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방법은 자제하시는것이..
우리 강아지는 새끼를 세번쯤 출산하고 열살쯤 됐습니다.
제가 지금 20대하고도 후반..
제가 고1때, 중 3때쯤 입양해온 것 같네요.
한창 민감했을 사춘기 때라 부모님한테 못 한 얘기까지 나누는 절친한 친구가 되었죠.
얼마나 똑똑한지.. 오자마자 대소변도 가리고..
생긴 것도 굉장히 이뻐서 길거리에 데리고 나가면 많은 사람들이 이쁘다고 쓰다듬는 미인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가족들한테 이쁨받으면서 가족으로 10년을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3년쯤 전부터 가슴 부위에 조그만 돌기 같은것들이 오돌오돌 생기더라구요.
그게 뭘까..해서 바로 동네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죠.
그랬더니 새끼를 출산한 암캐에서 자주 보이는 증상이라고,
생명엔 지장이 없으니 나중에 커지면 다시 와보라고 하시더라구요.
저희가 보기에도 그냥 조금 튀어나와있을뿐 강아지가 평소와 달리 아파한다거나
기타 다른 증상들이 보이지 않아서 정말 괜찮은건가요? 확답을 받고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아시겠지만 강아지 수술이란 게 오히려 사람보다 더 안쓰럽잖아요.
아파도 아프다 말 못하고 수술하면 핥지 못하게 목에도 뭐 씌워놓고..
물론 그게 생명에 지장없는 그냥 "유선종양"이라는 거라니까 믿고 놔둔거죠..
그런데 이게 1~2년이 지나면서 종양 하나가 꽤 커졌습니다.
지름이 1.5센티 가량으로 부풀어 올라서
강아지는 아무렇지 않아보여도 상당히 아프지 않을까 생각될 만큼이었죠.
게다가 최근엔 물을 굉장히 많이 먹고 소변도 먹는 즉시 많은 양을 싸고..
사료를 거들떠도 안 보길래
죽을 끓여줬는데도 잘 입에도 안 대고..
원래 건강하고 항상 저희가 밥먹을땐
상 옆으로, 식탁 밑으로 와서 귀여움을 떨던 녀석이라서 이번엔 정말 걱정이 됐습니다.
그 다음날은 정말 배가 고팠는지 끓여준 죽을 먹긴 먹었는데
바로 다 토해버리더라구요.
먹을 걸 보고 입에 대지 않는 것은 첨 있는 일이고
강아지는 토하면 일단 몸상태가 의심해봐야한다고 들었던 기억이 나서
종양 검사도 해 볼겸 병원에 데려 가기로 했습니다.
7월 3일 토요일, 언니랑 저는 우리 강아지를 데리고 [방이동 페토피아]에 갔습니다.
혹시 아시나요? 예전에 SBS "세상에!이런일이"에도 나오고..
무슨 버려진 개를 수술해서 완치를 시켰다는 둥 TV를 몇 번 탔었죠.
저희도 진료는 받아본 적 없었지만, 잠실살때 지나다니면서 봐서 알고 있었구요..
지금은 경기도 광주, 차로 내내 달려도 한시간 거리입니다만
유명한 만큼 실력이 있는 동물 병원이라고 믿고 갔습니다.
도착한 게 토요일 4시경.
처음에 접수는 머리카락이 곱슬머리 갈색인 부원장이란 사람이 받더군요.
- 처음 오셨나요?
- 네. 지나다니면서 보기만 하고 진료는 처음이에요.
- 그럼 이거 좀 작성해주세요.
그리고 5분쯤 후 홍원표 원장이 데리고 들어오라더군요.
어디가 안 좋은지 증상을 말하라길래
* 잘 먹던 사료를 안 먹고 다른 것도 먹자마자 바로 토하고
* 물을 굉장히 많이 먹고 먹는 즉시 바로 오줌을 싼다.
* 그리고 종양도 커지고 최근에 급격히 쇠약해졌다.
등등 알고있는 부분들을 모두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 종양을 당장 수술해야하고
* 재발을 방지하려면 자궁과 난소도 제거하는 수술도 같이 해야 한다.
* 혈액검사 조직검사 결과는 일주일에서 열흘이 걸린다.
* 당뇨끼가 좀 있는 것 같다.
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 물을 많이 먹는 것도 종양 때문인가요?
