 것은 전적으로 당신의 선택에 달린 것입니다. 어쨌든 저는 첫 연애에 그런 것들을 배웠고, 그 아픈 깨달음은 훗날의 연애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제가 첫번째 연애의 상대를 그다지 높이 평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많이 키웠던 것만은 사실이라고 인정하고 그에게 고맙게 생각합니다.
7.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 것이 맞을까요?
이 말 역시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당신은 지금 마음이 많이 아픈 상태이기 때문에, 당신의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무엇이라도 찾아 매달리게 됩니다. 분명,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 것이 가장 빠른 치유책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빠른 치유책이 좋은 치유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무시무시하지만 저는 실제로 주변에서 사람을 사람으로 잊기 위해 아무나 만나다가 생각지도 않게 인생이 꼬여버린 케이스를 본 일이 있습니다.
그 친구는 전 남친과 헤어진 아픔을 달래기 위해 방황하다, 전남친과 사귀던 당시 친하게 지냈던 전 남친의 친구중 한명과 사귀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별로 좋지 못했습니다. 과거가 부끄러운 것은 아닙니다. 비밀로 해야만 하는 무언가도 아닙니다. 하지만 알아서 좋을 것이 없는 일중의 하나가 상대방의 과거 연애사입니다. 그냥 연애를 했겠거니~ 라고 생각하는 것과 누구와 언제 어떻게 연애를 했는지를 아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를 잘 알아들어주셨으면 좋겠군요.
일단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여기까지 입니다.
질문이 있다면 답글 달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