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가도 괜찮을까요..
20대 초중반여자입니다. 분에 넘치는 사람과 사귀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부분에서도 제가 더 나은점이 없어요.
상대방은 명문대에 재학중인 동갑이에요. 저는 2년재를 다녀요. 애인은 과외를 해서 한 달에 250을 버는데 저는 수습기간으로 나가서 겨우겨우 진빠지게 일하고 70~80 받구요. 이런부분보다도 더 박탈감 느껴지는건 외적인 부분...
저는 정말 정말 평범한 키도 평균보다 작고 통통한편인 그렇다고 개성도 없는 어쩌면 평균이하의 사람인데. 여자친구는 키도크고 몸매도 늘씬하고 얼굴도 길가다보면 지나가는 사람이 뒤돌아 보고 지나갈정도로 예뻐요. 저랑 데이트하는중에 번호를 물어보는 남자도 많았고 엔터종사자라며 명함을 내미는 사람도 봤네요.
여자친구를 처음본건 고등학교 1학년때였어요. 입학식때 단상위에 올라가서 표창장을 받았는데 그때부터 유명인사였어요. 공부도 잘하는데 몸매도 좋고 예뻤으니까요. 전 그냥 세상 참 불공평하다. 하고 생각하고 말았었어요. 엮일일 없는 부류니까요. 전 공부를 잘하는것도 뭐 한가지 뛰어난 점도 없었으니..
그리고 고2때 같은 반이 되었고 어쩌다보니 한 무리가 되었어요. 6명이 같이 무리가 되어다녔는데. 전 걔가 무서웠어요. 차가운 인상도 한몫했지만 저를 어떻게 생각할지 알고싶지 않았거든요. 제 자격지심이었죠. 그냥 너무 잘났으니까 나랑은 어울리지 않는것같아서 1년을 보내면서도 겉으론 한무리지만 둘이서만 따로 이야기를 하거나 만났던적이 없었어요. 제가 피했거든요. 걔는 개의치 않고 많이 챙겨주려고 했는데 가진자의 여유같은게 싫었어요.
고3때는 다른반이 되었고 다들 입시때문에 정신이없었기때문에 아무일 없이 시간이 지났고 역시 걔는 알아주는 명문대에 저도 제 수준에 맞는 대학을 가게됐어요.
입시가 끝나니까 전에 있던 단톡방이 활성화 되더라구요. 그렇게 여행도 같이 가고 자주 만나서 술 마시고 놀고 그랬어요. 모든 만남에서 저를 유별나게 챙겨서 친구들도 아주 둘이 사귀는줄 알겠다. 하고 놀릴 정도였어요.
저는 술을 잘 못마셨는데 걔는 술도 잘마셨어요. 하루는 걔가 술취한 저를 부축해서 집에 데려다줬는데 나중엔 업어서 데려다줬거든요. 날이 엄청 추웠던거같은데 술을 마셔서 몸도 뜨겁고 등에 업혀있으니까 더워서 더 취기가 도는것같았어요.
걔가 너 나 싫어하지. 하고 담담하게 묻는 질문에 아니라고 말했어요. 근데 걔가 웃으면서 나 왜 싫어하는건데? 이유나 알자. 하고 하는말에 그냥 아니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때부터였나봐요. 저는 이쪽이 아닌줄 알았는데 걔한테 설레기 시작한게.
걔가 했던말이 나 싫어하는거 아니면 내일 영화 보자고, 그게 첫 데이트였고 제 마음을 알게되니까 주책맞게 별거 아닌거에도 너무 설레더라고요. 특히 안아줄때 손잡을때마다 얼굴이 빨개졌어요. 걔도 알았을거에요.
걔가 좋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게 없었어요. 자신이 없었거든요. 걔는 저와 친구들한테 커밍아웃을 했던상태였어요. 그리고 전 걔가 고등학교때 사겨왔던 남자들이 얼마나 잘생기고 괜찮은 사람들인지 아닌데 어떻게 나 따위가..ㅋㅋ 그런생각만 했거든요.
그냥 친구로 오래 지내고싶었어요. 매일 저한테 전화를 걸고 제가 조금만 힘들어해도 직접 찾아와서 위로해주고 신경쓰고 그런게 그냥 친구로서의 호의인줄 알았어요. 걔가 절 좋아할 확률? 그런건 있을 수가 없으니까요.
기적같게도 발렌타인데이에 고백을 받았어요. 얼떨떨하고 믿기지가 않았지만 너무 행복해서 앞으로도 행복할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제가 문제라서 그게 안되더라고요. 너무 과분한 사람이라는게 매순간 뼈저리게 느껴지니까 여자친구가 넘치는 사랑을 줘도 속이 너무 허하고 부족한 기분이고 나쁘게 굴게되고 그랬어요. 그런 제 자신이 너무 못나고 싫었는데 여자친구를 만나기만 하면 더 못나지는 제자신이 너무 싫었어요.
제가 잘난건 없어도 뭐 그런대로 낙천적인 성격인줄 알았는데 정신차려보니 자존감은 바닥이고 저는 밑빠진 독이었어요.