(옆에 걸려있는 증상 액자 같은거 있죠? 부위별로 표시해 놓고 그런거.. 그걸 가리키면서)
- 그렇습니다. 여기 보시면 "물을 갑자기 많이 먹음" 이라고 나와있죠?
- 아.네..
그런데 수술은 첨이고 또 너무 갑작스러워서 겁이 났습니다.
- 그런데.. 종양뿐 아니고 난소랑 자궁도 꼭 같이 제거해야 하는건가요?
그것때문에 목숨에 지장이 있고 그렇진 않을까요?
- 제거를 안 하면 종양이 계속 커질테니까 더 위험하죠.
- 그럼 수술을 바로 해야 하나요? 근데 저희 동네 병원에서는 나이가 많아서 왠만하면 칼을 대지 않는 게 좋을거라고 하시던데요..
- 어차피 할거면 더 시간끌거 없이 지금 하는게 좋아요.
- .........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의사 선생님이 이것만 수술하면 아주 건강해질거라고 말씀하시길래 그럼 알겠다고 했습니다.
아는 언니가 강아지 박산데 그 언니한테 물어서 "유선 종양"에 대해선 대강 알고 있었거든요.
그 언니 강아지도 그 종양 제거 수술 했는데, 목숨엔 지장이 없는거고, 수술비는 10만원에서 15만원 정도라고..
자궁이나 난소 제거는 첨 들었지만요. 중성화 수술이라고 하더군요. 선진국에선 필수로 하는거라고 원장이 그러대요.
그리고 진찰실을 나와서 예산이 얼마 정도 되냐고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갈색머리 부원장이 지금 뽑는 중이니까 좀있다 알려준다더군요.
잠시 후, 예산을 뽑은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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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진: 20.000원
* 주사료: 8.000원
* 처방료: 5.000원
* 수액요법: 15.000원
* 처치료: 15.000원
* 혈액검사: 50.000원
* 기타 조직검사: 60.000원
* 진정마취: 60.000원
* 수술료: 1. 유선종양제거술 250.000원
2. 난소자궁절제술: 220.000원
* 입원료: 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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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총 733.000원에
하루 입원시마다 15.000원 추가였습니다.
알고 있었던 것 보다도 많고, 예상보다도 큰 금액이었습니다만..
저희같은 일반인들이 사실 아픈거 낫게 하려면 알고도 당하고 모르고도 당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더군다나 이것만 수술하면 "아주 드라마틱하게 좋아진다"(이 표현을 그 원장이 상당히 즐겨씁니다.)고 하니까요.
애완견을 키우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10년을 같이 산 가족인데 100만원 정도가 아깝겠습니까?
그래서 그냥 시키는 대로 하기로 했습니다.
원장한테 잘 좀 부탁드린다고 머리도 조아리구요.
그리고 우리 강아지를 데리고 들어가서 혈액을 뽑는지 뭘 하는지
하여튼 30분 후에 수술 시작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냥 저희는 처음 있는 일이라 안절부절하면서
언니랑 "괜찮겠지?" "그래. 뭐 별거 아니라잖아.." 서로 위로도 하고..
알고보니.. 그 30분은 뭐.. 사전 검사나.. 수술을 준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원장이랑 부원장이 밥을 시켜먹느라 걸리는 시간이더군요.
수술하고 하루는 입원을 해야 한다길래.. 마취 깨는 거 보고 간다고..
수술하고 마취 깰 시간까지 아마도.. 오후 6시~7시 쯤까지 기다렸던거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강아지가 나왔죠.
복부에 커다란 거즈를 대고 반창고로 둘둘 말아
참 보기 안쓰러웠습니다만 저희 보고 반가워 하는 모습에 그래도 안도했죠.
- 어유~ 우리 이쁜이~ 많이 아팠어?..
- 그래두 잘 참았네~ 오늘만 병원에 있다가 낼 집에 가서 푹 쉬자~ 맛있는것도 많이 줄께~ 알았지?..
이렇게 한시간쯤 같이 있어주다가 입원을 시켜놓고 집에 왔습니다.
다음날은 오전 오후 드레싱(거즈를 갈아주는 거) 끝나면 오시라면서 오후2시 이후에 오라더군요.
그리고 다음날.. 3시쯤 가서 퇴원을 시켰습니다.
뭘 좀 먹었냐니까. 그냥 잘 있었다고 하시더라구요.
