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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499853
    작성자 : 익명a2Nqb
    추천 : 15
    조회수 : 615
    IP : a2Nqb (변조아이피)
    댓글 : 65개
    등록시간 : 2015/08/13 19:31:19
    http://todayhumor.com/?gomin_1499853 모바일
    사는 건 다 그런건가 보다... 뒷이야기(정말 긴 이야기 입니다.)
    21살 내앞으로 2억이 넘는 빚이 생겼다.
     
    난 옷을 자주 사지도 않고, 신용카드를 써본적도 없으며, 고가의 취미 생활을 한적도 없다.
     
    어머니가 나몰래 대출받은 학자금 1억 5천
     
    그리고 부천으로 이사오면서 내 명의로 융자를 받아 집을 구매 했다. 그 돈이 8천만원
     
    그 전 까지 월세를 전전하며 살았던 우리집은 해마다 이사짐을 싸야했었다.
     
    매월 40~50씩 월세를 내며 사느니 조금 더 비싼 월세라 생각하고 집을 구입하는게 어떠냐
     
    라는 막내이모부의 설득에 아버지는 넘어가셨다.
     
    집을 고르는것도 융자를 받는것도 계약을 하는것도 시간이 없는 아버지를 대신해 이모부가 진행하였고,
     
    중계수수료도 제법 챙겨 갔다.
     
    계약서와 대출 신청서에 도장을 찍으면서도 '내가 왜 여기 도장을 찍어야하지?' 라는 의문이 머리에 맴돌았지만
     
    부모님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어머니의 카드빚으로 인해 아버지까지 대출은 막혔고, 누나 역시 남자친구의 사기로 인해 대출이 막혔었다.
     
    학자금 대출의 거취기간이 아직 남아있어 신용에 문제가 없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난 그렇게 21살에 내집을 계약을 했다.
     
     
     
    어머니는 정신질환외의 또 다른 병을 안고 살았다.
     
    모야모야병이라는 이름의 희귀병이라 했다. 뇌출혈과 뇌경색이 불시에 일어날 수 있는 병이라고 했다.
     
    어느날 아침 일어나 어머니를 보았는데 얼굴 한쪽이 돌아가 있었다.
     
    많이 본 모습이다.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셨을때 그때의 그 얼굴이 어머니의 얼굴위로 오버랩 되었다.
     
    다행이 한달간의 약물 치료로 어머니의 얼굴은 거의 돌아왔지만, 아버지의 경우와는 다르게
     
    언제 또 재발할지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이 후 3번 재발을 하였고, 2번 뇌 수술을 하였다.
     
    그 와중에 정신병원에 입원도 수차례 하셨다.
     
     
     
    2004년 22살이 되던 해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어머니가 아버지와 결혼하기 전 아이가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사랑했지만, 집에서 애 딸린 어머니와의 결혼을 허락할리 없었고,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어머니는 4살배기 아들을 해외로 입양 보냈다.
     
    그리고 이 아들이 커서 자신의 뿌리를 찾겠다며 우리를 찾아왔다.
     
    홀트라는 기관이라고했다. 해외로 입양된 아이가 한국의 부모 찾기를 도와주는 기관 이름이다.
     
    가정의 불화로 이어질 수 있기에 우리를 직접 찾은것이 아니라 막내이모를 먼저 찾고 만날 의사를 확인했다.
     
    당시 어머니는 정신병원에서 퇴원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외가친척들은 어머니를 살리려고 아들이 찾아왔다고 했다.
     
    이 때야 난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었고 우리 가정사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마음 깊이 묻어 두었던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했나?' 라는 어머니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일이었다.
     
    4살밖에 안된 자신의 핏줄을 입양보내고 그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다 마음에 병이 생긴것이다.
     
    처음엔 죄책감으로 잠이 오지 않았을거고, 우울증에 걸렸지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주변에 없었다.
     
    아버지는 새벽부터 나가서 저녁늦게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셨고, 자식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정신을 깎아 먹은 죄책감은 자살기도로 이어지고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급기야 일어나지 않는 환상으로까지 결부 시키며 현실에서 도망가고 있었던 거다.
     
