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제목을 적어야 할런지 세상을 깨는 알 설국열차라 해야 할지 고민이 좀 되었습니다. 너무 무난하면 아무래도 리젠이 떨어질테고 이런 글타래에는 리젠이 떨어지면 '검증'이 문제가 되죠. 그렇다고 좀 있어 보이나 스포가 적나라하게 들어나는 제목을 붙이기에는 오유가 지나치게 크네요. 그냥 무난하게 가야겠네요.
스포 부분은 당연히 있습니다.
구인류의 상징 - 커티스, 남궁민수
2014년 7월 1일 77개국 정상들의 합의하에 온난화를 막기 위한 CW-7라는 화학 물질이 대량 살포되고, 그 부작용으로 지구가 얼어붙게 되고 인류 최후 생존지로 남게 된 호화 크루즈 열차에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뭐 영화는 열차에서 시작해서 시종일관 열차에서 진행되고 끝이 나니 다른 배경이 있을 수 없지요.
일단 이 영화를 SF적인 요인도 요인이지만 염세적인 세계관의 현실 비유는 매우 직관적이며 처절한 생존논리가 양립 되어 있습니다.
세계가 얼어붙으면서 생존 자체가 한계를 요구하는 열차안은, 처음 티켓을 구매한 소수의 부유층 앨리트 등 소수의 선택 받은 '인구'이외에 무임승차한 꼬리칸 사람들만이 지구에 생존한 '모든 인류'라는 설정은 이 영화의 '혁명'이라는 당위성을 설명함과 동시에 '인류유산'을 상징하고 있지요.
선택 받은 '인류'에게만 누천년 인류가 쌓아온 모든 '문명'의 정수를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지구의 '생태계'는 박살이 났어도 '인간의 세계'는 열차안에서 보존 되었으며 설국 이전 '구매'한 '티켓'만이 그들 권리의 당위성의 전부이지요. 반면 꼬리칸의 사람들은 설국 이후 살아남은 극소수의 사람들이 무임승차한 것만이 그들이 받는 탄압의 '유일근거'입니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환경'이 키웁니다.
혁명의 욕망을 교육받고 혁명으로써 진보의 길을 걸어온 인류의 역사는 '전쟁'과 '혁명'의 번복과 반복 그 자체지요.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되는 몇몇의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인류 최초의 인권혁명인 프랑스 혁명 또한 흉작과 신흥 부르주아들과 구귀족간의 권력대결이 빚어낸 마찰열이 종내는 혁명의 도화선에 불씨를 붙혔고 그 결과는 인권혁명이었지만 당시의 혁명은 그 혁명을 감당할 '모든 것'이 있었습니다.
사람도 있었고 지혜도 있었고 무엇보다 '농사' 지을 수 있는 땅과 기후가 있었지요.
설국열차는 그 자체로 '종결'된 세계입니다. 더 이상의 분열도 진보도 '용납 할 수 없는' 인류의 마지막 세계이죠.
그럼에도 혁명의 도화선은 그 싹이 잘릴수가 없습니다. 혁명의 뜨거운 열망을 가진 '마지막 인류'이니까요.
바로 이 부분에서 봉준호 감독의 혁명에 대한 매우 강렬한 메시지를 돌출됩니다.
열차내의 혁명을 바라는 리더 커티스와 문 밖 세계에서의 새로운 '개척'을 꿈꾸는 남궁민수는 봉준호 감독의 학명, 상징의 그 자체이지요.
영화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멸종'이라는 단어이지요. 멸종의 의미란 무엇일까요?
단어의 뜻 그대로 '멸종', 더 이상 있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 멸종이라는 단어는 커티스가 윌포드의 앞까지 가면서 이 열차의 운명에 대해서 커티스 자신조차도 알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영화 초반 잡혀간 아이들이 '멸종'한 '영원한 엔진'의 부품으로써 사역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또한 자신의 혁명은 그야말로 '마지막 인류'의 '마지막 발악'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묵시적으로 반대했던 개척에 커티스 자신조차 동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열차안에 있는 한 '인류 자체'가 멸종 될 수 있음을요. 그리고 남궁민수의 개척에 '성냥불'을 붙히게 되지요.
신인류의 상징 - 요나
설국 원년 태어난 트레인 베이비 요나가 어째서 신인류가 될 수 있느냐? 마지막 남은 인류의 아담과 이브가 아닌 신인류의 새로운 신화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요나의 능력 자체에 있습니다.
처음 요나가 감옥칸에서 풀려 난 식량칸 앞칸을 보면서 '달려 온다' 라는 의문의 말을 남깁니다. 이어서 차례차례 앞칸으로 전진하면서 요나는 의문의 말을 남깁니다. 대규모 진압군을 앞둔 칸 앞에서 커티스는 요나에게 묻습니다. 투시력이 있느냐고? 그리고 요나는 앞칸을 한참을 응시하고 외마디 비명을 외치게 됩니다. 문 열지 말라고 말입니다.
