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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animal_149215
    작성자 : MarkJ
    추천 : 17
    조회수 : 1194
    IP : 112.169.***.54
    댓글 : 61개
    등록시간 : 2015/12/29 00:14:23
    http://todayhumor.com/?animal_149215 모바일
    전 고양이에게서 삶을 배웁니다 (1)
     
    아바타 여행을 통해 오유라는 곳을 알게 되고, 오유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참 따뜻해서 좋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게시판을 돌아다니며 눈팅에 댓글에 게시물까지...후후후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뒤늦게 오유배워 폭풍 업뎃하고 있습니다.
     
    그중 동물게시판이 제일 좋습니다.
    특히 나물이, 숙주, 미나리... 이런 애들 신기하고 예쁘고 막 이럽니다...하하하
     
    닉언죄(?) 네임드(?) 뭐... 이런거 안된다고 하는 건 알지만 그냥 제가 이렇다는 걸 쓰고 싶었습니다.
     
    그처럼 고양이를 통해 깨달은 것도 쓰고 싶었습니다.
    정확히는 공유가 맞겠지요? 수년 전 타 커뮤니티에 썼던 글입니다.
     
    동물게시판과는 약간 다른 귀욤귀욤하지 않은 글일 수 있긴합니다...^^
    그래도 동게의 따뜻함으로 읽어주실거라 믿습니다.
     
     
    마크제이.jpg

     
     
    정말 오랫만에 모공에 들어 왔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글들을 보고 있습니다.
     
    자살을 왜 하면 안되냐며 쓰신 글을 보고 글이 쓰고 싶어졌습니다.
     
    댓글로 쓰다가 너무 길어져 그냥 모공에 글을 남기고 싶어졌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자살하면 안되는 이유.
     
    태어났으면 살아야 합니다.
    태어났으면 죽을때까지 살아야합니다.
    태어났으면 그냥 죽을때까지 살아야합니다.
     
    그러니자살따위는 안됩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자살하면 안되는 이유입니다.
     
     
    남겨진 내 주위의 사람들을 생각해서
    자살한 시체를 치울 사람을 생각해서
    자살할 용기로 더 굳세게 살아야해서
     
    어떤이들에게는 이게 자살을 하지 않는 이유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겐 태어난 인생이란건 그냥 살아야가야하는 것입니다.
    제게 삶이란 선택에 의해 버릴수 없는 것입니다.
     
     
    한때 참 많은 생각을 한적이 있습니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무기력해졌습니다.
    멍하니 가만히 앉아있으면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그런 나날이란 것 한낱 깃털에 불과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매일이 똑같았습니다.
    시간은 제게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별로 길게 산 인생도 아닌데 그 시기를 거치며 여러가지를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기르게 된 고양이로부터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전 고양이 두마리를 기릅니다.
     
    한 마리는 마크
    다른 한 마리는 제이
    (세번째 고양이를 기르게 된다면 콥스가 될것입니다...^^)
     
    마크는 길고양이입니다.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낳자마자 죽어 버려지게 된 고양이입니다.
    같이 태어난 다른 한 마리는 며칠 버티지 못하고 죽어버렸습니다.
    마크 또한 처음 제게 올때 주먹보다도 작은 그 몸의 반이 피부병으로 덮여있었습니다.
     
    그런 고양이가 살아남았습니다.
    실로 어마어마한 식탐으로 살아남았습니다.
     
    마크가 외로울까봐 고양이 한마리를 입양했습니다.
    아주 좋은 주인에게서 사랑듬뿍 받고 자란 고양이가 낳은 새끼를 입양했습니다.
     
    두번째 고양이 제이입니다.
    제이는 생긴것도 아주 이쁩니다.
     
    풋...
    팔불출 맞긴 한데 제이는 진짜 이쁩니다....^^
     
     
    그런데 예민한 건 마크였습니다.
    음식때문에 탈이 나는 것도 마크
    피부가 예민해서 털이 빠지고 다시는 자라지 않게 된 것도 마크
    식탐만 강할 뿐 잔병치레 많은 것도 마크입니다.
     
    처음에는 길고양이가 길고양이답지 못하게 예민하다며 툴툴댔는데
    차후 깨달았습니다.
     
    마크의 어미가 이 아이를 가졌을 때,
    길고양이로 살아가면서 음식을 제대로 못먹었으니 영양상태도 정상이지 못했을것이고
    길고양이로 살아가면서 사람들에게 받았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심리상태도 정상이지 못했을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에 반해 정말 곱상하게 생긴 제이는 오히려 건강합니다.
    사랑 듬뿍 받고 자란 어미에게서 낳은 제이는 이미 가지고 태어난 건강자체가 마크와 달랐던 것입니다.
     
    그런 마크가 제 속을 된통 썩인적이 있습니다.
     
    어느날 외출 후 집에 돌아왔더니 마크가 베란다에 있던 사료를 물고 들어와 반봉지를 다 먹어치웠습니다.
     