- 이젠 언제 또 오면 되죠?
- 이제 약 받아가시고 2~3일에 한번씩 오시면 되요. 그리고 열흘 쯤 후면 실밥 풀고요..
-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포대기같은걸로 싸서 안긴 했지만
혹시라도 상처가 아프진 않을까.. 정말 눈물나게 걱정하면서
조심조심 차를 몰아 집에 데리고 갔습니다.
얘도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밖에 있는게 참 피곤해 보이기도 하고
집에 오니 한결 기분이 나아보이더라구요.
.........문제는 그 다음날부터였습니다.
얘가 수술 전에는 종양이 좀 크고 물을 좀 많이 먹어서 그렇지..
성깔도 좀 있어서 잘 짖고 이방 저방 여기 저기 호기심 많아 잘 돌아다녔거든요.
겉으로 보기엔 아주 건강해 보였죠. 최근에 집에 잔치가 있어 손님들 치를때도
여기저기 사사건건 다 간섭하고 귀염 받고 그랬구요.
근데.. 그 다음날부터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질 않는겁니다.
뭘 먹기는 커녕 그렇게 물을 많이 먹던 녀석이 물을 주는 곳까지 오지도 못하고
누워서 오줌을 싸고 그대로 있더랍니다. 코 앞에 먹을 걸 대줘도 목도 가누지 못하구요.
전 당연히 회사에 있었고 엄마가 전화를 하셔서 그 증상을 듣고는
- 나이가 많은데 큰 수술을 해서 회복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나?..
싶었지만 좀 이상했습니다.
엄마가 집에서 상처부위 짓무를까봐 시간봐서 뒤집어도 주고
오줌싸면 닦아도 줬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입에 대질 않았습니다.
그냥 눈만 뜨고 있지 움질일 생각을 아예 안 했습니다.
[페토피아]에 전화를 했더니 많이 안 좋으면 데리고 나오라더군요.
데리고 갔더니 그냥 링겔 꽂고 지켜보더라구요.
그리고 데리고 갔다가 또 안 좋으면 다시 데리고 오라구요.
참.. 이때부터 뭔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뭔가 조치를 해야 할 거 같은데 되게 무신경 하네.. 싶었죠.
집도 멀고 저희는 전부 직장다니는데 그 먼거리를 오라 가라 하고..
그래도 거기 두긴 싫었습니다.
회복도 늦는데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스트레스를 더 받진 않을까 걱정됐거든요.
그러나 집에 데리고 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히려 더더욱 병원 가기 전보다 기운이 없어보이고
집에도 내려 놓으니 그냥 옆으로 픽- 쓰러지더라구요.
걱정으로 뜬 눈을 지샌 다음날.
[페토피아]에서 정말 기가 막힌 얘길 해주더군요.
혈액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당뇨병이 심각하다. 일반 개의 5배 이상 높은 혈당 수치가 나왔다.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린지 몰랐습니다. 근데 엄마가 그러시더군요.
당뇨가 심각하면 합병증도 우려되고 상처도 잘 아물지 않아서 사람도 수술을 안 한다구요..
당장 병원으로 갔습니다. 홍원표 원장한테 물었죠.
- 어떻게 된거죠..? 뭐가 심각한건가요?
- (혈액검사결과를 보여주며) 이걸 보세요. 혈당이 아주 높죠? 심각한 당뇨입니다.
- 당뇨면 사람도 수술을 안 한다던데.. 왜 여긴 사전에 혈액 검사같은 걸 안 했나요?
다른 개들도 검사 안 하고 그냥 수술하나요..?
- 그렇진 않고 그 날이 토요일이었잖아요. 주말엔 혈액 검사를 해주는 기관이 문을 닫아요. 그래서 안 한거죠.
- 그럼 그렇다고 말씀을 해주셨어야 되는거 아닌가요? 혈액 검사를 해야 하는데 지금 문을 닫았다.
검사 안 하고 바로 수술하겠냐? 이렇게요. 저희는 전문가가 아니잖아요. 절차를 모르면 알려주셔야죠.
- (성질내면서)도대체 저희 병원에 왜 온 겁니까!? 이렇게 따질거면..
아니.. 병원에 병 고치러 가지.. 왜 왔겠습니까?
- 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 건가요? 병원에 왜 왔냐뇨!? 우리 강아지 건강해지라고 왔지 왜 왔겠어요?
