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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491474
    작성자 : madmaxx
    추천 : 10
    조회수 : 1153
    IP : 108.162.***.7
    댓글 : 74개
    등록시간 : 2015/08/01 11:14:43
    http://todayhumor.com/?gomin_1491474 모바일
    함부러 호의를 베풀면 결국은
    한 달 전에 정말 멘붕이 와서 오유에 가입하려 했었어요. 그런데 네이버 메일 문제 때문에 못하다가 오늘 또 멘붕이 와서 가입할 수 밖에 없었어요.
    이 상황에 제 책임은 어느 정도 인지 제가 어떻게 이 인간관계를 수습해야 하는지, 수습할 수 있긴 한건지 여쭈어 보고 싶어서요.
     
     
    저는 미국에서 정말 작은 학원을 운영하는 중년의 한국여성입니다. 이름만 학원이지 독서와 글쓰기, SAT를 다 합쳐서 스무명 안팎에게 가르치는 작은 배움터를 운영하는 거예요. 덤으로 제 아이를 홈스쿨링 할 수 있어서 제게는 정말 좋은 일자리인 셈이죠. 제가 이번 여름에 시간제로 고용한 미국인이 있어요. 우선 이 사람을 제이 (J)라고 해 보죠.
     
     
    저는 서른에 유학으로 미국 땅에 왔고 그래서 소리에 민감한 어린 학생들은 가르쳐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이는 대학 졸업장은 없지만 본인의 아이들을 거의 이십년 가까이 홈스쿨링을 해왔고 자주 만나는 대학교수들 사이에서도 어깨를 겨룰 만큼 지적으로 탄탄한 사람입니다. 제이의 부인은 대학교수이고 본인은 부인과 자녀들을 위해 집안일과 교육을 담당해 왔었죠. 이 집 둘째 아들이 심각한 토끼 입술로 태어나서 자라면서 여러 번 수술을 해야 했고 그런 연유로 더욱 부모 중 한명이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최근 이 집의 첫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고 막내가 정규교육 6학년 과정에 들어갔어요. 가운데 아들 하나만을 홈스쿨링을 하다보니 자기 위치에 대한 회의에 빠진 것처럼 보이더군요. 제 오지랍이었지만요.
     
     
    가족끼리 거의 십 여년 알아오면서 제가 이 사람을 존중했어요. 그래서 제가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사회 생활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널리 이롭게 하는 일이라 여기고 제가 먼저 다가가서 함께 일해 보자고 제안했죠. 한번도 사회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 마흔 넘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런 식으로 제게 생채기가 될 줄은 몰랐어요. 제이는 (누구나 다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자기 틀을 완성시켜서 그 것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 행동에 오해도 하고 불평도 많이 하겠지 하며 남편과 농담 아닌 걱정도 하곤 했어요.
     
     
    사 주 동안 하루에 2 시간 씩 중국인과 한국인이 섞인 두 반 (한반에 두 명씩 뿐이에요) 을 가르치면 시간 당 30 달러씩 해서 이천 달러에 채 못미치는 금액을 보수로 제공하기로 했고 수업 시작 전에 절반 페이했고 수업 이주 후에 절반 페이 했습니다. 그 다음 부터는 한달씩 연장해가며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기로 했고요. 학생들에게서 받은 수업료는 전부 제이에게 가고 그 밖의 준비물, 간식, 심지어 전기세까지 제 수입에서 나가는 상태였지만 인간에 대한 투자, 미래에 대한 전략적 투자라고 생각하고 개념치 않았어요.  
     
     
    문제는 두 번째 페이를 한 다음 날 일어났어요. 수업시간 까지 나타나지 않는 거예요. 저는 이미 점심시간을 틈타 제 아이를 피아노 수업에 데려가는 중이었고 운전 중에 전화를 해서 왜 늦는거냐를 물었죠. 듈째가 많이 아프다는 거예요. 그러면 왜 진작 연락하지 않았느냐며 제가 좀 감정적으로 대응했죠. 그랬더니 돈 다 돌려 줄거다, 네 수업은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러는 거예요. 저는 둘째가 심각하게 아프다는 것을 전혀 몰랐고 병원에 갔었느냐 물으니 마땅한 의사를 못찾았다고 하는 거예요 (사보험 문제에 엉켜서 아무 의사에게나 찾아갈 수도 없는게 미국의 현실이지요). 내일은 수업 할 수 있느냐 물으니 알 수 없다, 네 수업이지 나는 관심없다 이런 식으로 말을 막 하더군요. 솔직히 페이 다음 날 수업시간 전까지 아무런 언질도 없다가 이러니까 저는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아무리 그 사람을 오랜 시절 알아왔더라도 한 순간에 신뢰가 무너지기도 하더군요.
     