    외가 친척과 가족들의 환대를 받으며 첫 대면을 한 형은 어딘지 모르게 어머니를 닮아 있었다.
     
    다행이도 좋은 양부모를 만나 바르게 컸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독어, 불어, 영어를 할 수 이었고, 소재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했다.
     
    결혼을 약속한 애인은 독일 현지인으로 변호사라고 했다.
     
    어렸을때 귀 모양으로 왕따를 당해 성형수술까지 했다고 한다.
     
    나와는 다른 형만의 삶에 무게가 그의 말투와 표정속에 은연 드러나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아니 일요일 마저 격주로 쉬며 일을 하셨다.
     
    내가 살면서 아버지가 아프지 않음에도 쉬고 있는 모습은 내가 23살이 되던해 처음 보았다.
     
    일용직 설비업자였던 아버지가 동료들과 작게 팀을 꾸렸었는데, 그 해 중국에서 자재파동이 일었다.
     
    그로인해 우리나라 건설현장은 마비가 찾아왔다. IMF때에도 현장직은 살아갈 수 있었는데,
     
    이번 자재파동은 현장직마저 마비상태로 몰아갔고, 4개월 가까이 풀리지 않았다.
     
    그 4개월간 우리집 수입은 내가 아르바이트로 벌어 온 130만원 가량이 전부였다.
     
    아버지는 쉬고있음에도 여기저기 현장을 돌아다니며 일자리를 찾으셨다.
     
    그 이듬해인 2005년 겨울 찬 기온이 채 가시지 않은 4월
     
    집에 갑자기 신발도 벗지 않은 사람들이 들이닥쳐 가구를 빌라 주차장으로 빼내기 시작했다.
     
    난 현관문을 막고 서서 무슨일인지 되 물었고, 작업복이 아닌 양복을 입고 있는 아저씨가 어떤 서류를 보여주었다.
     
    법원 강제퇴거 명령서였다.
     
    아버지가 일이 없었던 작년 겨울, 아니 그 전부터 어머니는 집 대출금을 갚지 않으셨다.
     
    법원에선 경고장이 날아왔고, 최후 통첩장이 날아왔으며, 경매진행용지가 날아왔고, 낙찰이 되어 집주인이 바뀌고
     
    강제 퇴거용지가 날아왔음에도 명의상 주인인 나조차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냥 어머니가 그 모든 서류를 대신 받아 숨겨 두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방비로 우리는 집에서 쫒겨나게 되었다.
     
    내 평생 처음으로 남에게 매달려 사정을 했다. 집을 경매로 구입하고 우리를 강제퇴거시킨 주인이 집 주차장에 와있었다.
     
    어머니가 많이 아프시다고, 추운겨울만 날수 있게 해달라고, 이사갈 집이라도 구할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애원했다.
     
    새로운 집주인은 아버지 연배였다. 자신에게 애원하는 나를 보고 자신의 자식들이 투영 됐으리라...
     
    하지만 우리가 오늘 길거리로 쫒겨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우리집 모든 가구들은 집 주차장으로 빼내어 졌고, 뒤늦게 일터에서 부랴부랴 집으로 온 아버지가 할수 있는거라곤
     
    집주인에게 받은 이사비용이 터무니 없이 적다고 소리치는 일밖에 없었다.
     
    봄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그렇게 내 생에 아니 우리가족의 첫 집을 잃었다.
     
    난 휴학했던 학교를 그만 두었다. 군입대를 한달 남겨둔 시점이었다.
     
     
     
     
    어머니와 누나는 막내이모네로 몸을 위탁했다.
     
    아버지는 건설현장 주변에 동료들과 집을 얻었다.
     
    나는 다시 고향인 성남으로 와 고시원에 들어갔다.
     
    우리집의 짐들은 물류센터 보관 창고로 보관 되었다.
     
    당시 이삿짐 아르바이트에서 과장이 아르바이트의 돈을 빼돌려 주식에 투자했다 잠적하는 일이 있었다.
     
    내 수중의 돈이라곤 32만원이 전부였다. 집에다 손을 벌릴 수는 없었다.
     
