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얘기 남한테 하는 걸 싫어하지는 않지만, 내 속 얘기라든지, 내가 어떤 기분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이야기하는 걸 싫어해서, 결국 이렇게 익명으로라도 내 얘기 좀 해보려고 이러네요. 자존심이 무척이나 셌는데, 뭔가 이렇게 다 끝나고 보니 너무 허무하기도 하고, 그동안 내가 내 자존심 죽여가며 지내왔던게 떠오르니 더 억울하기도 하고, 화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슬프기도 하고,
암튼 복잡합니다.
꽤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거든요.
오랜시간 알고 지내다가 사귀게 된 남자친구는 아니고, 그냥 오다가다 알다가, 어쩌다 메신저로 친해지게 되서 얘기 많이 하고 서로 호감이 생겨서 그렇게 사귀었어요.
아직도 기억하는데, 그때가 봄이었거든요. 날씨가 한동안 계속 맑아서 기분이 엄청 좋았었는데,
암튼 그날 사귀던 그 날도, 밤이긴 했지만, 그 낮에는 진짜 눈물 날정도로 맑았어요.
그 사람은 제가 첫 여자친구였고, 저는 몇번 사귀어보긴 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더 어렸고, 그냥 애들 소꿉놀이 하듯이,
그냥 조금 더 특별하게 친한 친구사이, 뭐 그정도였으니, 저한테도 이렇게 막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던건 이 사람이 처음인 것 같네요.
아무래도 저는 여자인데다가, 이 사람이랑 사귀기 좀 전에는,
다른 사람을 맘에 두고 있어서, 힘들어 하던 차에, 이 사람이랑 사귀게 된거라,
솔직히 처음에는 별로 그다시 맘에 없었어요. 이 사람이.
그땐 이 사람도 제가 자길 별로 안좋아한다는 걸 알았는지, 무척 잘해주더군요.
아 사람이 정말 이렇게 까지 자상할 수 있구나, 라고 생각해본 적도 있었고,
이만큼 내가 사랑받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도 해본적 있을만큼요.
그냥 미친년- 하실지 모르겠지만, 아 모르겠어요. 지금은 그냥 저도 제정신이 아니고,
그냥 누가 좀 신세한탄 들어줬음 하는 마음에 쓰는 글이니, 그냥 하고 싶은 말 다 하렵니다.
예쁘게 생겼다는 소리 많이 들었어요. 아니, 뭐 적어도 어디가서 꿀린다는 소리
들어본적없고, 성격이 얌전하거나 나긋나긋하거나 흔히 여우처럼 구는 스타일이 못되긴 해도,
그냥 어디가서 제 외모가지고 흠 잡혀본적 없었고, 그냥 이쁘네- 이쁘장하게 생겼다, 란
소리 많이 듣고 살았거든요. 그에 비해, 이 사람, 외모로 봐선 저보다 많이 못했었어요.
제 친구들이 남자친구라고 사진이라도 보여주면, 아저씨같다느니, 못생겼다느니,
도대체 왜 이런 사람이랑 사귀냐느니, 어쩜 보여주는 친구마다 저더러 당장 헤어지라느니,
이런 소리 하는 거, 처음엔 자존심상하고, 슬프기도 하고, 처음엔 쪽팔릴 때도 있었고,
암튼 그런 적도 있었지요. 처음 사귈 땐.
그렇지만, 조금 사귀면서, 이 남자, 너무 멋있는 거에요.
정말 자상했고, 정말 착했고, 정말 배려심도 많았고 이해심도 많았고,
내가 앞으로 이렇게 나한테 잘 해주는 남자를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요.
그런데 그것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더군요.
제가 외곬숩니다. 성격이 털털해서 그냥 '남자'인 친구들은 많아도,
정말 마음 주는 사람 외에는 전혀 쳐다보지도 않고, 제가 마음 준 사람 외에는
아예 이성으로 보이지가 않아요. 그냥 생물, 사람, 그 뿐이에요.
제가 이 사람한테 마음 열고, 정말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저도 제가 스스로가 미친년처럼
빠져서 좋아했어요.
제가 정말 널 좋아한다라는 걸 너무 표현해서 그랬던 건지,
아님, 원래 이 남자 성격이 그랬던건지, 저한테 조금씩 소홀해지기 시작하더군요.
하루에 귀찮을 정도로 많이 하던 문자, 전화, 조금씩 뜸해지더니,
어느날부터는 제가 매달리고 있는 게 보였어요. 왜 문자안해? 왜 전화 안해? 나 이제 싫어?
제가 정말 입에 달고 살았죠. 처음에는 미안해, 미안해, 하더니, 나중엔 그냥 제가 저 말만 해도,
왜 시비를 거냐는 식으로 맞받아치더군요. 정말 심각할정도로 자존심 강했던 제가,
연락 좀 해줘, 전화 좀 해줘, 그 소리 할때마다 정말 아프고, 스스로 상처내고 울고, 말도 못해요.
