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야
저기, 너, 혹시 그 소녀의 이름을 아니? 저기 저 편에 서있는 흰 드레스를 입은 소녀 말야.
응? 모른다고? 그럴리가... 너도 분명 그 소녀를 보았을거잖아.
뭐어?, 하하하, 그건 분명히 아닐걸. 애당초 여자애 이름을 '원환의 이치' 라고 짓다니 말야. 정말 기괴한 네이밍 센스네.
분명 그녀도 진짜 근사한 이름이 있었을거 야냐. 그렇지 않겠어? 그녀의 부모가 지어준, 저런 아름다운 소녀에게 어울리는 이름이...
아, 이런, 그녀가 벌써 사라지고 있어. 어서 빨리 불러 세우지 않으면 안되는데......
그 소녀와는, 꿈속에서 만났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녀와 나는 아마 친구였겠지......
너는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말야.
중요한건 잉크냐, 물과 단백질의 집합체냐, 플라스틱이냐, 0과 1로 이루어진 데이터냐 하는게 아냐
그 존재 자체다.
우리는 그것이 허구라는걸 알면서도 그녀들이 살아 숨쉰다고 믿는다고.
그런 마음가짐 자체가 의미를 가지는거야.
니가 아는 덕후 아무나 한명 붙잡고 물어봐라.
"너는 그녀를 사랑하니?"
그럼 그녀석은 분명히
"그럼!"
하고 대답할거다.
그녀는 허구야, 인정해. 그녀의 이야기는 거짓이야, 맞아. 그녀의 존재는 망상이야, 그렇고 말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와의 사랑은 완벽한 진실이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설령 그녀가 허상이고 농담이고 오류에 불과 할 지라도 그녀에 대한 감정은 더할나위 없이 순수하며 믿을 수 없을만큼 실재하지.
그럼, 그 감정 자체를 부정할거냐?
또 다른 예를 들어주마. 한 친구가 네게 자신이 소중히 여기고 있던 사진을 한 장 보여줘. 그건 그 친구의 여자친구 사진이야.
그럼 너는 그 친구를 또라이 취급할거냐? '이건 그냥 필름일 뿐인데 왜 그렇게 소중히 여기냐'고 말이다.
마찬가지다.
우린 멍청이들이 아냐. 정신 이상자들은 더더욱 아니지. 우린 인생을 살면서 그녀들을 단 한번도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걸 알아.
그럼에도 우리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씨발
붉은 피
눈물겨운 기억들, 망가진 내 육체, 내 가슴에 묻고.
승리여, 나에게 오라.
자만으로, 오만으로.
어느날의 패배에 쓰러졌어도,
그것이 숱한 전투의 종착지는 아닐테니.
육체는 단명이고 근성은 영원한 것.
승리여, 나에게 오라.
"사람들은 종종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미소지으며 사람을 죽이고 피칠갑을 한다거나 애정이나 동경같은 감정을 왜곡하고 비트는 것을 '광기'라고 착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광기'가 아닙니다...... 네, 아니죠.
'광기'가 무엇인지 알려드릴게요. 한 여자가 있습니다. 그녀는 그녀 자신을 미치도록 사랑하는 어긋난 존재입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조용하고 내성적인 면모만 보고 그녀를 지적이고 착한 아이라고 잘못 생각하죠. 그러던 중에 그녀는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근처에 살던 한 남자와 우연히 마주치고 별 의미없는 짦은 만남을 가지게 됩니다. 여자는 잠시 '자신과 남자가 사귀는 사이였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망상에서 자신이 한 남자에게 사랑에 빠지고 맺어져 연인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키스하며 기쁨에 찬 표정을 봅니다. 그녀는 따지고 보면 앞에서 말한 남자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남자에게 관심도 없다'라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군요. 왜냐면 그녀가 관심있어 하는건 '그 남자'가 아닌, 그와 '연인사이가 된 자기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꿈은 폭주하고, 공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행동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우연히 마주친 그 남자를 죽이고, 그와 그녀가 드디어 이어졌다는 행복감에 도취된 상태로 다시 천천히 걸어갑니다.
자신만의 생각과 망상과 공상에 도배된 채로 현실을 부정하고 마구 비틀고 제멋대로 재단해서 자신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는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그녀를 보고 '광기'를 느끼게 되는것이죠"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튼튼하고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건강하고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활기찬 것 뿐이었던
그랬던 평범했던 소년은
언제였던가
춥고 길도 얼어붙은 어느 겨울날에
그림자 역병이 그의 마을에 퍼지고
소년을 제외한 마을사람 전부가 검은 시체가 되어 쓰러져갔을 때
그리고 그 혼자 아무일 없이 살아남았을 때
어렴풋이 깨달았다.
자신의 곁에는 죽음이 오지 못한다는걸.
별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은 마을사람 모두를 정성스레 묻고, 신에게 명복을 빌고, 마을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잊혀졌다.
이야기가 시작 된 이상. 누구도 끝낼 수 없어.
적어도 수십개의 애니는 보았을 내게
가장 많은것을 깨달은 애니를 묻는다면
그건 바로 '무사시 건도' 일 것이다.
이 애니매이션을 다 본 이후로
이 지구상 모든 애니매이션,
아니 아 지구상 모든 것들을
조금 더 올바르게
조금 더 감사한 마음으로
보게 해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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