     
    딸아이 레슨을 포기하고 학원에 돌아오니 학생, 학부모 등 여럿이 닫힌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얼마나 오래 동안 수업이 취소가 될지 아이는 병원에 갔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저는 할말이 없고 학부모들은 최소 반 시간 동안 운전해서 아이들 데려 왔는데 반시간 기다리다 다시 반시간에 걸쳐 집에 가게 된거죠. 왜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던 일을 이렇게 볼쌍스럽게 만들었는지 왜 제가 그 사람의 무책임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사과를 해야하는지 정말 그 사람의 무책임함에 화가 나더군요.
     
     
    그 날 저녁 아이는 괜찮냐, 병원에는 갔냐 하고 문자 했고 이어서 다음에 이런 일이 있으면 좀 일찍 알려 달라, 학부모들이 내게는 고용주인데 내가 얼마나 무책임하게 보이겠느냐 이렇게 좋은 말로 문자 보냈어요. 답변 없었죠. 그 다음 날 오전 일찍 문자 했어요. 학생들 네 명 전화 번호 보내면서 네가 연락해라, 병원에 입원한 것도 아닌데 내가 대신 아프다 하면 거짓말 같지 않겠느냐 했더니 "네가 해" 하며 짧게 문자 보내고 끝. 정말 그렇게 화가 나 본 적이 없었어요.
     
     
    수업은 그 다음 날부터 대학교수인 제 남편이 맡아 줬고요, 제이가 빠트린 날까지 모두 보강하도록 했어요. 제 아이를 운동이나 피아노 등에 데려갈 사람이 없어서 그 모든 것도 포기한 채 제 아이는 하루에 열시간씩 학원에 방치됐어요. 며칠 후에 남편이 확인해 본 결과 병원에 입원해 있다, 두뇌에 이상이 있는 듯 해서 수술을 하게 됐다고 하더군요. 저는 또 그런 일이 있었는데 내가 감정적으로 대응했었구나 싶어서 미안하다, 아이는 괜찮느냐 이렇게 여러번 문자 보냈고 계속 무시당했죠.
     
     
    그러나 마나 제이의 둘째 아들과 저의 가족은 각별한 친분이 있어서 꽃다발 크게 만들어서 병원에 찾아갔어요. 이해는 하지만 마주치고 싶지는 않아서 안내 데스크에 꽃병을 맡겨 놓고 전화로만 왔다 간다, 쾌유 바란다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쫓아 내려와서는 제 어린 딸아이 보는 앞에서 "너 그렇게 돈만 알고 살지 마라, 네 인생을 다시 돌아 보고 자식 귀한 줄 알아라 . . . " 이러면서 정말 온몸에 불이 붙은 듯이 제게 소리를 질러 대더군요. 한 살이라도 더 많은 내가 참자, 얼마나 충격이면 저럴까 싶어서 제가 달려 가서 안고는 좀 가라 앉히라고 말했죠. 저를 밀쳐 내더니 제 딸아이에게 너 엄마에게 소리쳐서 미안하다고 하더니 다시 병원으로 들어가더군요. 이 모든게 병원 앞 대로에서 벌어진 일이에요. 저는 멘붕 제대로 왔고요.
     