    22만원은 한달 방값으로 내고, 발이 묶일 수는 없어서 교통카드를 6만원 충전했다.
     
    첫 1주는 다니던 대학에 가서 동기와 선배에게 밥을 얻어 먹었다. 대학을 다닐때도 자주 얻어 먹었었다.
     
    하지만 그나마 여유가 있을 때 얻어먹는거와 가진게 없어 얻어먹는 건 큰차이가 있다.
     
    난 거지가 된 기분으로 동냥을 하고 다니는 듯 했다. 더이상 학교를 찾아갈 수 없었다.
     
    2주째 부터는 오후 2시에 눈을 떴다. 그리고 남한산성 초입을 돌고 내려와
     
    4시쯤 2500원짜리 해장국을 먹었다. 남자 사장님이 있을때는 공기밥도 한그릇 더 공짜로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방에 누워 티비를 보다 저녁8시가 되면 억지로 눈을 붙였다. 깨어있으면 배가 고팠다.
     
    그마저 거르는 날도 있었다.
     
    그렇게 남은 3주를 더 버텼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보다 방세도 2500원 밥값도 한푼도 남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이사갈 집을 구하셨다.
     
    군입대 일주일 전이었고, 난 야반도주를 하듯 짐을 싸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입대를 했다.
     
    훈련소 동기들과 자대 선임들은 '넌 밥먹으러 군대왔냐?' 라고 농담조로 나에게 얘기했다.
     
    그냥 입대전에 배고팠던 시절이 있었던거다.
     
     
     
    군대는 휴식처 였고, 지친 현실의 도피처 였다.
     
    아무 다른 잣대 없이 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고, 적지 않은 나이 덕분에 조금 더 편하게 생활 할 수도 있었다.
     
    한달 반에 한번은 휴가를 나올 수 있었다. 온갖 구기종목 대회에 나갔고, 글짖기 포스터 그리기등
     
    휴가가 걸린 일은 전부 참여했고, 80% 이상은 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
     
    부대에서 군생활중 아무도 면회를 오지 않았던 병사는 내가 유일하다 했다. 올 필요가 없었다.
     
    나중에 연애병사가 없어지기전 연애인 휴가일수 순위를 보여줬는데 난 5위쯤 되었던거 같았다.
     
    밖이 그리워 악착같이 포상휴가를 따려한게 아니라, 그냥 온전히 능력을 인정받는게 기분 좋았었다.
     
    군 생활 중에 어머니는 2차례 정신병원에 입원하셨고, 휴가때 면회를 갔었다.
     
    머리가 하얗게 쇠어 정말 늙어 보였다. 그날은 어머니와 말한마디 못 나누고 10여분을 앉아 있다 나왔다.
     
    입이 떨어지면 울거 같았고, 난 중학교 이후 울어본적이 없어서 그게 너무 어색하고 싫었다.
     
    한달 야외 공병 훈련을 받던 중 집에서 연락이 왔다. 누나가 고혈압으로 쓰러졌는데 160에서 혈압이 안내려 간다고 했다.
     
    그날 저녁 경계 근무를 설때 일곱살 이후 보지 못했던 은하수를 봤다. '은하수'라는 별무리를 가르쳐준건 누나였다.  
     
    누나는 일주일 입원을 하고 겨우 혈압이 떨어져 퇴원했다고 한다.
     
    2008년 5월 전역을 했다. 다시 현실로의 복귀였다.
     
     
     
    난 20살이 되던 2001년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2015년 6월까지 일을 안한 기간은 딱 4개월이다.
     
    군 입대전 한달, 군 전역후 세달.
     
    전역 후 말년병장증후군에 걸렸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생각했고, 눈이 높아져 다른 아르바이트는 성에 차지 않았다.
     
    그렇게 일자리를 찾으며 지지부진 하고 있을때, 4년간 사귄 여자친구가 이별을 이야기했다.
     
    내가 변했다는 이유였다.
     
    난 여자친구에게 집안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군입대 전 집을 잃어 배가 고팠을때도 그냥 좀 멀리 파견나와 일하고 있다는걸로 알고 있었다.
     
    나는 여자친구에게 터놓고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자친구의 결혼관은 '찌질한 사람이랑은 결혼하지 않는다' 였다.
     
