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고려대학교 CORE사업단'의 주관하에 '한문고전탐구모임'의 자료로 쓴 글 중 일부임을 밝힙니다.
*이 글은 全文이 아니며, 글의 대중성과 가독성을 알아보기 위해 시험삼아 쓴 글임을 밝힙니다.
위의 두 마디는 향후에라도 혹시나 시비가 들어올까봐(ㅠ) 밝혀둔 글입니다.
한문학과 학부생의 마지막을 앞둔 사람으로서, 뭐라도 학과에 기여할 방법을 찾다보니 어느덧 6년동안 표지라도 본 맹자가 떠오르더군요.
아래의 글은 처음 학부에 입학하는 학부 1학년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맹자를 읽었나' 라는 주제로 1년이 약간 안되는 시간동안 여러 학우들과 함께 읽었던 '맹자孟子'의 내용을 실어둔 글입니다. 처음 한문을 익는 분들에게 맞추어 서술했는데, 혹시 피드백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말씀주세요.
(제가 틀린 부분이 많을 수 있습니다. 술 한잔 마시며 쓴 내용이 있던것 같던데...긁적긁적..)
'누구나 알기 쉬운' 내용으로 서술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렇지 않을까 항상 전전긍긍 하고 있습니다.
사정상 모든 글을 한번에 실을 수 없으니, 매일 연제할까 싶습니다.
글은 맹자의 고자장구 상편, 1장부터 시작합니다. 고자 상 1장->양혜왕 상 1장-> 공손추 1장으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각각 '인간의 본성', '정치의 방법', '살아가는 마음가짐' 을 대표하는 글귀들이라 생각하여 뽑았습니다.
아래는 내용상 반말로 구성됩니다. 2017년 대학 입학생이 대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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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孟子曰 子能順杞柳之性而以爲桮棬乎아 將戕賊杞柳而後에 以爲桮棬也니 如將戕賊杞柳而以爲桮棬이면 則亦將戕賊人以爲仁義與아 率天下之人而禍仁義者는 必子之言夫인저
(한글)맹자왈 자능순기류지성이이위배권호아 장장적기류이후에 이위배권야니 여장장적기류이이위배권이면 즉역장장적인이위인의여아 솔천하지인이화인의자는 필자지언부인저
(해석)맹자가 말했다. 그대는 버드나무 가지의 성질에 따라 나무광주리를 만드는가? 그대는 버드나무 가지의 성질을 해쳐서 나무광주리를 만드니, 만일 버드나무 가지의 성질을 해쳐서 나무광주리를 만든다면 사람의 본성을 해쳐서 仁義롭게 만들려는가? 천하 사람들을 이끌어 仁義를 해치는 것은 그대의 이 말일 것이다.
孟子√曰√子√能順√杞柳之性而√以爲√桮棬乎아√將√戕賊√杞柳而後에√以爲√桮棬也니√如√將√戕賊√杞柳而√以爲√桮棬이면√則√亦√將√戕賊√人√以爲√仁義與아√率√天下之人而√禍√仁義者는√必√子之言夫인저.
이제 孟子가 말하는 것이 나오지? 앞에서 고자가 말했던 내용을 맹자가 반박하는 글이야. 고자는 ‘인간의 성품을 인위적으로 깎고 다듬어서 교양 있는 시민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고 말했었지? 맹자는 이렇게 반박해. “어떻게 사람을 쪼고 다듬을 수 있느냐!
글을 조금씩 떼어내서 천천히 확인해보자.
孟子√曰√子√能順√杞柳之性而√以爲√桮棬乎아
맹자가 말한 것이니까 ‘맹자 말하길’ 하는 말이 처음에 오지. 曰 뒤부터는 큰따옴표(“)가 붙는다고 생각하면 돼. 그 子는 ‘아들’로 흔히 알고 있지만 여기서는 ‘당신’ 또는 ‘그대’라고 쓰여. 또는, ‘선생님’이라는 뜻으로도 쓰였어. 우리가 흔히 孔子, 孟子, 告子. 老子 하며 뒤에다 子를 붙이는 것은 그 사람을 높여 ‘선생님’이라고 붙이는 존칭이야. 공 선생님, 맹 선생님, 이런 식으로.
