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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494575
    작성자 : 익명Y2doY
    추천 : 11
    조회수 : 777
    IP : Y2doY (변조아이피)
    댓글 : 205개
    등록시간 : 2015/08/05 23:51:17
    http://todayhumor.com/?gomin_1494575 모바일
    여자분들이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푸념글이에요.


    음... 길어질 것 같네요.

    저는 외모가 매력적이지 않은 20대 중반 여자고,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 눈 때문에 제 자신을 싫어하고 있었지만
    오랜 노력 끝에 이제서야 겨우 좋아하고 보듬을 수 있게 됐어요. 저 자신을 있는대로 좋아하기 시작했죠. 

    근데 절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는 여전히 제가 별로더라고요 ㅎㅎ 최근에야 깨달았어요.

    요 몇년간은 상관없었어요.
    '내가 날 좋아하니까 됐어, 나 싫은 사람은 꺼지라고 해,' 라고 생각해왔어요. 
    근데 그것도 이젠 슬슬 바뀌기 시작하네요.

    사람 욕심이 나거든요. 날 좋아하고, 먼저 찾아줬으면 좋겠다는 욕심요.

    내 자신을 다른 사람들의 혐오로부터 보호하기만 하는 건 지긋지긋해요... 첫인상부터 호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요.

    근데 넘어야 할 게 너무 많네요.

    외모는 가꾸고 또 가꿔도 여전히 비호감인 것 같고,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데 말못할 고민만 쌓이고, 나이는 먹어가고, 몸에는 생각도 못했던 병이 자꾸 생겨나고, 새로 사람을 만날 기회는 점점 희박해져요.

    내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도, 다른 매력적인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그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것도
    하나하나 모든 게 힘이 드네요. 
    바꿔야 할 게 너무 많고. 욕심은 많은데. 결과는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내가 이렇게 가진 거 없는 사람이었나 싶고.

    힘이 빠지는데 누구한테도 내색은 할 수 없어요. 아슬아슬한 외줄 위에 있는 기분이에요.


    오유에 이제 막 오기 시작했지만,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건 고민게시판이에요.
    매력이랑 자존감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하고 동지애도 느껴지고.
    나는 남자 만날 고민을 하는데, 여자는 대체 어딨냐는 글들을 보면 어쩐지 짠하기도 하고...ㅎㅎ
    그러면서도 못생긴 여자는 싫다고 하는 부분을 보면 가슴 한 구석에 얼음을 밀어넣는 기분이 들어요. (저격 아니에요. 이해해요.)

    그래도 힘을 낼 수밖에 없으니까!

    저는,
    매일마다 정성껏 화장을 하고, 옷장에 걸린 옷들 중 개중 가장 나은 옷을 차려 입고,
    오랫동안 방치해서 엉망이 된 몸이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치켜들고, 웃는 얼굴을 한 번 지어보고,
    가끔 휘청거리면서도 굽이 제일 높은 구두를 신고 나가요. 
    가끔 발을 삐어서 죽도록 아파도, '오늘은 00 신은 날이야. 안 울어.' 라고 생각하며 아무렇지 않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그런 구두요.

    사실은 스스로를 가꾼다고 해봤자 큰 희망도 없고,
    내가 대단히 잘났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요. 하루하루 진전도 없어요.

    그래도 그냥 가장 좋은 차림을 하고(그래봤자 형편없지만), 
    불안은 꾹 눌러서 안 보이게 하고,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예의바르고 우아하게 일을 하다가 돌아와요.

    바깥을 돌아다니는 동안에는 불안이나 우울, 절망이 묻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요.
    날씨가 얼마나 화창한지, 오늘 화장이 잘 먹은 내 얼굴이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이렇게 하루를 살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지...그런 걸 생각하려고 노력하죠.

    밤이 되면 우울해지지만요.


    근데도 이상하게 이러다 보면

    다른 사람 눈에 내가 얼마나 별로인지, 그 무관심과 냉대와 가끔 들어오는 익명의 문자를 통해서 잘 알고 있는데도,
    객관적으로 보면 단 하나도 낙관적인 구석이 없는데도

    언제 이러다가 좋은 사람을 만날 것이고, 나도 좋은 연애를 하게 될 거라는...이유없는 희망이 들어요!
    저도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요.


    내 매력과 아름다움이 있고, 나는 그걸 이제 갈고 닦아 빛내기만 하면 된다는.... 그런 생각이 있어요.
    좀 더 빨리 해야 할 것 같지만 ㅎㅎ 20대가 다 가기 전에...


    제가 왜 이런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오유 고민게시판을 보면서 정말로 그 모든 사람에게 다 고민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 다른 분들보다는 못해도, 저도 어릴 때부터 많은 일로 수없이 괴로워하면서 살아왔고
    아직 이렇게 속앓이를 하면서도 바깥에서는 멀쩡하게 돌아다니니까.... 

    그리고 잘못한 것도 없이 괴로워야 했던 만큼, 한 것도 없이 잘 되는 날도 올 테니까,

    우리 열심히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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