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닥거리는 비행체를 만든다
전설적인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는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쏴라”고 했다. 상대에게 무작정 덤비지 말고 유연하게 접근해야 효과적으로 때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나비나 새처럼 나는 로봇 비행체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 바로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운항학과의 장조원 교수다.
“날개가 고정된(고정익) 비행기는 속도가 빠르지 않으면 하늘을 날 수 없어요. 그래서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도심에서는 비행이 어렵죠.” 하지만 장 교수가 제작한 ‘날갯짓 비행체’는 새처럼 파닥거리기 때문에 빌딩 사이 좁은 공간에서 천천히 날 수 있다. 그만큼 방향도 쉽게 바꿀 수 있고 조작도 간편하다.
▲ 2004년 7월 독일 일간지 ‘브라운쉬 바이크 짜이퉁’ 1면에 장조원 교수와 함께 ‘마이크로 로봇 날갯짓 비행체’가 소개됐다.
2004년 독일에서 개최된 제1회 유럽마이크로비행체학회 비행대회에서 장 교수는 개발한 ‘마이크로 로봇 날갯짓 비행체’에 관련된 논문 발표와 함께 특별 시범비행을 선보였다. 최대길이 34cm에 무게 20g 남짓의 조그만 비행체지만 행사장 상공으로 떠오르자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초소형 비행체는 새나 곤충의 날갯짓을 모방해 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대부분이 전투기 모양의 고정익 비행체나 헬리콥터 모양의 회전익 비행체가 전부다. 설령 날갯짓 비행체를 만들었다 해도 이는 경험에 근거해 조립했을 뿐이다. 그만큼 날갯짓 비행체를 만드는 일은 첨단기술이 요구된다.
“새의 날갯짓은 크게 네 가지 날개 동작으로 이뤄집니다. 새는 전진하기 위한 추진력과 수직으로 뜨는 힘인 양력을 만들기 위해 위아래로 파닥이는 상하운동(flapping motion)뿐만 아니라 비틀기(twisting)를 동시에 하죠. 그리고 날개를 위로 올릴 때는 날개의 저항과 관성모멘트를 줄이기 위하여 접기(folding)를 합니다. 또 날개의 아랫면과 윗면의 방향을 바뀌게 하는 날개의 회전(rotating)운동도 하죠.”
장 교수가 2003년에 개발한 날갯짓 비행체 ‘송골매’는 최대길이 88cm, 무게 227g으로 ‘마이크로 로봇 날갯짓 비행체’보다는 크다. 하지만 육군에 배치돼 있는 정찰용 고정익 무인비행체인 ‘리모아이 006’이 최대길이 2.72m, 무게 6kg인 점을 감안하면 송골매가 군사용으로 더 적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정익 무인비행체(UAV, Unmanned Aerial Vehicle)와 함께 날갯짓 비행체의 개발도 주목받고 있다.
송골매 텃새의 습격을 받기도
“송골매가 워낙 작고 새처럼 날아다니기 때문에 텃새를 부리는 까치의 습격을 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비행고도가 10m만 돼도 새인지 로봇인지 사람의 눈으로 분간하기 힘들죠.”
리모아이 006의 최대 비행시간은 90분으로 송골매의 23분보다는 길다. 하지만 멀리서 날아오는 비행체가 고정익인 경우 적군도 손쉽게 아군을 식별해낼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송골매에 적외선 무인카메라뿐 아니라 자동비행장치까지 장착하게 되면 대도시 교통사고 우발지역과 밤길범죄 우범지역을 쉽게 관리할 수 있다.
또 전시에는 도시전투환경에서도 적군의 상황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고 소음도 거의 없다. 송골매의 동체를 제외하곤 날개가 PET필름으로 덮여있어 적군이 사격을 가해도 배터리나 모터부분이 맞지 않는 한 비행에 큰 무리가 없다.
2쌍 날개 달린 잠자리 로봇 비행체
▲ 날갯짓 비행체는 종이비행기를 날리듯 하늘로 날린 뒤 휴대전화로도 비행을 조절할 수 있다.
장 교수의 목표는 잠자리를 모방한 비행체를 만드는 것이다. 잠자리가 제자리 비행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관찰한 결과 앞뒤 날개의 위상차가 180도였다. 다시 말해 앞날개가 위로 움직일 때 뒷날개는 아래로 움직였다. 장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잠자리 모방 비행체를 위한 모델을 만들며 잠자리 모방 비행체 연구로 올해 3편의 논문을 썼다.
그러나 그는 “이제 시작입니다”고 말했다. 그리스 신화의 ‘이카루스’에서 시작된 생체모방기술이 이제는 새의 날개뿐 아니라 나비나 잠자리까지 이어지고 있다. 머지않아 잠자리형 로봇 비행체가 만들어지면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폭격하는 날갯짓 비행체’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서금영 기자
멋지네요!
출처:
http://news.kofst.or.kr/admin/f_view.asp?i_code=meet&PAGE=1&i_id=63&i_key=&i_value=&i_order=&i_order_ex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