    밥을 준다고 딸랑딸랑이는데도 (마크는 밥통소리만 나도 빛의 속도로 뛰어옵니다.) 이상했는데
    그게 이미 자기 배에 가득 사료를 채워 넣었기때문이었습니다.
     
    그후 마크는 혈뇨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초음파검사, 혈액검사부터 결국은 입원까지...상태는 그리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달여간을 아프고 겨우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원래 마크는 신장이 좋지 않게 태어났던 것이었습니다.
    깨끗한 물을 마시기 여의치 않은 길고양이들은 보통 신장이 좋지 않습니다.
    그런 길고양이를 어미로 둔 마크는 선천적으로 신장이 좋지 않았던 겁니다.
     
    그런 고양이가 갑작스럽게 너무나도 많은 사료를 먹고 나트륨 과다가 되면서 혈뇨를 본것입니다.
     
    그 후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워낙 선천적으로 타고난 질병인지라
    아직도 가끔 혈뇨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얼마전에도 장보고 와서 식탁에 놔둔 햄을 비닐째 뜯어먹고 또 혈뇨를 보았더랬죠...ㅜㅜ)
     
     
    그런데 이 고양이 참 해맑습니다.
    그렇게 아픈데도 밥통을 딸랑이면 달려옵니다.
    그리고 배부르면 뒹굴뒹굴 행복해하면서 놉니다
     
    정말 가끔 진지하게 이 고양이가 무슨생각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그렇게 마크 제이와 3,4년을 살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고양이들은 그다지 깊은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배부르면 행복합니다.
     
    그냥 제 배위에서 눈을 감고 그릉그릉대며 잠이듭니다.
     
    얘네들은 미래따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배가 고프면 울고
    그냥 배가 부르면 잡니다
    그냥 화장실을 가고 싶으면 가고
    그냥 갔다가 맘에 안들면 다시 나옵니다.
     
    그냥 살아가는 겁니다.
     
    그러니 얘네들에겐 자살따위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혈뇨를 보더라도
    아무리 아파서 털이 빠지더라도
     
    그냥 살아갑니다.
     
    자기 어미가 길고양이든
    자기 어미가 집고양이든
     
    그냥 태어났으니 살아가는 것입니다.
     
     
     
     
     
    전 고양이에게 이걸 배웠습니다.
     
    태어났으니 살아간다는 말...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고양이를 키우며 알게되었습니다.
     
    어떻게 사느냐는 그 다음입니다.
     
    인간도 생명체이기에 태어났으면 그냥 살아가는 것입니다.
     
    인간이기때문에 죽음을 생각할 수 있는것이 아니라
    인간이기때문에 어떻게 살아가느냐를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선 사는 겁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어떻게 사느냐를 고민하는 것이지요.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살아가야 한다면
    그렇게 어차피 살아가야하는 인생이라면 불행하게 사는 것보다는 행복하게 사는 것이 좋겠지요
     
    웃을 수 있는때가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편안하고 행복할때가 무언인지 생각합니다.
     
    전...
    맛있는 소고기를 먹을때 행복합니다....^^
    전 세상 그 어떤 꽃보다 마블링꽃을 좋아합니다...^^
    빨간 바탕에 하얗게 핀 마블링 꽃 말입니다...^^
    그 마블링이 육즙을 흘리며 입안에서 터질때의 기분이란....캬...
     
    이렇게 사소한 것이라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명확해지면 그 다음은 조금더 쉬워집니다.
     
    맛있는건 비쌉니다...후후
    최고의 마블링꽃은 진짜 비쌉니다...ㅎㅎ
     
    그럼 맛난 마블링꽃 소고기를 먹기위해 돈을 모아야합니다.
     
     
    .
    .
    .
     
     
     
     
    아.... 이렇게 많이 썼는데...밤이 너무 깊어버렸습니다.
    아.... 쓰다보니 오히려 생각이 엄청 많아 졌는데... 못쓰겠습니다.
     
    좋아하는것도 기준이 있어야하는 이유(마약, 도박은 좋다고 하면 안되는것이죠)
     
    자아실현
    헤아릴 서
    종심
     
    기타등등
     
    이젠 앞에 제가 뭐라고 썼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졌습니다.
     
    이젠 잘 시간인가봅니다...ㅜㅜ
     
     
     

     
    이 글을 쓰고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 사이 제이는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ㅜㅜ
     
    그리고 새로 데리고 온 세번째 고양이는 콥스가 아닌 호피로 이름지어졌습니다.
    무늬가 금빛 반짝이는 호피무늬입니다~ㅎㅎㅎㅎ
     
     
     
    그냥 오늘 참 센치해서인지 글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또 깨달은 이야기들을 이어서 쓰고 싶었는데...
    고양이는 매번 제게 삶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해줍니다.
     
    그런데 또 잘시간인가 봅니다.
    다음이야기는 나중에 쓰는 걸로~하하하
     
    오유님들 모두모두 굿나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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