- 참 내.. (반박할 말이 없는 듯 보입니다.)
- 그리고 이 병원은 절차도 없습니까? 왜 사전에 혈액검사를 해야 되면 해야된다. 얘길 안 하신거에요?
아니면 적어도 수술하면 기타 합병증때문에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언급도 없었잖아요!
그냥 수술만 하면 더 건강해질것처럼..,... "드라마틱하게" 좋아진다면서요!!!!
- 이것봐요! 절차를 모르면 그럼 당신네들이 물어보지. 왜 나한테만 이래요!
- 아니 그럼 그게 사전에 고지할 의무를 무시한 의사 잘못이 아니라
무지해서 그런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조차 모른 우리 잘못이란 말인가요?
- 그럼 왜 토요일에 데리고 오셨어요? 평일에 오셨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 아녜요?
- 저희도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고 시간이 주말밖에 없으니까 데리고 온거죠.
그럼 주말에 혈액 검사 기관이 쉬면 수술도 쉬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 원래 종양은 수술만 하면 "아주 드라마틱하게" 좋아진다니까요.. 이런 경우는 거의 없어요. 어제 14살 먹은 개도 종양 수술했는데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보호자한테 말했더니 이렇게 사느니 수술이나 시켜보겠다면서 수술해서 아주 좋아졌어요!
- 아니, 그럼 우리 강아지는 경우의 수의 희생양이라는 거네요. 그럼 왜 저희한테는 수술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언질을 안 해주셨나요?
저희 그랬더라면 수술시키지 않았을 거에요. 더 알아봤을 거라구요. 근데 뭐라고 하셨어요? 수술하면 다 좋아진다고 하셨잖아요!
- 자궁도 보니까 다 감염됐던데요. 그냥 뒀어도 어차피 얼마 못 갔어요.
- 감염된걸 알고 배를 가른게 아니고 배 갈라서 꺼내보니까 감염이 되어 있는거잖아요. 그리고 사전에 혈액 검사 결과만 있었어도..
그렇게 혈당이 높은 걸 알았다면 종양 같은건 수술시키지 않았을 거에요. 당뇨 치료부터 했겠죠.
그리고 어차피 얼마 못 갈 결과라면 뭐하러 그 큰 돈을 주면서 수술을 결정했겠어요?
수술을 해도 죽고, 안 해도 죽는거라면 차라리 집에서 먹고 싶은거나 먹이고 편하게 있다가 가게 뒀지.
이렇게 돈들여서 배가르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게 하진 않았을 거라구요!
왜 그런 결정을 임의로 합니까? 적어도 그 생사의 결정을 보호자한테 맡겨야 하는거 아닌가요?
그러니까 의사인 거잖아요. 우리가 모르니까 어떤지 알아볼려구 그 먼데서 데리고 온거구요!!!
당신은..
당신 부인이 아파서 병원가니까 아무 검사도 안 하고 배 째야 좋아집니다 하면 어떡하실건데요?
배 가르고 난 후엔 움직이도 못하면 그냥 내가 제대로 안 물어봐서 이렇게 됐구나.. 하면서 본인탓만 하실건가요!!!?!?!!
그랬더니 암말도 못하더군요.
그 다음날은 엄마가 데리고 가셨습니다. 엄마는 우왕좌왕하는 원장이랑 부원장도 안쓰러워 보여서
크게 화도 안 내고 "큰 실수 하신거 같네요" 한마디만 하셨다더군요.
그리고 인슐린 요법 시작하겠냐고 하길래.. 그거 하면 다 낫냐고 했더니
그냥 상황을 늦추는 거고 대신 시작하면 죽을때까지 해야한다고 하더라면서요.
또 갑자기 투여를 하면 쇼크로 죽을 수도 있다면서..
그렇게 퇴원 이틀만에 우리 강아지는 다시 입원을 해야했습니다.
사실 심적인 스트레스도 무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어째야 할까 고민했지만
당뇨라는 전혀 다른 질병 앞에선 속수무책이었으니까요..
배에는 거즈를 두르고
몸에 힘은 하나도 없이
그 조그만 몸에 여기저기 칼자국..
다리에 꽂은 링겔 바늘까지..
정말 눈만 뜨고 있지.. 그건 이미 살아있는게 아니었습니다.
계속 울었습니다.