제가 정말 정신병자인줄 알았어요. 그렇게 아프고 슬프고 하면서도, 헤어질까 생각하면
세상이 무너질 것 같으니, 그냥 내가 참자 하고, 자존심 죽이고, 참고 참다가,
갑자기, 전화를 미친듯 해도 안받으면, 잘 참다가도, 아주 갑자기 억울해지더군요.
싸우기 싫으니까 나도, 그리고 또, 내가 이렇게 전화 문자 연락에 매달리는게,
너무 내가 집착하는 게 아닌가, 내가 이러는게 너무 숨막히지 않을까해서, 억지로 다른 거 하면서,
다른 생각하고, 억지로 기다리지 않으려고 진짜 말그대로 저 스스로를 훈련시켰어요.
시간이 갈수록 더 힘들어지니, 저도 나름대로 요령이 생기더군요.
어디 나갈때, 뭐 할때, 아예 핸드폰을 꺼놓거나 아님 침대밑같은데 던져놨어요.
기다리지 않으려고. 그리고나서 나 할일 다하고 보면, 무슨 삐삐에 연락온거 확인하듯이,
전화했었나 문자했었나 확인하고, 한통이라도 와있으면 또 다시 기분 좋아져서 막 행복해하고 하다가도,
갑자기 보고싶어져서 전화하는데 죽어도 안받고, 열통 스무통 미친듯이 해도 안받으면,
갑자기 화가 미친듯이 나는겁니다. 왜 난 이렇게 노력하는데, 이사람은 이렇게 노력을 안하는지,
그래서 나 섭섭하다고 좀 알아달라고 하면, 도리어 화내요.
왜 사람을 힘들게 하느냐? 왜 자꾸 그렇게 못잡아먹어 안달이냐 하는 식으로요.
나는 나 섭섭하다고, 알아달라고, 그거 발버둥친건데, 그걸 내가 자길 못잡아먹어 안달하는 것 처럼
생각하는 걸 보면 또 화가나서 한바탕 싸우고, 그러다보면 항상 사과는 제가 합니다.
울고 불고, 미안하다고, 내가 오늘 안좋은 일이 있었는데, 그 것때문에 예민해져서 그런가 보다고,
이해해달라고. 기분이 좋아서 전화했어도, 싸우고나면 없었던 안좋은일까지 만들어서,
이렇게 날 합리화시키고, 이해해달라고. 그렇게 울고 불고 하면, 그제서야 화 풉니다.
울어? 울지마 하고. 그러다보니, 저는 한번도 내가 속시원하게 하고 싶은 말 끝까지 다 하면서 싸우고,
정말 속이 시원해져서 기분 좋게 화해한 적이 없었어요. 항상 내가 미안해, 미안해, 하다보니,
항상 화해를 하면서도 마음 속 한구석이 답답한게, 항상 응어리진게 남은 것 같더군요.
사이가 더 안좋아지게 된건, 스킨쉽이 잦아지면서부터였어요.
그런거 안좋아하고, 저는 정말 키스도 이 남자친구가 처음일정도로 그런걸 너무 싫어했었는데,
남자니까 이사람은, 그런걸 나만큼 싫어할 수가 없을테니까, 어느정도는 합의하에 그냥 저도 이해했죠.
저는 '선' 이란 건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구요.
제가 누누이 약속했었죠. '선' 을 넘지 않는 이상은 나도 이해하겠다고.
물론 그 '선' 을 넘기 전의 진도를 나갈때도 다툼이나 뭐 그런건 있었지만, 암튼 결과적으로 저는,
'선' 은 지켜줬음 좋겠다고, 처음엔 어르듯이 달래듯이 말하다가, 나중엔 정말 단호하게 얘길 했었어요.
그때부터, 조금씩 더 멀어지기 시작했었던 것 같네요.
결국은 헤어진 직접적 이유도 이것때문이에요.
저는 제가 한 모든 일에 대해, 책임이란 걸 져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정말 그런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거든요.
조선시대 꽉 막힌 생각처럼 혼전순결! 하며 외치고 다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어느정도 더 나이를 먹고, 그게 뭐 임신을 하든 안하든 그런 문제를 떠나서,
어쨌든 내가 누군가와 처음으로 관계를 맺고, 더 그런 깊은 관계로 발전을 하게 될때는,
어떤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결혼하자, 책임져 하는 문제가 아닌.
아, 어떻게 말로 표현이 안돼네요. 그냥 단순히, 내 행동에 대한 어떠한 내스스로의 책임없이,
그래 난 너 좋고, 너도 나 좋으니 우리 자자. 하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전 그사람을 자꾸 밀어냈구요. 결국 서로 지쳐 헤어졌네요.