    어렸을적 부모님이 이혼하고 편모가정에서 자라 항상 삶에 허덕이며 살아 온 아이였다.
     
    커서는 오빠가 사고를 치고 다녀서 벌어놓은 돈을 탕진하게도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 결혼관이 생긴거다.
     
    난 여자친구가 싫어하는 '찌질한 사람' 이었다. 지금까지는 잘 숨겨 왔는데 더 이상은 힘들거 같았다.
     
    약속을 잡고 즐겨하지 않은 술을 마시며 집안 이야기를 했다.
     
    내가 변한것이 아니라 이제는 더 이상 숨길 수 있는 여유가 없다 했다.
    (그 전엔 여유가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참 묘한 표현이라 생각했다.)
     
    내가 가정사를 말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여자친구와 데이트 후 집에갈 차비가 없을 때 였다.
     
    여자친구는 현금없는 내 지갑을 보면서 '오빠 지갑에 돈 없는거 처음봐' 라고 했다.
     
    난 군입대 전에도 여자친구와 데이트하기 위해 끼니를 걸러 데이트 비용을 마련했었다.
     
    여자친구에게 차비를 빌려 집에가는 내내 내가 그래도 이 아이를 만나면서 그렇게 못해주진 않았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다.
     
    난 비겁하게도 우리 관계를 여자친구의 결정에 맡겼다.
     
    "난 아직 널 좋아한다. 근데 우리 집 상황이 이러니 예전처럼 널 챙겨 주기는 힘들거 같다. 우리도 나이가 찼고 미래를
     생각해야하는 시기라는거 안다. 그래서 난 너의 결정에 따르겠다. 시간은 많이는 못주고 일주일 후에 답을 달라."
     
    라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헤어짐의 책임 조차 내 몫으로 돌리지 못했다.
     
    그것마저 나를 짖누르면 더 이상 일어설 수 없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난 중학교때 이후로 처음 울었다.
     
    참 힘들고 억울한 나날들이 많았는데, 힘들어도 버텼었는데 그때는 그러지 못했다.
     
     
     
    하루 15시간씩 일하며 3300원 시급을 받을때도 한달에 130이 넘게 벌었었다.
     
    이삿짐은 밤을 새워가며 했었던 일이었고, 공사현장에서도 내 몸보다 무거운 자재를 들며 일했었다.
     
    아르바이트로 한달에 200이 넘게 벌기도 했다.
     
    현실은 27살이 된 내가 있고, 내 앞으로 2억이 넘는 빚이 있을 뿐이었다.
     
    학위도 없고, 자격증도 없다. 신용불량자이기도 했다.
     
    일을 쉬지 않으려고 이곳 저곳 직종을 바꿔가며 아르바이트를 해서 제대로 된 경력도 없다.
     
    잠이 오지 않았다.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뒷통수가 아려왔고, 시도때도 없이 구역질이 났다.
     
    어느날 잠이 안오는 새벽에 문득 '내가 내일을 살아가는게 무슨 의미가 있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처음이었다.
     
    자살이란 선택은 정말 죽고싶어서 하는게 아니라, 삶에 의미를 찾을 수 없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때 처음으로 '내일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친구가 보고 싶었다.
     
    다음날 고향으로 가 친구를 만났다. 밤새 이야기를 했다.
     
    나에겐 특별한 친구다. 중학교 1학년때 아직 그일을 겪기전에 만났던 친구였다.
     
    어머니의 자살시도 후엔 마음을 열 수 있는 인간관계가 거의 없었다.
     
    아마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 당했다는 충격이 있어서 그랬던거라 생각한다.
     
    다행히 그 친구는 그전에 만났고,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되었다.
     
    그 친구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가정사를 겪고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 주는 사이다.
     
     
    나는 주변사람들에게 내색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은 내가 모자람 없이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왔다고 생각한다.
     
    22살때 중학교때부터 알아왔던 다른 친구에게 집안얘기를 했었다.
     
    술은 싫어해서 떡볶이 집에서 떡볶이와 순대를 먹으며 남일 이야기 하듯 그렇게 이야기했었다.
     