저희 가족들 계속 울었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갖고 계속 인터넷이나 여기 저기 동물병원에 조언도 구하고
서울대학교 동물병원에 7월 12일(월) 오전 10시에 예약도 했습니다.
어딜 가도 원래 수술 전에 혈액검사를 해야한다.
당뇨병이 있으면 수술은 왠만해선 안 한다.. 라고 하더군요.
화가 났지만.. 일단은 우리 강아지를 살리고 봐야 하니까..
입원시켜놓은 상태에선 우리 강아지한테 해꼬지 할까봐 화도 제대로 못 냈습니다.
다른 병원에 갈까도 싶었지만..
혹시라도 잘못 됐을때 왜 그 때 데리고 나갔냐고 할까봐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그냥 속수무책 시간만 흘러가고..
하루이틀이 지나니 병원에선 말을 바꾸더군요. 이젠 원장도 없고 갈색머리 부원장이랑 얘기해야했습니다.
- 혈당이 일반 수치보다 높다고 했지 당뇨병이라고 한적은 없어요.
- 그럼 당뇨에 수술을 하는건 괜찮나요?
- 뭐.. 상황에 따라선..
- 그럼 지금 수술때문에 더 아픈건 아니겠네요? 그렇죠? 당뇨랑 종양은 전혀 무관한 거죠? 확실히 알려주세요.
- 그렇죠..
- 그럼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수술때문에 악화된건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어요!
- ...잠깐만요!!! ...솔직히 말하면... 더 나빠질 순 있습니다.
- 그럼 당뇨가 확실하지도 않은데 인슐린 투여는 왜 하라고 하신거죠? 여긴 다 이런식인가요?
- ...그건 원장님이 말씀하신거라 전 잘 모르겠네요...
오빠랑 제가 병원에 도착하니.. 힘없이 누워있던 강아지는 그래두 눈을 반짝여주었습니다.
그런데 누워서 먹은걸 다 토했는지 누워있던데가 엉망이더군요.
너무 화가 났습니다.
- 여기 좀 봐주세요..
아무도 들은척 안 합니다.
- 여기 토한것 같은데.. 이것 좀 봐주세요..
아무도 본척 안 합니다.
정말 미칠것 같았습니다.
멀쩡히 잘만 놀던 애가 누구때문에 이지경이 됐는데 우리가 오니 슬슬 피하기만 하고 아무도 오질 않았습니다.
저희 오빠 소리 질렀습니다.
- 여기 아무도 없어!!!! 이러라고 얘를 여기 맡겨 놓은지 알아!!! 여기 아무도 안 나와!!!!!!
그랬더니 그냥 알바로 보이는 남자 하나가 나오더니 토해놓은 걸 닦더군요.
의사란 인간들은 코빼기도 안 보였습니다.
누워있던 우리 강아지.. 얼굴 한 쪽이 토사물로 얼룩져있었고 수술부위에 들어가진 않았을까 걱정되더군요.
화가 난 저는 첫번째 진료실로 들어갔더니 그 갈색머리 부원장이 다른개를 진료하고 있더군요.
밖에선 무슨 일 있나.. 싶게 아주 침착한 모습으로요.
- 물수건 좀 주세요.
- (티꺼운 표정으로) 뭐라구요?
- 쟤가 토한 것 좀 닦게 물수건 좀 달라구요.
- 말이 너무 심한거 아닙니까?
- 제가 뭐라고 했나요? 지금 닦을 게 없으니까 물수건 좀 달라구요.
- 지금 진료중이잖아요. 나가계세요. (뒤에 있던 걸레같은걸 집어서 던지면서) 물수건 없으니까 이걸로 적셔서 쓰시던지.
축 쳐져서 이제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우리 가족을 닦아주면서 계속 울었습니다.
수술하고 일주일 후, 7월 9일, 금요일.
언니랑 엄마가 먼저 병원에 가계시고 저는 일때문에 조금 늦게 도착을 했습니다.
그래두 7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죠. 이것때문에 일주일 내내 회사 생활이 지장이 있을 정도로
일도 못하고 신경쓰고 그랬으니까 더 회사에 있어도 일도 안되고..
회사에서 택시타고 병원으로 달려왔습니다.
왔더니..
테이블에 강아지를 올려놓고 엄마랑 언니랑 울고 계셨습니다.