바로 초능력입니다.
봉준호 감독 인터뷰에서 말한 단군설화는 바로 이를 두고 하는 얘기지요. 초능력을 가진 신인류 요나에 의한 신화적인 영역의 신인류 개척사의 주연이 바로 요나이죠. 뒤집어진 열차안에서 나온 요나가 마주친 곰은 회복되는 생태계의 상징이 아니라 '초능력'을 가진 요나가 넘게 되는 부족 설화의 시초이니 말입니다.
기실 호랑이와 곰으로 상징되는 단군설화는 웅족과 호족이라는 씨족 사회의 융합이 설화로 와전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인간이 모르는 신화시대의 영역은 인간의 이지가 닿지 않는 태어난 아기의 자궁과도 같은 곳이죠.
어쩌면 요나의 능력이 단발성일수도 있을 겁니다. 아니면 유전을 통해 설화가 역사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구세계는 그 유적으로 역사에 남게 될 것이고 구세계의 마지막 알인 설국열차는 기억에서 잊혀질지도 모르지요.
인류의 마지막 요람, 신세계의 알 - 설국열차
커티스,남궁민수,요나 모두 설국열차의 생존자입니다. 이 영화는 혁명에 대한 얘기입니다. 혁명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혁명을 통해 사상을 키워나가고 문명을 쌓아 나가는 인류의 긍정적 도전입니다.
설국이후 자신의 세계를 열차안으로 한정 지은 커티스, 좁은 열차를 '벗어나' 다시 세계를 향하고 싶은 남궁민수, 본의 아니지만 새로운 인류 신화의 모태가 된 남궁요나 모두 각각의 혁명을 품고 있습니다.
기실 열차는 달리고 있되 새로운 희망을 향해 질주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한개인이 만들어 놓은 폐쇄생태계가 우연히 맞은 설국의 마지막 생존지역이 되었지만 모든 것을 자급자족 할 수 있었지만 열차는 기본적으로 인류가 만들었고 보급받아야 하는 불완전한 창조물일 뿐입니다. 18년을 잘해쳐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 영원한 엔진또한 멸종 되어 가는 인류의 '마지막 유산'일 수 밖에 없습니다.
남은 10년을 더 버틸까요? 남은 100년을 더 버틸까요? 어쩌면 열차가 '멸종'하기전에 얼음이 모두 녹고 신천지가 열릴지 모릅니다. 실제로 남궁민수는 매년 조금씩 녹아가는 얼음을 확인했습니다. 멸종과 보존 사이에서 인류의 문명과 혹독한 자연의 먼치킨 레이스가 시종일관 인간에게 유리할지는 도무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인류의 '진보'에 대한 욕구와 보존 사이에서의 모순은 거대한 폭탄일 수 밖에 없었고 그 에너지는 커티스에게 응축되고 응축되어 결국 설국 열차는 멈출수 밖에 없었습니다.
즉 설국열차는 멸종을 피해 달아나는 '인류'의 어리석은 도주밖에 되지 않지요.
소소한 설정 미스?
이게 설정 미스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처음 설국열차가 365일 계속해서 달리는 걸 보고 지구의 낮지역만 달리는게 아닌가 했습니다. 최초 7인의 반란처럼 열차에서 내린뒤 단 10미터도 전진못하고 얼어죽었던 것처럼 낮과 밤의 혹독한 기온차가 설국열차마저 얼리는게 아닌가 했는데...
나중에 밤신으로 의심되는 장면이 나오는 걸 보니 이것도 차츰 회복되는 생태계의 상징이 아닐까 싶더군요.
이어서 7인의 반란인데 남궁민수가 굳이 문을 못 열고 폭파외에는 방법이 없었나 싶습니다. 반란이후 윌포트 앞까지 간 반란은 커티스가 최초인걸 봐서는 분명히 여는 방법이 있는데 폭파시킨 건 아무래도 요나를 위해 억지 설정이 아니었나 싶네요.
그리고 문제의 양갱.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지만...
단언컨데 단백질이 풍부한 완전식품입니다. -_-;;; 지구식량난시 엄청나게 각광 받는 새로운 대체식품(?)입니다. 단백질 함유율 또한 소고기에 비해 월등하다고 알려져 있죠. 윌포트라는 사람이 그렇게 몰인정(?)하지만은 않았지만 무식한(?) 커티스가 보기에는 사람 우롱하는 걸로 보였겠죠. 실제로는 폐쇄환경서 가장 적절한 식품(?)이고 순간적으로 그런 식품원을 발견한 윌포트는 정녕코 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