     
    곰곰히 생각해 보니까 제게서 보수를 받는다는 자격지심에, 제 수업을 "대신하느라" 아들의 병을 방치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제게 원한을 품을 정도까지 된 것 같아요. 자식이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스스로를 원망하기보다는 제게 그 화살을 돌리는 것이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방법이었나 싶어요. 그래서 네 수업은 나랑 상관없다, 돈 다 돌려 준다 그런 억지 소리를 해가며 제수업과 그 보수가 자신을 아들에게서 떼어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나 봐요. 자신이 돈을 벌어 보겠다고 일을 시작해서 아들을 등한시 했다고 믿고 그 돈을 벌게 한 것이 저이기 때문에 제이 머리 속에서 저는 돈만 밝히는 사람으로 각색되어져 버렸어요. 하루에 네 시간, 일주일 네 번, 제 학원에 나와 수업했어요. 아이를 일찍 병원에 데려갈려면 얼마든지 데려갈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아이가 꾸준히 상태가 나빠졌다면 어떻게 어느 시점에 병을 의심해야 하는 거죠? 아이가 아픈 것을 제 탓으로 돌리면 안되는 거잖아요.
     
     
    제이는 심지어 제가 돈 받았으면 일해 라고 문자 보냈다고 저를 비난하더군요. 아무리 여러번 제 문자들 읽어 봐도 그 비슷한 얘기 조차 꺼낸 적 없고 오해 받을 만한 표현도 한 적 없어요. 저는 이미 제이를 마음에서 지웟고 그 동안 주고 받은 문자도 다 삭제했어요. 간간히 남편이 제이와 연락하는 것을 통해 그 집 아들에 대해 걱정해주는 정도 이상은 안하리라 마음 먹었죠. 그런 식으로 제게 감정 풀이를 한 후로 이미 한달이 지났고 아들은 뇌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제이로부터는 문자든, 전화든 아무런 연락도 없었어요. 제게 이미 그사람은 자기 자식에게만 책임감이 강한 못믿을 사람일 뿐이에요. 자기 자식이 그렇게도 귀한 사람이 어떻게 남의 자식 앞에서 그 어미를 그렇게 함부러 할 수 있나요?
     
     
    그런데 오늘 제 남편이 그 집에 갔었대요. 저와 제이의 친분을 다시 맺어 주겠다고 이번 주 일요일에 그 집에 피자 사들고 가겠다고 말해 놓은 상태에요. 제이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제가 자기의 상황을 이해못하는 사람이라고 제 남편에게 하소연 했대요. 제 남편은 또 저도 제이도 둘 다 상대를 곡해했으니 한번 풀어라 이랬다네요. 남편이라고 하더니 정말 제 편이 아니라 남의 편이더군요.
     
     
    그 집 아들도 부인도 정말 제게는 소중한 친구들이에요. 하지만 제이는 이미 공황상태에는 다른 사람에게 발톱을 드러내고도 제 슬픔만 중요하고 사과할 줄도 모르는 편협한 사람일 뿐이에요. 아무리 본인의 슬픔이 중해도 어떻게 그런 식으로 타인을 자기 합리화의 제물로 만들 수 있나요? 저는 그 집에 안갈 수도 없고 가도 안편한 상황에 놓여 있어요. 제이와는 다시 말 섞고 싶지 않아요. 갔다가 이십 분 만에 나오겠다고 남편에게 말하긴 했는데 지금도 속이 갈구리로 헤집힌 것 같아요. 다시는 좋은 의도로 남에게 접근하고 싶지 않아요. 그 사람의 슬름까지 감당할 그릇도 안되고 그 사람 발톱이 무서울 뿐이에요. 이 일로 인해 하던 일을 접을까 하는 마음도 한동안 가지고 있었어요. 그렇게 오래 나를 알아온 사람 입에서 "돈만 아는" 이런 말을 들은 것, 쉽게 털어내 지지가 않네요. 제 나름대로 돈을 주고 받는 사이 이상으로 학부형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는데 이런 식으로 곡해 받고 공격받아야 하는지 속상함이 가슴 깊은 곳에 남아 있어요.
     
     
     
    저 이 번 주 일요일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요? 제이에게는 인사말 이상 하고 싶지 않아요. 그 사람이 사과를 한다해도 이제는 진심으로 들리지 않을 듯 해요. 제가 찾아갔기 때문에 온 김에 사과 받고 가라는 식일 것 같아서요. 남편의 마음은 이해하지만요, 저 정말 그 사람 다시 보고 싶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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