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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엄청 재미있어요!" 말포이가 기쁨에 찬 얼굴로 사람들에게 말했다.
"입닥쳐 말포이" 해리는 말포이를 노려보며 모니터로 눈을 옮겼다.
말포이의 눈에는 오유 책게에 글을 게시하는 해리를 볼 수 있었다.
'병신같은 놈이...이마에 스크래치 밖에 없는 찌질이 주제에 책게에 들어가?'
말포이는 자신의 생각을 입밖으로 감히 꺼내질 못했다.
자신이 말을 꺼내는 순간 모든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할 것인지 자신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
여러분 해리포터도 즐겨보는 책게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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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1장)
오늘도 추적추적 비가 내리었다.
밖에 나갈 채비를 다 갖춘 김첨지는 물에 밥을 말아먹고 저고리에 묻은 김칫국물을 입으로 빨았다.
"에라이 재수 없는 년..서방이 나가는데 일어나지도 않어?" 낡은 분(粉)통 위에 웃는지 우는지 모르는 표정의 미묘한 얼굴의 영희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허공에 한바탕 욕지꺼리를 내뱉은 김첨지는 비를 맞으며 자신의 인력거에 올라섰다.
"제기동 갑시다!"
집을 나서자 마자 까만 양복을 입은 신사가 안경을 고쳐쓰며 다급하게 자신에게 손짓 하는 모습을 보고 기분 좋게 그의 앞에서 인력거를 세웠다.
"어서오십쇼~ 제기동으로 모시겠습니다. 날씨가 참 굳네요 헤헤"
김첨지 특유의 쇳소리로 손님에게 얄랑방귀를 뀌며 다리를 바삐 움직였다.
성북에서 손님을 태워 회기, 청량리를 지나는 동안 길 양쪽에 쭉 서 있는 일력거꾼들이 자신을 보고 쑥덕이는 모습을 보고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김첨지였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쇼!"
90도로 몸을 숙여 꾸벅꾸벅 인사를 하던 김첨지의 손에는 이백원이 쥐어져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100원을 받아야 하는 거리지만, 빠르고 편안하게 도착했다며 '안경신사'는 만족하며 200원을 지불하였다.
200원을 복대에 넣고 담배에 불을 붙히는 찰나 차이나 카라 교복을 입은 학생 한명이 자신에게 다가왔다.
"아저씨 불좀 빌립시다"
김첨지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철이 지난 저고리를 걸치고 고무신을 꺾어 신었다고는 하나 촌스럽지 않은 모습을 지니고 있었고 오랜 인력거 생활로 인해 다져진 잔근육은 저고리를 꽉 채운 것으로 모자라 길거리 처자들을 탐닉하고자 삐죽삐죽 나올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 당당하게 불을 요구하니 기가 찰 수 밖에 없었던 김첨지였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라도 공손하게 대하라는 선친의 당부를 되내이며 불을 건냈다.
"아저씨 이왕 불 빌린 김에 다리도 좀 빌립시다. 압구정동 호구(好九) 구락부로 갑시다. 오늘 거기서 모임이 있거든요"
‘압구정동 호구 구락부라...오늘 구락-부 데이가 있나보군’
압구정동은 조선의 중심부이자 신세대가 자신들의 모습을 뽐내는 곳이다. 여성들의 분 냄새가 진동하고 남성들의 무우스 가루가 흩날리는 젊음의 거리!
그곳에서는 젊은이들이 구락-부에 모여 앉아 조선 총독부의 4대강 정비 사업부터 시작하여 경성제국대학 법인화, 전 조선 총독의 Bank of Busan, Korea의혹까지 열띤 토론을 하며 자신들의 생각을 공유하는 곳이었다. 물론 열띤 토론 끝에는 시원한 맥주와 코오피를 한 잔씩 마시며 서로를 보완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 때, 남녀가 가까워져 연인 사이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 이 학생또한 그런 생각을 가지고 구락-부로 향하는 것이 흐트러짐 없이 무스를 바른 그의 머리가 말해 주고 있었다.
“예, 예 알겠습죠, 압구정동으로 빠르게 모시겠슴다~”
김첨지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발로 비벼 끄고, 잠시동안의 휴식도 가지지 못한 채 또다시 인력거를 몰고 대로변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2장)
압구정동에 도착한 김첨지는 화려한 구락-부 간판을 흘려보며 젊은 손님이 찾는 호구 구락부를 찾고 있었다.
압구정 구락-부 중 가장 으뜸은 조선 총독이 여성으로 바뀐 후 생긴 ‘그네 구락-부’였다.
그네 구락-부는 유명한 집안의 자재들만 출입이 가능한 곳으로 향간의 소문에 따르면 을사5적의 자재들을 포함한 친일파가 득세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자유로운 사상의 교류를 한다는 것을 알리고자 공산주의를 공부하는 무리들을 포섭했지만, 그것은 허울과 같았다. 자신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없이 공격하며 구락-부의 출입을 금지시켰고 내부에서 있었던 일을 발설할 시 어두운 밤에 습격을 받아 불구가 되는 등 일반 조선 학생들 사이에서는 악명이 자자한 곳이었다. 또한 ‘유체 이탈’ 화법을 구사하지 못하면 입장조차 불가했기에 그네 구락-부의 신비로움은 날이 갈수록 더해갔다.