能자는 ‘CAN’의 뜻과 같아. ‘할 수 있다.’ 라는 말이야. 順은 도리에 맞다, 따르다, 거스르지 않고 순순하다 등으로 쓰여. 그러니까 能順이라고 하면 ‘능히 따르다’라고 해석이 되지. 그런데 무엇을 따르느냐가 설명되어야 하지? 그래서 바로 뒤에 말이 나오지. ‘버드나무 가지의 성질(杞柳之性)’이라고. 그렇다면 이렇게 말이 되겠지? “그대는 능히 버드나무의 성질을 따라서~”
버드나무의 성질을 따라서 뭘 하려는 걸까? “그것으로써 ~ 히다.” 라는 식으로 해석이 오면 보기가 좋겠지? 여기서의 以爲는 직역하면 “(무엇으로)써 ~ 하다” 라고 해석이 되는데, 앞의 말인 “버드나무의 성질”을 받아오는 거지. 뭘 한다고? 桮棬 즉, 나무광주리를 만든다고. 위爲라는 글자가 ‘~하다’에서 파생되어서 ‘~를 삼다, ~를 만들다.’라고 넓게 활용되었어.
뒤에 나오는 이而자는 ‘그런데but’, 혹은 ‘그리고and’로 흔히 쓰여. 흔히 순접(順接) 또는 역접(逆接)이라고 불러. 앞뒤의 문맥에 따라서 적절한 것을 선택하면 돼. 이곳에서는 ‘따르면서~’라고 해석되었네.
여기까지의 해석을 모아본다면 이렇게 되겠지?
맹자 말하길, “그대는 능히 버드나무 가지의 성질을 따라서 나무광주리를 만드는가?”
A將√戕賊√杞柳而後에√以爲√桮棬也니√如√B將√戕賊√杞柳而√以爲√桮棬이면√則√亦√C將√戕賊√人√以爲√仁義與아
계속해서 맹자의 말이야.
‘將’이라는 글자는 ‘장차 ~하려 하다’라고 직역돼. ‘戕賊’은 ‘죽이다, 戕’에 ‘해치다 賊’, 즉 ‘해치다’라는 뜻이야. 무엇을 해칠까? 앞에서 나왔던 ‘버드나무 가지의 성질’이지. 버드나무 가지의 성질을 따라서 나무광주리를 만든다는 말이, 앞의 본문에 나왔었지?
앞에 말과 이어보면 맹자는 이렇게 말하는 거야. “네가 버드나무 가지의 성질을 따라서 나무광주리를 만들려 하냐? 아냐. 네가 하는 일은 버드나무의 성질을 해쳐서 나무광주리를 만들려 하는거야.”
如는 ‘~와 같다’라고 흔히 해석하는데, ‘~와 같이 한다면~’이라는, 가정의 의미를 품기도 해. 여기서 파생되어서 ‘만일’ 이라고 해석하지. 여기서는 ‘만일’의 뜻이야. 뒤따라오는 문장은 앞문장의 구조와 유사한 것을 알겠니? 이런 형식을 ‘대구對句’ 라고 해. 마치 시를 쓰듯, 문장을 쓴거지. 문학적이지?
(A)將√戕賊√杞柳而後에√以爲√桮棬也
(B)將√戕賊√杞柳而√以爲√桮棬
맹자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해. “네가 만약 버드나무 가지의 성질을 해쳐서 나무광주리를 만든다면~”
‘則’자는 화제의 결론을 말할 때 흔히 쓰이는 조사야. ‘곧’, 또는 ‘바로’라고, 한글 뜻 그대로 해석해도 되지만, 보통은 ‘~한다면’ 으로 쓰일 때가 많아. 부드럽게 앞의 문장에 붙어 해석하면 돼.
‘亦’은 조금 특이하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또한’ 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데, 한글에서 ‘또한’이라는 것은 어떤 것을 전제로 하고 그것과 같게, 또는 거기에다 더 라는 뜻이잖아? 그런데 한문에서는 ‘강조’의 의미로 자주 써. ‘亦’자를 빼면 그 다음의 문장도 비슷한 문장 구조인 것을 볼 수 있겠지?
(B)將√戕賊√杞柳而√以爲√桮棬
(C)將√戕賊√人√以爲√仁義
A와 B, C는 모두 대구를 이루고 있어. 버드나무 가지와 사람, 그리고 나무광주리와 인의의 관계가 명확하게 보이지?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나무광주리를 만드는 일은 사람의 본성을 거슬러서야 ‘사람답게’ 만드는 일과 같다는 말이야.
마지막에 붙는 ‘與’라는 글자는 물음표(?)와 같은 역할을 해. 그러면 묶어서 볼까?
“장차 버드나무 가지의 성질을 해친 뒤에야 그것으로 나무광주리를 만드니, 만일 장차 버드나무 가지의 성질을 해쳐서 나무광주리를 만든다고 한다면 장차 사람의 본성을 해친 뒤에 인의롭게 만드려는가?”
率√天下之人而√禍√仁義者는√必√子之言夫인저.
率은 목자가 양떼를 이끌 듯, 다른 이들을 이끈다는 말이야. 天下는 많이 들어봤지? ‘온 세상’, 또는 ‘모든 사람들’을 뜻해.