    친구는 날 욕했다. 왜 말하지 않았냐고 친구는 그런것도 모르고 날 병신 쓰레기라 생각했다고 한다.
     
    중학교때는 항상 난 그 친구보다 성적이 좋았다. 몰랐었는데 그 친구는 그런 내게 경쟁심이 있었고,
     
    고등학교 이후 떨어지는 성적, 변변찮은 대학에 간 날 보면서 친구는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할 수 있는데 노력을 안하는걸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 친구의 말이 맞다. 하고자 했으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다짐을 하지 못했었다. 그때의 난 그랬다.
     
    한것 욕했던 친구는 미안하다고도 했다. 난 그냥 웃으며 넘어갔다.
     
     
    나와 가정사가 비슷한 친구는 유일하게 중학교때부터 서로의 속을 털어놓는 친구다.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이해자가 되어 주었고, 힘들일이 있으면 그냥 얼굴을 보는것만으로 위로를 받았다.
     
    고향에 내려가 그 친구에게 요즘 잠을 못자고 있는 상황이나 생각들을 이야기 했다.
     
    친구는 날 이해해주었다. 위로의 말같은건 필요하지 않다. 그냥 그렇게 조곤조곤 수다를 떠는 것 뿐이다.
     
    어머니에게도 이런 이해자가 있었으면 지금 좀 달라졌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다시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조금이라도 미래를 생각하기 위해 버는돈은 적어도 시간을 낼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선택했다.
     
     
     
    어느정도 자리가 잡히는듯 했다.
     
    어머니도 병원생활이 정말 싫었던지 정신을 잡고 있는 기간이 점점 늘어갔고,
     
    누나도 짝을 만나 살림을 차렸다. 결혼식은 올리지 못했다. 얼마 안돼 조카도 생겼다.
     
    누나의 신혼생활은 얼마가지 못했다.
     
    고혈압과 신부전증을 달고 사는 누나는 성격조차 사나웠고,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한 매형과 하루가 멀다하고 싸웠다.
     
    그리고 누나는 조카와 함께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학원 등록을 하려했던 나는 잠시 계획을 보류했다.
     
    아이는 신이 주신 선물이다. 신은 믿지 않았지만 이 말만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이로 인해 집안에 웃는 일이 많아졌다.
     
    가족들의 파산 신청이 판결나 더이상 독촉에 시달리지 않아도 됐고, 나도 회생신청이 통과되어 빚을 갚아 나갈 수 있었다.
     
    어느정도 다시 안정세가 찾아오는 듯 했다. 나는 미뤄두었던 학원 등록을 했다.
     
    한달 정도 새벽 2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다음날 8시에 학원을가 4시까지 수업을 듣고 다시 아르바이트를 하러 다녔다.
     
    몸은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충만한 시기였다. 딱 한달이었다.
     
    누나가 쓰러졌다. 안좋던 신장이 관리부재로 인해 활동을 멈춘것이다.
     
    투석을 해야한다고 한다. 난 남은 2달과정의 학원비에 30% 포기하고 환불을 받았다.
     
    학원대신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잡았다.
     
    아침 8시에 나가 2시에 끝나고 저녁 9시에 나가 새벽 6시에 일이 끝났다.
     
    몸이 힘들었다.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져 갔다.
     
     
     
    그 사이 집안은 법정분쟁도 있었다.
     
    막내 이모네는 가난한 우리집보다 더욱 가난했다.
     
    난 한번도 이모부가 일을 하는걸 본적이 없었다. 술먹으면 처자식 패는 양아치였다.
     
    우리에게 가장 친한 친척이었고, 없는 살림에도 막내이모네를 계속해서 도와 왔다.
     
    그런데 그런 막내이모네서 우리집을 신고하고 소송을 걸어왔다.
     
    이모부는 우리집 앞까지 찾아와 아버지를 도둑놈이라 불렀다.
     
    3개월 이었다. 아버지가 일하다 발등 뼈가 부러져 3개월동안 일을 하지 못했을때,
     
    막내이모가 계주로 있던 계금을 어머니 대신 이모가 내 주었고
     
    약속했던 3개월에서 겨우 일주일이 지났었다. 아버지가 일때문에 일주일간 연락이 되지 않자.
     
