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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49711
    작성자 :
    추천 : 25
    조회수 : 1329
    IP : 211.225.***.21
    댓글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6/11/15 04:02:05
    원글작성시간 : 2004/04/29 21:04:03
    http://todayhumor.com/?humorbest_149711 모바일
    인요한 소장 룡천돕기 쓴소리

    "이벤트성, 개인플레이로 북한 도와선 안돼"

    북한 의료지원 사업하는 인요한 소장 인터뷰



    수천명의 사상자를 낸 북한 룡천역 참사로 최근 방송 출연과 시민단체의 문의 등으로 매우 바빠진 사람이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외국인진료소 인요한 소장이 장본인이다. 95년부터 북한에 의료 지원 활동을 벌이면서 매년 2,3차례씩 북한을 방문해 북한의 의료실태 등에 대해 정통하기 때문이다. 인소장은 한국에 온 장로교 선교사였던 외조부인 유진 벨 이래로 4대째 한국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미국인 의사다. 하지만 국적만 미국인일 뿐 한국인의 사고방식을 갖고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쓰기에 사실상 한국인이나 다름 없다.

    미국인 신분이어서 남북한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었던 그를 28일 영동세브란스병원 외국인진료소에서 만나 최근 발생한 룡천역 사태와 관련한 구호체계 등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는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북한에 대한 의료용품과 긴급 구호품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에는 비교적 의료 인력도 많고 질도 괜찮은 편이므로 당장 우리 의료 인력이 가는 것보다는 북한 의사들 손에 수술 장비와 의료 소모품 등을 쥐어줘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인 소장은 “지금 단계에서는 북한이 자가발전해서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급한 마음에 중국 단둥에 날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뜨거운 열정은 이해하지만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냉철한 이성을 갖고 대한적십자사, 월드비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등 북한이 신뢰하는 단체들을 밀어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인 소장은 또 “지금 전부 서로 나서서 각자 플레이를 하고 있고 이벤트성으로 흐르는 것도 꽤 있다”며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성을 갖고 북한을 도와야 한다. 그 동안 남한이 지속적으로 북한을 도와 기본적인 의료소모품만 있었어도 피해가 이만큼 커졌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정부 당국자가 북한 보건 당국자를 만나 골치 아픈 게 뭐냐고 물어보고 가려운 데를 제대로 파악해 긁어줘야 하는데 지금은 ‘내가 주고 싶은 게 이거니까 받아’ 하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인 소장은 또 북한에 퍼준다는 일부 보수층의 시각에 대해 “10년동안 북한을 드나들면서 지켜본 바로는 늘 창고가 비어있었다”며 “북한 관료에 대해 불만이 있다고 해서 죽어가는 동포들을 외면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북한도 지금 남한 경제가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며 “남한도 어려운 가운데 북한을 조건 없이 돕는다면 북한이 10배, 100배 감동하게 된다”고 남한의 무조건 지원을 역설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단체별 개인 플레이, 이벤트성 지원 지양해야"

    -이번 참사를 보며 느끼는 소감이 어떤가.

    무척 안타깝다. 북한은 90년대 초까지는 항생제를 수출하던 나라다. 그러던 북한이 95, 96년 큰물(홍수) 피해를 입었고 97년에는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한편으로는 동구권의 몰락으로 경제가 엉망이 됐다. 90년대 중반 이후 10년 동안 북한은 이 대신 잇몸으로 살아왔다.

    북한을 환자로 치면 만성병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용천역 참사로) 급성병이 찾아온 것이다. 룡천은 북한의 외곽지역에 해당한다. 평안북도에는 신의주밖에 도시다운 도시가 없다. 신의주도 수해 피해를 여러 번 당해 많이 망가졌다. 한국이 그 동안 북한을 지원한 데 대해 (일부에서) 퍼줬다고 하는데 내가 10년동안 북한 곳곳을 다녀봤지만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 룡천의 환자들은 선천과 신의주, 신신의주 세 군데에 나눠져 있을 것이다. 북한의 기본적인 사회인프라가 무너진 상태에서 이런 사고가 생겼으니 큰 부담이 된다. 캐비닛을 눕혀서 침대로 쓴다고 하지 않나.

    -이번 참사로 정부와 민간단체 차원의 활발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지만 교통정리가 안돼 혼선도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나.

    몇 가지 (주의해야 할) 포인트가 있다. 북한을 아프리카의 기아국가와 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 아프리카의 못 사는 나라들은 나라가 혼란스러운데 북한은 질서 정연하다. 또 아프리카에는 의사가 없는데 북한에는 비교적 의료 인력도 많고 질도 괜찮은 편이다. 그러므로 당장 우리 의료 인력이 가는 것보다는 의사들 손에 수술 장비와 의료 소모품 등을 쥐어줘 일할 수 있도록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