- 강아진 좀 괜찮아요..?
- **야.. 엄마말 오해말고.. 잘 들어라.. 엄마가 보기엔.. 얘 힘들거 같다.. 숨도 이렇게 잘 못 쉬잖아..
- 그래서? 그래서 어쩌자고?
- 그냥 보내주자..
- 엄마! 뭘 보내줘! 그렇게 얘를 걱정했으면 수술할 때 얘 의견 물어보지 그랬어요?
우리 맘대로 수술시키고. 우리 맘대로 안락사라도 시키자는 거에요?!!!
- ....
말없이 울었습니다. 저 그렇게 눈물이 많지 않은 편인데.. 계속 눈물이 났습니다.
우리 강아지.. 병원에서는 그냥 돈벌이 대상이고.. 한마리 개일 뿐일지 모르지만..
제가 집에 들어갔을때 반겨주지 않으면 우리집이 아닌 거 같은..
항상 자기 자리에서 꼬리치면서 다가올 것 같은..
내가 뭐 먹고 있으면 그 옆에 딱 붙어 앉아서 한 팔고 내 팔을 잡아 끌던..
우리 가족이고.. 저의 일부였으니까요..
병원에 원장이 없었습니다.
어딨냐고. 그랬더니 퇴근했답니다.
지금 와서 상황을 알려달라 했습니다. 그랬더니 전화해보겠다더군요.
그리고 잠시 통화를 하더니 절 바꿔줬습니다.
- 어디세요?
- 지금 좀 멀리 왔는데..
- 제가 더 안 좋아지면 전화 좀 달라고 했잖아요. 아까 제가 오후에 전화드렸을때만 해도 어제랑 비슷하다고 하셨잖아요! 저게 비슷한거에요?
- 나 퇴근할때까진 괜찮았는데..
- 근데 갑자기 저렇게 악화됐다는 건가요?
- 그럼 아까 전화했었는데 왜 안 받았어요? 자기가 전화 안 받은건 생각안하네!
- 아니 그럼.. 제가 전화를 안 받아서 병이 더 악화됐다는 건가요!!!??? 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거에요!!!
- 하여튼 지금은 좀 멀리 있어서 못가니까 기다리던지..
말도 안 통하고 열받아서 상욕만 나올거 같아 그냥 끊었습니다. 그리고 오빠한테 전화를 했죠.
지금 우리 강아지 거의 죽어가는데 원장이란 놈은 퇴근하고 없다.
상황을 알려줄만한 놈이 하나도 없다.그랬더니 오빠가 원장 번호를 알려달라더군요.
그렇게 오빠가 원장이랑 통화를 했고.. 참 내.. 난 여자라 우습고 우리 오빤 남자라 겁이 났는지 한 시간안에 도착한다구 했다더군요..
한시간이 좀 더 돼서 저녁 9시가 넘은 시간에 원장이 왔고 우리 강아지는 더 힘들어 보였습니다.
원장이 들어와서 차트를 보는 척 하길래 이리 좀 오시죠 했습니다.
- 지금 상황이 어떤거죠? 이게 어제랑 같은 상황인가요?
- 머라구요? 지금 말하는 태도가 왜 그래요?
- 제가 뭐라고 했나요? 담당의사면 나보다 잘 알테니까 상황을 얘기해달라구요.
- 상황은 뭐.. 똑같습니다. 원래는 수술 전에 혈액 검사를 해야하는데 그 날 검사하는 데가 문을 닫아서 못 한거고 오늘 혈액을 다시 검사해보니까.. 수치가 더 안 좋네요. 그리고 오늘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폐는 깨끗해요.
갑자기 무슨 엑스레이?
나중에 친구의 친구인 수의사를 통해서 안 사실이지만..
원래 수술전에 엑스레이도 찍는건데 나중에 찍었다면 그건 발뺌을 하기 위해서라더군요.
어차피 엑스레이를 찍었어도 수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거니까 그걸로 걸고 넘어지지 않게요.
- 그럼 병원에 입원시키는 게 최선이라고 하셨는데 수액(링겔) 맞히는 거 말고 다른 어떤 조치를 취하신건죠?
- 뭐.. 말해도 압니까..? 그냥 주사 좀 놓고..
- (아까 부원장이 인슐린을 주사했다고 언니한테 말했대요.) 아까 인슐린 주사하셨다면서요? 저희한테 말씀도 없이 그렇게 하셔도 되나요?
