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평론가 지만원씨,이문열씨에 사과 요구
[중앙일보] 2005-05-23 16:17
[중앙일보] 군사평론가 지만원씨가 소설가 이문열씨가 미국에서 한 발언에 대해 "감히 이런 말을 어찌 함부로 할 수 있는 지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면서 '응분의 사과'를 요구하는 글을 2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문열씨에 대해 시종일관 '선생'이라는 경칭을 썼지만, 상당히 격한 어조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20일 서울대 총동창회 초청으로 워싱턴 근교에서 열린 '한국의 이념적 주소'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나왔다. 이문열씨는 "우파의 '자살골'이 많다"면서'한일합방이 축복이었다'는 발언을 예로 들고 이어 "또 어떤 보수 논객이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을 향해 혀를 깨물고 죽어야 할 사람들이 왜 거리에 나와 설치느냐고 말하는 걸 보면서 정신적으로 돈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국내언론에 보도됐다.
이에 대해 지만원씨는 "그런 비슷한 발언을 한 사람은 저 하나뿐이기 때문에'어떤 보수'라는 선생의 표현은 누가 봐도 저를 지정한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밝히고 "신념, 소신, 논리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논쟁을 할 수 있지만 저를 '정신이 돈 사람'이라고 표현 한 것은 비하적인 인신공격"이라면서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저는 정신대할머니들을 향해 '혀 깨물고 죽어야할 사람들'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도 밝혔다.
지씨는 특히 글머리에서 2001년 여름 소설가 이문열씨가 '홍위병'발언으로 책 반환사태 등을 맞았을 때 자신이 방송토론에 나가 이씨를 변호했던 일 등을 거론하면서 "저는 이만큼 선생을 싸고 돌았다"는 말로 이번 발언에 대한 서운함을 표현했다.
지씨는 "(문제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선생은 한승조 교수와 저의 글을 읽어보지도 않고 언론이 그들의 좁은 시각과 왜곡된 의도를 당신의 지식창고에 보탰다"면서 "그 지식의 가공자가 바로 '홍위병의 언론'이었는데도 게으르게 보일만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홍위병과 한 편이 되어 두 사람의 우익인사에게 돌을 던졌다"면서 "선생도 저들의 이용물이 되었다는 것""이는 지식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맹비판했다.
지씨는 "한승조 교수의 글이 옳으냐 그르냐에 대한 절대적인 정답은 있을 수 없다"면서 "단지 이 사회는 소리 큰 세력이 인민재판식으로 여론을 좌우하고 있을 뿐이며, 드디어는 선생도 그 여론몰이꾼들의 제물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지씨는 "이 나라의 방송언론들은 이미 좌익 나팔수라는 것이 우익들의 상식"이라면서 "선생은 우익 중에서 가장 먼저 당했던 사람인데, 그런 지식인이라면 그 다음에 또 당할 지 모를 후배(?)들을 보호해야겠다는 마음을 갖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지씨는 또 이문열씨와 대비시켜 자신을 "국제적으로 공인된 객관적 기준에 의해 학자라는 카테고리에 속해 있는 사람"이라고 밝히고 "학문의 세계에서 대두되는 이슈는 먼저 학자들 간의 공방과정을 거쳐 보다 훌륭한 결론으로 정련돼 나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도 전에 비학문계의 홍위병들이 학문의 장에 뛰어드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테러행위이며,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전체주의식 인민재판"이라는 말로 자신이 한승조 교수 논란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지씨는 "이번 경우만 놓고 보면 선생 역시 지식인이라기보다는 거리의 시민과 다를 바 없는 대중 중의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자신와 한교수에 대해 "감히 어떻게 '한 사회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는 학자'를 향해, '나서서 싸우지도 않고, 싸우는 논리도 생산해내지 않는 선생'이 "돈" 사람이라고 막말을 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지씨는 논란이 된 한승조 교수의 논문에는 두 가지 큰 줄거리가 들어있다면서 하나는 과거사법 등과 같은 "지금의 좌익세력들이 벌이는 음모의 폭로"이고, 다른 하나는 "이제 역사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는 제안"이었다고 주장했다. 지씨는 "새로운 역사인식을 제시한 한교수의 논문을 지식인이라는 선생이 그런 식으로 공격하고 비하해야 하는 지 선생의 의견을 다시 묻고 싶다"면서 "선생은 역사에 대한 심미안이 없는 듯 하다"고 비난했다.
지씨는 "조예가 없는 분야에 대해, 그리고 학문적 차원이 다른 신분 세계에 대해, 아무런 노력없이, 그리고 아무런 겸손없이 감정 가는대로 뛰어들어 인신공격하는 건 경거망동"이라면서 인신모독에 대한 이씨의 사과를 기다린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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