    화상 환자들은 피부가 없어지면 몸 속 수분과 이온이 빠져나가 혼수상태에 빠져 죽게 된다. 그러므로 피부 이식 수술을 할 수 있도록 수술장비와 기구 등을 지원해야 한다. 또 추위를 막을 모포와 굶주림을 달랠 식량을 보내야 한다. 폭발사고로 오염된 물을 정화할 정수기와 정수기를 돌릴 발전기, 각종 장비를 돌리는 데 쓸 석유, 휘발유 등을 지원해야 한다. 좀 더 뛰어난 의료 인력이 필요하다면 그 다음에 보내면 된다. 지금은 불이 났으니 불부터 빨리 꺼야 한다. 3단계로 필요한 것이 북한이 재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요약하면 지금 단계에서는 북한이 자가발전해서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벤트성으로 북한을 후원하자는 것은 큰 도움이 안 된다. 급한 마음에 중국 단둥에 날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뜨거운 열정은 알겠지만 북한에 들어갈 수가 있나. 냉철한 이성을 갖고 대한적십자사, 월드비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등 북한이 신뢰하는 단체들을 밀어주면 된다. 그런데 지금 전부 서로 나서서 각자 플레이를 하고 있고 이벤트성으로 흐르는 것도 꽤 있다.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성을 갖고 북한을 도와야 한다. 그동안 남한이 지속적으로 북한을 도와 기본적인 의료소모품만 있었어도 피해가 이만큼 커졌겠느냐. 지금은 남한 사람들이 북한을 돕겠다고 난리지만 남한 사람들 냄비근성을 생각하면 걱정스럽다. 남한 사람들북한을 도울 나라는 결국 형제 나라인 남한 아닌가.

    지금 남한 정부가 북한과 자꾸 대화하자고 하는데 장례 치르는 집에다가 대화하자고 하면 말이 되나. 우선 무조건 돕겠다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이 시점엔 투명성을 따지면 안 된다.
    또 북한이 10년동안 도움을 받으면서 도움을 받는 사람도 이제는 지쳤다. ‘우리는 언제까지 도움만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고 성의껏 도와주면 그 사람들도 사람들인데 도와주는 얼굴에 침 뱉겠나.

    -NGO들(비정부 민간단체)이 각자 플레이한다고 지적했는데 어떤 걸 말하는 건가.

    그동안 북한과 접촉해오지 않았던 사람이나 단체들이 굉장히 많이 나타나지 않나. 급하게 단둥으로 날아가기도 하는데 내가 안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이런 문제로 ‘국경없는 의사회’와도 국제회의석상에서 싸운 적이 있다. 의사회는 자기네들이 직접 가서 진료를 해야 겠다고 하는데 그런 자세가 나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나는 10년동안 북한을 드나들면서 ‘애프터서비스맨’ 노릇만 했다. 가서 보스 행세한 게 아니라 뭐가 있느냐, 뭐 필요하냐, 애로사항이 뭐냐 고 물어보고 필요한 걸 구해주기만 했다. 그러니 의사들은 피눈물나게 고마워했다. 물품이 없어서 일을 못했는데 일을 다시 하게 해줘 고맙다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북한 의사 50명만 도우면 그 사람들이 북한 주민 1만명을 치료할 수 있다. 만약 북한에 의사가 없다면 국경없는 의사회 말대로 비행기로 날아가야 하지만 상황이 안 그렇다. 그게 답답할 뿐이다.


    "내가 주고 싶은 것 이런 거니까 받아 하는 식의 도움은 곤란"

    -육로 수송과 해로 수송 등 지원 물자 수송 경로를 두고도 남북간에 논란이 있는데.

    사고 장소가 개성 근처라면 육로 수송이 낫겠지. 하지만 평양과 신의주 구간에는 포장도로가 거의 없다. 그렇다면 굳이 육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좋기로는 오히려 중국 단둥을 경유해 들어가는 게 제일 좋다.

    -화상을 입은 환자들이 많은 것 같던데 어떻게 해야 하나

    군 인민병원이 200여군데 있지만 화상환자를 돌보기는 힘들다. 신의주소아병원, 신의주도병원 등이 화상환자를 볼 수 있을 거다. 서울에서도 신체의 50%이상 화상을 입으면 모두 한강성심병원으로 간다. 세브란스에서도 치료를 못한다. 100명의 화상환자가 한꺼번에 생기면 우리도 눈앞이 캄캄해진다. 내가 평소에 소방병원을 만들자고 계속 주장해온 것도 이런 이유다. 룡천역 사고나 테러 같은 게 생기면 우리도 감당 못한다. 지난해 대구지하철 참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의 의료 인력이 충분하다고 보나.

    어차피 그런 사고 나면 서울에서도 인력이 부족하다. 중요한 건 결국 의료용품이다. 화상용 붕대, 따뜻한 방, 수액, 항생제, 화상연고, 멸균실에서 정화된 소독용 물이 있으면 웬만큼 치료할 수 있다. 이런 일로 북한도 전국 의사들에게 동원령을 내리지 않았겠나. 이런 문제엔 북한이 훨씬 빨리 움직인다.

    -그러면 북한이 의료 인력은 충분하니 구호물자만 보내달라고 한 건 자존심 때문에 일부러 거부한 건 아니라는 건가.

