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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cook_149860
    작성자 : 아둥바둥™
    추천 : 16
    조회수 : 1385
    IP : 211.221.***.201
    댓글 : 107개
    등록시간 : 2015/05/12 11:59:41
    http://todayhumor.com/?cook_149860 모바일
    집에서 맥주 담그는 아재.
    안녕하세요.

    뭐 스르륵에서도 눈팅만 지내다가 이번 대란에 휩쓸려 넘오온 아재입니다.
    신고 겸 이민자격 획득을 위해 첫글을 남기니 많은 응원 바랍니다.^^

    집에서 맥주를 담근지는 삼사년 정도 되었구요.
    손이 제법 가고 신경쓸 부분이 좀 있어서 그렇지 어렵진 않습니다.
    그리고 파는 맥주보다 훨씬(?) 맛있구요 한번 맛들이면 파는 건(특히 국산맥주)는 못 먹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듯 입맛에 맞지 않는 분들도 많더군요.

    마지막으로 취하기 위해 마시기 보단 맛과 멋, 낭만을 위하여....


    0. 술이 되는 원리
    보리가 발아하면 탄수화물을 당분으로 변화시키는 효소가 만들어집니다. 이를 이용해서 곡물을 당화(흔히 식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시키고 여기에 효모를 넣으면 효모가 당분을 분해해서 알콜과 이산화탄소가 됩니다. 이걸 증류하면 소주나 위스키가 되는 겁니다.

    1. 당화
    맥아(발아된 보리, 쉽게 누룩이라 생각하면 됨)와 기타 곡물로 당화를 시작합니다.
    저는 50도에서 20분, 65도에서 30분, 72도에서 20분, 78도에서 20분의 과정을 거칩니다.
    요리게에서 다른 분께서 맥주 만드시는 걸 봤는데 당화시간이나 끓이는 시간 등 변수가 많고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예전에 집에서 농주를 빚어서 먹던 시절 집집마다 술 맛이 틀린 것과 비슷한 이치라 보시면 될 듯 합니다.

    사진은 당화를 시작하기 위해 곡물을 넣은 사진입니다.
    여긴 맥아, 국내산 통밀(수입산 밀몰트보다 쌉니다^^), 호밀 등이 들어갔습니다.

    IMG_3856.JPG


    2. 끓이기
    음... 끓이면서 졸인다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그리고 이과정에서는 곡물은 모두 건져냅니다. 그래서 망이나 저처럼 다시통을 이용하면 조금 편합니다.

    저는 10리터의 맥주를 만들기 위해 16리터 정도의 물로 당화를 시작합니다.
    나중에 곡물에 스며들고 증발하고 해서 남는 게 10리터 정도 됩니다.

    끓이는 시간은 대충 두시간 가까이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홉과 맛과 향을 위한 여러가지 재료들이 투입됩니다.

    옛날에 홉의 역활은 맥주의 장기보존을 위한 역활이었으나 요즘은 맛을 위해 넣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맥주가 호가든인데 여기엔 오렌지 껍질 등이 들어갑니다.
    아래의 사진에서 둥둥 떠있는 것이 오렌지 껍질이고 지금 만들고 있는 것도 호가든 클론 입니다.^^

    IMG_3862.JPG


    3. 발효
    당화된 물(워트라고 합니다)을 식힙니다. 보통은 칠러라고 스텐레스로 된 꼬불꼬불 관을 담궈서 찬물을 순환시키면서 식히는데....
    전 최소한의 공정, 최소한의 장비를 추구하는 지라 그냥 화장실에서 샤워기로 솥에 물 뿌려서 식힙니다. 대략 이삼십분이면 원하는 온도로 내려갑니다.
    원칙적으론 20도 초반까진 내려야 하는데 전 그냥 30도 초반까지만 내립니다. 쭈구리고 앉아서 샤워기 꼭지 들고 있는 것도 다리 아프구요...ㅠㅠ

    그걸 발효통에 넣고 효모를 투입합니다. 액체효모가 있고 건조효모가 있는데 전 건조효모를 사용합니다.
    건조효모를 36~38도정도의 물에 잘 뿌려놓으면 잠자고 있던 애들이 깨어납니다.
    요걸 발효통에 넣고 발효를 시작합니다.

    저희집은 안방 화장실을 안쓰는 관계로 항상 발효를 안방화장실에서 합니다.
    어둡고 거의 온도가 일정하거든요^^ 그리고 작업중에 좀 흘리더라도 뒷처리도 쉽구요.

    IMG_3889.JPG


    4. 2차발효 (병입)
    대략 일주일 정도면 발효가 끝납니다. 이걸 영비어라고 하는데요. 마셔보면 그냥 김빠진 맥주맛입니다.
    발효기간보단 비중을 재어보고 1.01근방에서 더이상 안 떨어지면 발효가 끝났다고 보고 병에 넣습니다.

    병에 넣을 땐 일정량의 설탕을 같이 넣는데요.
    위에서 얘기했듯이 효모가 당을 분해해서 알콜과 이산화탄소가 되는데 병은 밀폐되 있으니 이산화탄소가 못 날아가고 맥주에 녹아들고
    이것이 탄산이 되는 거죠. 따라서 설탕량에 따라서 탄산 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전 혹시라도 설탕을 많이 넣어서 터질까봐 2차 발효는
    항상 욕조에서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터진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사진은 지난주에 1차발효 끝나고 병입해놓은 겁니다. 내일쯤 냉장고에 들어가 예정이고 지난주 토요일에 만든 덧이 발효통에서 거의 발효가
    끝나가고 있어 이것도 내일쯤 병입할 예정입니다. 더 더워지기 전에 여름식량 비축해야 합니다.^^

    IMG_3890.JPG


    5. 칠링
    2차 발효도 대충 일주일 정도면 되고 이걸 냉장고에 넣어서 한달정도 숙성시키고 마시면 됩니다.
    근데 냉장고 안에서도 효모들이 아주 천천히 발효활동을 합니다. 그래서 냉장고에 넣어둔 기간에 따라 맛이 조금씩 틀려집니다.
    보통은 6개월을 안 넘기고 다 마시는 편이 좋은데 흑맥주는 6개월 이상 되어야 맛있더군요. 그전엔 무슨 한약같아서....


    이상입니다.

    혹시라고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계실까봐 비교적 자세히 적었는데... 막상 시작하려면 어렵게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언제라도 물어보시면 제가 아는 한 말씀드릴께요.
    아울러 다음 카페에 맥주만들기(맥만동)이라고 있는데 관심있으신 분들은 가입해서 둘러보시면 좋을 겁니다.


    장점
    1. 비용을 따져보면 국산맥주보단 돈이 더 들지만 수입맥주랑 비교하면 만들어 먹는 편이 저렴합니다.
    2. 인터넷에 보면 다양한 레시피가 있고 자기 입맛에 맞게 변형할 수도 있습니다.

    단점
    1. 마누라님의 등짝 스메싱
    2. 한번 만들면 한동안은 같은 맥주만 마셔야 된다는 것


    그간 오유에서 베오베 정도만 눈팅했었는데....
    몇일간 피난민을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모습에 감동받았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출처 울집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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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5/12 12:03:10  61.83.***.115  빵콩  552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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