절대로 이 사람이 싫어서, 사랑하지 않아서, 자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니었거든요.
이해를 할 수가 없어요, 아직도. 손만 잡고 다니자 한것도 아니었고,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데까진
저도 이해를 했는데, 남녀간의 사이에서 그 관계라는 게 그렇게 중요한건가요.
그렇게 대단한거고, 겨우 그런게,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한다라는 표현이 되는 건가에요.
그동안 내가 보여줬던, 정성이나, 내가 내 자존심 숙여가며 사랑한다고 했던 모든 것들이,
겨우 그 관계를 밀어냈다는 것에 가려져서, 넌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소리까지 들어야 할만큼요.
제가 그럼 날 더 사랑해줄 순 없었냐고, 내가 널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날 더 사랑해서, 내가 널 정말 많이 사랑할 수 있게 할 수는 없었냐고 물었습니다.
이건 제 변명일지 모르겠지만, 이 남자가 나한테 더 잘해줬어도, 난 깊은 관계까지
발전하려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암튼 그렇게 물었어요.
연락좀 자주하고, 문자좀 자주하고, 전화도 좀 자주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소한거,
아주 작은 것들 기억하고 챙기고, 그런 걸 왜 그렇게 못해줬냐고.
했더니, 돌아오는 말이, 내가 자기와 자지 않아서, 우리 사이가 멀어져서 그런거라더군요.
분명, 이사람이 변하기 시작한건, 그런 말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였는데.
헤어지자고 하니, 얼마를 매달리더군요. 매달린건가 그게?
아무튼, 저도 마음이 흔들려서 그럼 다시 생각해보자고 하고 지냈는데,
아니 헤어지고 나서, 다시 사귈때까지 서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자고 한 그 시간이 정말
중요한거 아닌가요? 아무리 연기고 가식이라도, 상대방이 원했던 모습 원했던 것 그런거
해주면서, 다시 맘돌리게 애쓰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변한게 없어요. 같아요. 내가 질질 끌려가는 모습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서,
스스로 아예 우리 사이 연결되있던 끈을 다시는 못이어지게 아주 가위로 난도질을 쳐놨어요.
조금 슬프긴해도, 아마 이사람과 다시 시작하면, 얼마못가 또 이런일이 생길겁니다.
다시 왜 나랑 자네 안자네 하는 걸로 다투게 될꺼고, 일차적으로 이사람은,
결국 날 행복하지 못할거에요. 난 정말 소소한 걸 바랬는데, 그게 안되네요.
마음이 너무 편해요. 이렇게 헤어지고 나니까. 그냥 어디 답답한데 있다가,
뻥뚫린데로 나온것같이.
정말 이 사람이랑 사귀는 동안 아쉬울거 없었거든요.
사랑도 많이 해봤고, 사랑한다는 표현 이만큼 많이 해본적도 처음이었고,
울기도 많이 울어봤고, 자존심 버리고 울며불며 매달려보기도 하고,
그래서 아무런 미련은 없네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너무 화가나요.
도대체 내가 왜. 내가 뭐가 못나서. 정말 객관적으로 누가 보기에도,
제가 훨씬 아까운 사람이었거든요. 공부도 잘했고, 나쁜길로 빠져본적도 없었고,
집에 돈도 좀 있고, 정말 스스로 복이 많은 여자라고 감히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저 정말 객관적으론 그 사람한테 과분한 사람이었는데.
그런데 왜 다른사람이 그런 말할때, 내가 되려 화내면서,
내가 되려 기분 나빠하면서, 아니라고, 나한테 그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이라고, 왜 그렇게 두둔하면서 힘들어했는지,
그러면서 내가 사람들한테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자랑하면서도,
왜 그거에 합당한 사랑도 못받고 힘들어했는지, 억울해요. 내 시간이.
정말 맘같아선 쌍욕이라도 퍼붓고, 내가 여지껏 받았던 상처
다 돌려주고 싶은 마음입니다만, 그렇게 까지 또 하고 싶진 않네요.
제 친구가 그러네요. 전 정말 좋은 사람 만날꺼래요.
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라, 나중에 더 큰 사랑 받을거라면서.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내가 그동안 가슴 아파하면서 힘들게 잡고 있었던 게,
겨우 이런 거였다니, 놓고 보니 별거 아닌것을 그렇게 힘들게 울면서 끌어안고 있었던 걸 생각하면,
너무 눈물나네요.
정말 죽어라 아파했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
울고 불고, 잘못했다 싹싹빌고, 매일 밤 꿈에서 제가 보이고,
어딜가도 저만한 여자 못만나고, 하루하루 폐인처럼 골골 거리다가,
그냥 그렇게 죽어버렸으면 좋겠을 정도로.
뭔가 쓸쓸한 이기분, 하루 빨리 정리 되길, 같이 기도해주세요.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