    자존심 문제도 있겠지만 실제 의료인력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 의사가 세브란스병원의 시스템을 모르면서 수술도 하겠다고 하면 웃기는 얘기 아닌가. 정부 당국자가 북한 보건 당국자를 만나 골치 아픈 게 뭐냐고 물어보고 가려운 데를 제대로 파악해 긁어줘야 한다. 지금은 북한이 필요한 걸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주고 싶은 게 이거니까 받아’ 이런 식이다.

    -대한적십자사가 나서고 있는데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총재로 계신 분이 대북 지원사업에 마음도 있고 열심히 하시는 것 같다. 그런 분들한테 정부가 제한을 주지 말아야 한다. 현장에서 바로 결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줘야 한다. 그래야 북한도 ‘(남한이) 조건 없이 우리를 돕는구나’ 하는 생각을 가진다. 어떤 협상이 됐든 현장에서 어느 정도 결정할 수 있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협상에 실패할 수도 있지만 긴 호흡으로 보고 현장 상황에 맞게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북한 관료 밉다고 죽어가는 동포들 외면할 수 있나"

    -보수적 시각을 가진 일부 사람들은 우리가 도와줘도 북한 당국이 제대로 북한 인민들에게 물자를 나눠줄지 의심스러워 하는데.

    어려운 처지에 당했을 때 조건을 내세우며 도와야 한다, 말아야 한다 하면 안 된다. 북한이 우리한테 감사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러면 어떠냐. 성경 말씀에도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지 않나. 또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한국) 보수의 논리가 성경말씀과는 안 맞다. 북한의 관료와 인민은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 관료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해서 죽어가는 동포들을 외면할 수는 없지 않나.

    -같은 맥락에서 그 동안 대북지원을 ‘퍼주기’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있는데.

    내가 북한을 드나들면서 지켜본 바로는 한 번도 퍼줬다는 느낌이 든 적이 없었다. 항상 가보면 창고가 비워져 있었다. 적어도 물자에 관한 한 퍼줬다는 얘기는 가설일 뿐 사실이 아니다.

    -조만간 북한에 갈 생각이 있나.

    지금 시점에선 전혀 없다. 급한 게 내가 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 인천에서 수액과 붕대 등 4000여만원어치를 북으로 보냈다. 그것들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확인할 생각도 없다. 이번만큼은 정말 투명성 문제에 관심이 없다.


    "남한 어려울 때 도와주면 북한이 더욱 감동할 것"

    -새로운 NGO를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등대복지회’라는 것이다. 출범한지 3개월 가량 됐다. 형이 주도하는 유진벨은 북한에서 미국 단체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이 계속되면서 유진벨이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계속 줄고 있다. 지역도 북한 전역에서 평안남북도로 쪼그라들었다. 학생들이 결석 많이 한 날 선생에게 혼나는 건 출석한 사람들 아니냐. 미국의 강경조치 때문에 현지에 있는 우리만 골탕을 먹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NGO들의 활동무대가 계속 넓어지고 있고 그렇게 돼야 한다. 한국 단체들이 평양 말고 지방도 가자, 농촌도 가자고 하고 우리도 미국에 100% 동의하는 것 아니다, 같은 민족끼리 잘해보자고 하면 북한도 점점 개방적이 되지 않겠나.

    -등대복지회가 하는 일은 뭔가.

    유진벨은 결핵 퇴치 운동을 중심으로 했는데 우리는 일반 의료 지원을 하려고 한다. 우선 두유 만드는 기계를 북한에 보내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기계와 콩, 설탕 등을 보내면 어린이 발육을 위한 훌륭한 식품이 된다. 우유와 거의 비슷한 성분이 다 들어있는데다 한국인에게는 우유 분해 효소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두유를 보낸다. 5세 미만 어린이 1만명에게 두유를 공급하는 게 일차 목표다. 우선 사리원, 평양, 평성시 등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뒤 이후 더 확대하려고 한다. 북한의 반응도 매우 좋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대북 접근이 좀 바뀌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강대국이 나눈 나라를 강대국이 합쳐주지 않는다. 남북이 할 일을 그 동안 바람막이로 내가 했다. 이런 일을 계기로 내가 할 일이 없어지면 좋겠다. 중매쟁이가 중매해줬다고 결혼한 사람들 집에 가서 살진 않는다. 끈끈한 가족애 등 전통적 한국 사회의 장점이 남한에선 사라졌지만 북한에는 남아있다. 남북한이 통일됐을 때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는 약간 구세대라 그렇지 북한의 전통적인 면들이 좋다. 사람이 남을 돕다보면 자신도 도움을 받게 된다. 남을 돕는 자신의 마음이 풍요해진다. 북한도 지금 남한 경제가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남한도 어려운 가운데 돕는다면 북한이 10배, 100배 감동하게 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 상황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지니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 동안 북한도 어떻게 살고 있겠지 했지만 실제 보니 정말 어렵다는 걸 새삼 깨달은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어려울 때 아이들부터 챙긴다. 아이들부터 죽어나는 다른 가난한 나라들과는 대조적이다. 또 한국인은 상황이 안 좋을 때 웃으며 난관을 헤쳐나간다. 북한의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 보수, 진보를 떠나 모두 마음이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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