之의 용법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설명하기도 힘들어. 우선은 문장 사이사이를 부드럽게 연결해 주는 어조사(語助辭)의 역할을 한다고 알고 있으면 될 것 같아. 천하의 사람들을 이끌어, 라고 해석돼. 한문 문장은 기본적으로 술어 + 목적어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 그러니까 ‘천하의 사람들’을 먼저 해석하고, ‘이끌다’를 동사로 붙이는 거지.
率√天下之人而√禍√仁義者
이 문장이 두 개로 나눠지는 것을 알겠니? 率√天下之人와 禍√仁義, 천하의 사람들을 이끌다, 인의를 해롭게 하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천하의 사람들을 이끌어 인의를 해롭게 하다라는 문장이 돼지. 그러면 뒤에 놈 者가 남지? 이 글자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사물을 가리키기도 해. 앞뒤의 문맥에 따라 둘 중 맞는 뜻을 가져오면 돼.
必√子之言夫
必자는 ‘반드시’라는 말이지. 夫는 ‘지아비’, 또는 ‘사내’를 보통 의미하지만(夫婦와 같은 단어에서) 이렇게 문장 끝에 있을땐 감탄사로 주로 쓰여. 한글로 느낌을 살린다면 그대의 이런 말일진저! 정도가 되지 않을까?
그러면 이 문장을 모두 묶어 본다면
“천하의 사람들을 이끌어 인의를 해롭게 하는 것은 반드시 그대의 이런 말일진저!”
라고 해석되겠네.
처음부터 문맥을 생각해 볼까?
고자가 먼저 말하지.
告子√曰√性은√猶√杞柳也요√義는√猶√桮棬也니√以√人性√爲√仁義는√猶√以√杞柳√爲√桮棬이니라.
고자는 인간 본성을 버드나무 가지에 비유하고, 사회적으로 완성된 인간상을 나무광주리에 비유했어. 그래서 인간의 본성을 좀 다듬어야지 완성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지.
孟子√曰√子√能順√杞柳之性而√以爲√桮棬乎아√將√戕賊√杞柳而後에√以爲√桮棬也니√如√將√戕賊√杞柳而√以爲√桮棬이면√則√亦√將√戕賊√人√以爲√仁義與아√率√天下之人而√禍√仁義者는√必√子之言夫인저.
그런데 맹자는 그 주장에 반대 주장을 펼치지. “모든 사물은 사물의 본래 성질대로 순리에 맞게 다루는 것이 이치다. 그런데 그대는 사물의 성질을 꺾고 쪼아서야 완성된 것을 만들려 하는가? 사람의 본래 성품을 해쳐서야 완성된 인간이 될 수 있다니. 그대의 말은 천하 여러 사람들을 현혹시키겠구나!”
엄밀하게 말해서 맹자의 말이 고자의 말에 대한 논리적 반박은 아니야. 그런데 고자의 말도, 사실 비유를 했을 뿐 근거가 있는 내용은 아니었지. 그래서 고자와 맹자의 1라운드 말싸움은, 본문만 본다면 그냥 자기가 하고싶은 말을 한 정도에서 끝났다고 볼 수 있어.
그런데 이 문장만으로는 맹자가 생각한 혹은 맹자가 주장하는 본성과 규범의 관계는 잘 드러나지 않지? 최근에 책을 읽다가, 맹자가 생각하는 본성과 규범의 관계에 대해 잘 설명한 말이 있어서 소개할까 해.
『맹자』에 나오는 ‘유자입정(孺子入井)’ 이야기,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어린 아이가 우물에 빠지려 하는 것을 본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얼른 뛰어가서 구해야겠지요. 왜요? 아이 부모님에게 사례금을 받으려고요? 아이를 구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하려고? 동네 사람들에게서 칭찬을 듣고 싶어서? 아닙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막 뛰어가서 구하는 겁니다. 생각은 그 다음에 합니다. 이것이 측은지심(惻隱之心), 즉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라는 본능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리고 약한 것에 대해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되어 있다는 것이죠. (중략) 맹자는 이런 마음을 4단(四端)이라고 하면서, 인의예지(仁義禮智)라는 문명의 규범이 모두 여기에서 나온다고 주장했습니다. 문명의 규범이 도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원래 지니고 있는 도덕적 본능이 문명의 규범으로 드러난다는 것이죠.
출처 : 유시민, 『표현의 기술』, 경기도 파주 ; 도서출판 아름다운 사람들, 2016. pp.47-48
<1장 끝>
<한문을 처음 읽는 사람들에게.. "한문읽기방법-맹자편-' 1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