-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아닙니다. 놓을려다가 안 놨어요. 그건 상의드리기로 했잖아요.
- 아까 부원장이 놓았다고 하시던데요.
아까 언니한테 부원장이 놓았다고 처음에 말을 하고는
언니가 왜 상의도 없이 놓았냐고 막 화 내니까 부원장이 다시 말을 번복하더랍니다.
사실 원장님이 놓아야겠다 하셨는데 정확히 주사를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그래서 놓았단 거냐 안 놓았단 거냐 했더니.. 원장님이 아니라면 아닐거라고.
제가 여기선 안되겠다 싶더군요. 죽어도 이 병원에서 눈감게 하진 말자.
수술이 잘못된건지, 당뇨라서 힘든건지.. 아무 것도 믿을 수가 없었으니까요.
당장 큰 병원 가기로 했습니다.
- 병원이니까 얘한테 투약한거 주사놓은 거 처방 같은게 다 기재돼 있겠죠? 그거 주세요.
- (마구 화내며) 아니! 지금 왜 이럽니까! 얘가 죽고 나서 책임을 지더라도 질테니까 그런건 나중에 얘기하세요!
어이가 없었죠.. 무슨 소리 하는건지.
- 왜 소리 지르세요? 큰병원에서 올때 소견서랑 검사 결과 가져오라 그래서 달라는 거에요.
- 아.. 그럼 드릴게요. 지금 당장이라도 데리고 나가세요! 건대 동물병원은 24시간이니까 그리로 가세요.
제가 전화해놓을게요.
우리 강아지 아프면서 여기 저기 알아본 결과..
[방이동 페토피아]는 건대 수의학과 출신이고
TV 타는 것만 좋아하고 실력은 별론데 왠만하면 수술하려고 하고 (그게 돈이 되니까)
그래서 서울대 동물병원 가는거 꺼려할거라고 하더군요.
그치만 방이동에서 서울대는 멀었습니다.
우리 강아지는 벌써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말했습니다.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전화같은 거 하지 말라고. 그냥 가겠다고.
그 늦은 시간에 소견서랑 기타 잡다한 결과 서류를 복사한다고 동네 PC방에 가서 부탁하고..
강아지를 안고 나왔습니다.
나와서 가족들 전부 울면서
조금만 참아라..
우리가 잘못했다..
알아보지도 않고 수술시켜서 정말 미안하다.
집에 가서 딱 6개월만 더 살다가 가라고.
제발 이렇게 가지 말라고.. 계속 보듬어 주었습니다.
나온지 5분도 안 된 시각..
강아지를 안고 계시던 엄마가 소리를 지르십니다.
- 얘! 이상해!!! 차 세워봐!
- 왜왜?
- 얘 간 거 같아! 차 세워!
그렇게 차를 세우고 뒷자리로 가서 강아지를 안았습니다.
목이.. 힘없이 쳐집니다.
눈도 그대로 뜨고 있습니다.
혓바닥이 밖으로 나옵니다..
팔다리 할 것 없이.. 축 쳐져있습니다.
서울대 동물병원에 전화했습니다. 연결이 안됩니다.
건대 동물병원에 전화했습니다. 누군가 전화를 받습니다.
- 흐흐흑.. 흐흑.. 여보세요.. 저.. 강아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죠..?
- 지금 상황이 어떠신건데요?
- 그냥.. 수술하고 계속 안 좋았어요.. 근데 .. 지금.. 잘 모르겠어요.. 어헝헝..
- 강아지 뒷다리를 드시고 안쪽을 꾹 눌러보세요. 거기가 뛰고 있으면 살아있는거에요.
아주 약하게 뛰고 있습니다.
- ...흑...아주.. 아주.. 약해도.. 살아있는건가요..??
- ....네..
저희가 판단할 수 없었습니다. 이대로 보낼수도 없었습니다.
건대로 갔습니다. 문이 다 잠겨있어서 밖에서 두드렸습니다.
여자 수의사가 보더니.. 남자 수의사가 만져보고.. 다른 수의사가 또 옵니다.
- ... 사망한것 같습니다. 아주 약하게 숨은 붙어있어서 심폐소생술을 해서 살릴수는 있지만
이런 경우엔 하지 않습니다.
- 살릴 수 있으면 살려봐야 하는거 아닌가요!!!?