    막내이모와 이모부는 그런 행동을 한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배신감이 치를 떨었다.
     
    집이 없어 전전했을때 막내이모와 이모부 사촌 둘은 우리집에 3년이상 얹혀 살았었다.
     
    이후 집을 얻을때도 보증금 몇푼이나마 보태어 줬었고,
     
    사촌형이 사고를 쳐 합의금이 필요할 때도,
     
    이모의 술장사가 제대로 되지않아, 어머니한테 인계를 할때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살만할때 갚으라며 도와주었다.
     
    한창 법정 소송중에 조카를 데리고 어린이집을 갔을때 누나는 길에서 이모부를 만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모부는 "우리가 너희에게 빚이 있는건 맞아, 그런데 증거 있어? 차용증이나 통장거래 내역 있어?"
     
    라고 했단다. 누나는 이 대화를 녹취하지 못한걸 엄청 분해했었다.
     
    우리가 빚진 금액은 명백했고, 우리가 빌려준 금액은 입증하기 힘들었다.
     
    고등법원까지 갔지만 어머니는 폐소했다. 그렇게 가장 친했던 친척과 의절을 하였다.
     
    아버지는 '도둑놈이라 난리치고, 소송걸었던 것만 사과 받았으면 이런일까지 없었을텐데..." 라고 씁쓸해 하셨다.
     
    결과적으로 어머니가 정신적으로 기댈수 있는 관계가 하나 줄어 들었다. 금액적인 손해보다 더 큰 손해다.
     
     
     
    어머니도 누나도 장애인 등록이 되었고, 병원비 부담이 그만큼 줄었다.
     
    나는 4년간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한곳에서 다른곳으로 직원 추천을 해주었다.
     
    처음으로 취직이 되었다. 하지만 그 직장은 탄탄하지 않은 곳이었고, 4개월간 월급을 받지 못했다.
     
    일단 버텼다. 첫 직장이란게 컸다. 직장도 안정기에 들고 월급도 제때 나왔다.
     
    3개월만에 매니저를 다시 또 3개월만에 점장을 달았다. 그리고 다시 3개월 만에 회사는 문을 닫았다.
     
    대표 개인적인 법정분쟁과 건물내의 어이없는 횡포로 인해 개관한지 1년이 채 되지않는 극장이 문을 닫았다.
     
    일주일 하루도 쉬지 못하고 매일 16시간씩 일을하며 흑자노선으로 돌려놨고, 
     
    처음 안좋았던 인식도 차츰 이미지 개선중이었다. 직원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이 모두 노력해서 일궈낸 성과였다.
     
    하지만 건물에서 전기를 내려 버리니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그렇게 난 직장을 잃었다.
     
    지금 내 나이 33세다. 아직 갚아야할 빚은 남아 있다. 가족들은 아직 모르는 일이다.
     
    난 학위도 없고, 자격증도 없다. 직원경력이라곤 1년이 조금 넘는다. 그나마 전문직이 아니라 내세울만 하지도 않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처음으로 일에 대한 막막함이 느껴진다.
     
    그렇게 오늘도 난 살아가고 있다.
     
     
     
    내 인생의 일대기를 정리하고 싶었는데 그냥 우울한 일만 나열한거 같네요.
    그래도 내용엔 적지 못했지만 웃을 수 있고, 행복감을 느낀 일도 많았습니다.
    인간성과 개념 상식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 만큼 주변에 멋진 친구들도 많습니다.
    지금은 2년 넘게 사귀고 있는 사랑하는 여자친구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앞으로의 일이 걱정이긴 하지만 ^^;
    살아갈 수 있겠죠. 지금까지 그래왔던거 처럼 조금 힘들고 넘어져 생채기가 생기고...
    이제는 쉬이 새살이 돋지 않음에도 살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 합니다.
    너무 이야기가 길어져서 급 마무리한 부분이 있네요.
     
    긴글 읽어 주시고 관심갖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털어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것만으로고 감사한거 같습니다.
     
    고민이 있는 모두들 힘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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