화를 내도 짜증을 내도 다 이해해주는 여자친구가 답답하기도 하고 내가 이래도 넌 날 좋아할거야? 대체 어떻게? 하는 바보같은 생각도 계속났어요. 내가 나쁜건맞지만 더 나쁜사람같이 느껴지는것도 싫고 넌 인격적인 부분까지 완벽해서 왜 나를 이렇게까지 비참하게 만드는건지 속마음을 털어놓은건 아니지만 정말 별것도 아닌걸로 트집잡고 히스테릭하게 굴고 만나자는 약속은 바쁘다고 미루고 피하고 나중엔 제가 2주정도 잠수를 탔어요. 그리고 헤어지자고 했어요.
비겁한 변명이지만 속마음 이야기하기가 싫어서 난 이쪽이 아니라 남자를 좋아하는것같다는 말로 상처를 줬어요. 정말 나쁘죠.
걔는 제가 행패부리고 잠수 타고 그러는데서 어느정도 예감을 하고 있었나봐요. 그렇게 헤어지고 나니 정신을 차렸는데 저는 걔한테 해준게 없는데 제가 받은건 너무 많은거에요. 그 빈자리가 너무 커서 견딜 수 가 없었어요. 하지만 맨정신으로는 걔한테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지은죄가 한둘이 아니니까.. 어떻게 어떻게 술을 마시고 저도 모르게 걔한테 전화를 해서 좋아한다고 미안하다고 내가잘못했다고 네가 너무 좋아서 내가 미친거같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어요.
정말 제가 양심도 없고 미쳤지 싶었는데 다음날 바로 걔가 절 찾아와서 후회할거면 왜 그랬냐고 기회줄테니까 지금 당장 자기한테 고백하라고 했어요. 그렇게 두번째로 사귀게 됐을땐 정말 정신차리고 내가 잘해야지 잘해야지 했는데 연애에 서투른 저(한달정도 사구고 헤어진 남자가 연애의 전부였고 지금 여자친구가 거의 첫사랑과 마찬가지) 와 능숙한 여자친구가 비교되면서 질투가 났어요.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 만났던것도 싫고 그냥 주위에도 잘난 사람들 많은것도 싫고. 어딜가든 주목받고 중심이되고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 제사람이라는게 처음엔 좋았는데 나중엔 비교하게 되고 또 자존감이 바닥을 치더라고요. 나는 왜 저렇지 못할까. 내가 네 옆에 있는걸 주변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하다못해 너와찍은 사진을 내 SNS에 올려도 내 지인들이 너를 보며 연예인이야? 와 친구야? 겁예 대박. 이런 댓글이 달리는데 학벌좋은 네 대학지인들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생각들이요. 잘못하나 없는 걔를 몰아세우면서 화를 내도 내가 부족해서 그런가봐. 더 잘할게 하면서 저자세로 나오는 여자친구에게 저는 치졸하게도 우월감 같은걸 느꼈나봐요.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치졸하고 못났는지..
말도 안되는 이유로 헤어지자고 말하면 안절부절못하는 걔를보면서 제가 어떤생각을했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엉엉 울면서 이러지말라고 나 너무 힘들다고 저한테는 화한번 못내고 약한 모습을 보이는 상대에게 느낀 감정도요.
헤어졌다만났다를 반복했다고 말하기도 우습네요. 전부 제 변덕에 히스테리였으니까요.
이짓이 끝난건 제가 인터넷으로 만난 동성애자 지인에게 제 고민을 전부 털어놓고 나서 부터였어요. 그 사람과는 부담이없었어요. 편했고 저랑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사람이 너가 하고있는 연애는 길게 끌어봤자 서로한테 좋을거 없을거라고 자기랑 만나보자는말에 제가 넘어갔고 여자친구한텐 이별을 통보했어요. 다른사람 만난다고. 이제 너랑은 정말 끝이라고 미안했다고 이야기했어요.
아무말도 못하고 우는 여자친구한테 더 해줄말이 없어서 그 자리를 뜨면서도 미안하지만 후련하다. 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미쳤었나봐요.
새로 만나는 사람과는 뭘 해도 즐거웠어요. 설레진 않았지만 심리적인 압박감이없었고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했어요. 그건 친구를 만나도 똑같은건데 왜 그걸 몰랐는지.
그런데 걔는 워낙 완벽하고 주위에 좋은사람도 많으니까 나같은거 없어도 아무상관 없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친구한테서 너 정말 너무한거 아니냐고 연락이 와서 놀랐어요. 음식도 못먹고 잠도 못자고 스트레스때문에 몸 망가지고 쓰러진거 병원데려와서 수액 맞히고있다고요. 뭐 어떻게 싸웠길래 애 상태가 이지경이냐고 소리지르는데 정말 심장이 내려 앉는기분이었어요. 병문안을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했는데 병문안을 가면 눈물이 날것같아서 못 갔어요. 그리고 어제 문자를 받았는데 저한테 보고싶다고. 우리 정말 끝이냐고 묻는데 아무 답장도 못했어요.
다시 사귀자면 사귈것 같은데 제가 미친년이 되서 또 얘를 괴롭히게 될까봐 무서워요. 그런데 완전히 무시하고 끊어내자니 제가 아직 얘를 좋아하는것같아요. 문자를 받고 느꼈어요. 나도 얘를 좋아하는데..
상처주고 싶지 않고 사실 너무 미안해서 얼굴 볼 생각하면 무서워요. 그런데 너무 이기적이게도 전 이기적인 선택을 하게될것같아서 겁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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