- 수술도 했고 당뇨도 있어서 애기한테 고통만 줄뿐입니다. 잠깐 의식이 돌아왔다가 1분안에 다시 갈 겁니다. 그리고 애기가 나이가 많아서 수술이나 다른 질병에 관계없이 살만큼 살다가 간겁니다. 그만 놓아주세요.
- 어떻게 아세요?
수의사들 당황하면서 남자 수의사가 말합니다.
- [방이동 페토피아]에서 오셨죠? 전화받았습니다. 오실거라고.
더 따질 힘도 없었습니다. 실감도 안 났지만 힘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데려간다고 하니까 팔다리를 마구 접어서 동그랗게 말아서 커다란 패드에 싸려고 하더군요.
놀라서 소리질렀습니다.
- 그냥 두세요!!! 안고 갈거에요!!! 흐흑..
그렇게.. 차가워진 우리 애기를 안고 집에 왔습니다. 계속 울었습니다.
냉정해보이던 엄마.. 힘들어 고통받는 걸 보느니 안락사 시키시자던 엄마.. 집에 오시더니 결국 울음을 터트리십니다.
- **야.. 집에 왔는데 왜 그러고 있어..? 엄마한테 오줌싸서 혼나고 그래야지..
내일 엄마랑 뒷산에 산책 가야지.. 왜 그러고 있어.. 어..?
다음날 화장을 해줬습니다. 정말 실감이 안 나더군요.
학생때부터 항상 함께했던 우리 애기가..
한 줌의 재가 된다는게..
화장을 끝내고.. 원장이랑 통화했습니다.
- 언제 한번 만나서 얘기하셔야겠죠?
- 네. 그러세요. 아무때나 오세요.
- 오늘 가려고 하는데 몇 시쯤 퇴근하시나요?
- 아무때나 오세요. 뭐 서류 준비해놓을까요?
웃음이 나더군요.. 얼마나 많은 강아지를 이렇게 보냈으면 당황하지도 않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던건지.
하긴.. 언니가 입원시키고 병원에 갔을때 부원장이 원장이랑 통화하라면서
자기 핸드폰을 녹음 기능해놓고 바꿔주더니..
저희가 분명 처음은 아닌가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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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렇게 장문의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애완견을 사랑하신다면..
한 가족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방이동 페토피아]에 절대 가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신이 아니라면 목숨이 붙은 생명체.. 언제 죽어도 죽습니다.
그게 안타까운 게 아닙니다.
그래도 거기서 수의대에서 배운대로만..
수술 절차대로만..
아니.. 위험할수 있다는 한마디만 했더라면..
이렇게 갑자기 가지는 않았겠죠..
수술 전엔 잘 뛰고 잘 짖고 잘 놀았었는데..
나이가 많아서..
다른 병이 있어서..
어차피 수술해도 죽을때 다 됐다고 말해줬으면 괜히 배를 갈라서 수술로 고생시키진 않았겠죠..
적어도.. 적어도..
우리 애기를 보내는 것을 그런 원장 손에 맡기진 않았겠죠..
아직도 저희는 수술이 실패해서 우리 애기가 갔는지..
당뇨가 심했는데 수술로 악화되어서 갑자기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병원에서는 이리 저리.. 발뺌만 하니까요..
다른 병원에서 손을 쓸 틈도 없이 갔으니까요..
하지만 한가지.
[방이동 페토피아] 홍원표 원장을 비롯한 거기 수의사들.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개를 그냥 돈벌이로 보는 건 확실합니다.
자격증만 있다고 의사가 아닙니다.
동물을 사랑하고 진정으로 낫게 해주고 싶어해야 목숨을 다루는 고귀한 의사라는 직업을 갖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발.
애완견을 키우신다면.
그리고 가족처럼 사랑하고 아끼신다면..
돈벌레들이 운영하는 [방이동 페토피아]에는 절대 가지 마세요.
데려가면 일단 배부터 가르고 진료합니다..
그래야 돈이 되니까요..
저희처럼.. 갑자기..
어이없이..
가족이 죽을지도 모릅니다..
의사답고.
동물을 사랑하고..
절차를 아는 동물병원에 가세요.
저희 가족들 아직도.. 혼자 집에 못 있습니다.
혼자 집에 못 들어갑니다.
지금이라도 우리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면서 달려나와 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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