“압구정 구락-부 골목 앞입니다요 손님 200원 되겠습니다”
학생 손님은 경성제국대학 로고가 박혀있는 가죽 지갑에서 빳빳한 200원을 꺼내고 50원을 더 꺼내 김첨지에게 내밀었다.
“아저씨가 빨리 와서 드리는 거니깐 사양 말고 받으세요”
생각지도 못한 횡재에 김첨지는 조금 전 사건은 모두 잊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오늘은 김첨지에게 있어 또 다른 ‘운수 좋은 날’인 것임이 틀림 없었다.
‘이제 조금만 더 모으면 그를 만날 수 있어...’
김첨지는 아픈 다리를 주무르며 인력거 앞에 섰다.
김첨지는 다른 인력거꾼들 보다 2배 이상 일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경성 시내 인력거 조항에 따르면 하루에 8시간 인력거를 운행하는 것은 불법이여서 다른 인력거 꾼들에게 신고를 당하면 짧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3달까지 운행 금지를 당했다.
하지만 김첨지의 딱한 사정을 알고 있는 경성의 인력거꾼들은 김첨지가 자신들보다 몇배로 일을 하더라도 왠만하면 눈을 감아주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런 호의는 야간 할증이 붙는 12시 이후에는 가차없었고 김첨지도 어쩔 수 없이 야간에는 운행을 왠만하면 하지 않으려 했다.
“인력거, 성북! 인력거!”
자신의 집쪽으로 가는 손님을 발견한 김첨지는 다른 인력거꾼보다 먼저 손님을 태워 또다시 다리를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 손님이 끊이지 않고 타는 것을 보니 예상보다 빨리 집에 귀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그는 자연스럽게 콧노래가 흘러 나왔다.
3장)
그렇게 성북으로 가는 손님을 내려주고 300원을 받은 김첨지는 오늘 수입을 계산해 보며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오늘은 더 이상 일 할 필요가 없겠군’
집에는 어김없이 영희가 미묘한 얼굴로 분통위에 있었고 김첨지는 상기된 얼굴로 분통을 열어 오늘 번 수입을 집어 넣었다.
김첨지가 필사적으로 일을 하는 까닭은 2년 전 아내의 죽음과 관련되었으리라. 그 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었고, 장사가 잘 되었던 날이었다. 아팠던 아내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지 못하고, 맛있는 것을 먹이지도 못하고 그냥 떠나 보냈던 김첨지는 한동안 폐인이 되어 방황하며 떠돌았고 그가 사는 성북동에서는 김첨지가 새벽마다 돌아다니면서 ‘구구구구’ 소리를 내고 다닌다고 하여 ‘성북동 비둘기’라고 불렀다. 그렇게 떠돌아다녔던 생활도 6개월하고 3일이 지났던 쌀쌀했던 날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새벽에 비둘기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던 김첨지의 눈앞에 노오란 머리털을 가진 외국인이 큰 가방을 끌어안은 채 쓰러져 있었고 놀란 그는 외국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간호하기 시작했다. 아내가 죽은 후 아픈 사람들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호의를 배풀곤 했기 때문에 동네 주민들로부터 적게나마 먹을 것이나 입을 것 등을 받기도 했고 사람들이 김첨지를 비둘기라고 놀릴지언정 그를 무시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사람들은 김첨지를 동네의 파수꾼으로 생각하며 그를 챙겨주었다.
그렇게 3일이 지났을까. 꾸벅 꾸벅 졸고있던 김첨지는 낯선 뒤척임에 눈을 뜨게 되었다.
“여키가 어딥니콰?”
유창하지만 알아듣기 힘든 조선말을 구사하며 외국인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내 집이오. 3일 전에 동네에 쓰러져 있던 것을 내가 데리고 왔소. 여기는 성북동이오 무슨일이 있었길래 쓰러져 있었단 말이오?”
“조선..아 조선..저는 코브라고 합니다. 조선에는 의료 활동을 하러 왔숩니다”
자신을 코브라고 설명한 외국인은 불안한 듯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제..... 가방 혹시 못보셨습니콰? 거기 중요한 물건이 들어있습니다. 찾아야 홥니다”
“잠시 기다려 보시오 가방이 너무 무겁고 커서 방 밖에 있으니 걱정 말고 쉬고 계시오”
김첨지는 몸을 일으켜 세워 밖으로 나가 가방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무엇이 들었길래 그리 애타게 찾소? 나도 한번 봐도 괜찮겠소?”
잠시 뜸을 들이던 코브는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며 가방을 천천히 열기 시작했고 말을 이어나갔다.
“가방, 제 의료기구입니다. 이걸로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 주지요”
“오호라 그럼 나도 치료가 가능하겠소? 어떤 치료로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준단 말이오?”
김첨지가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하지만 코브는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고 가방 속의 기구들만 보여준 후 재빠르게 가방을 닫았다.
“지금은 완벽하게 작동시킬 수 없습니다. 완전하게는 제가 사는 곳에 가야 합니돠.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자면 제 치료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 줄 수 있습니다.”
그 순간 김첨지의 눈빛이 바뀌며 코브의 손을 잡고 울부짖기 시작했다.
“모..모든 것이라도 가능하오?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것은??!!”
코브는 울부짖는 김첨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로 살릴 수는 없지만, 살고 있는 것처럼 만들 수 있습니돠. 어려운 것이 아니죠 그런데 내가 사는 곳에 가야지 제대로 할 수 있습니돠”
“뭐..뭐라도 하겠소.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소! 모든 것을 다 하겠소!”
김첨지는 코브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다싶이 부탁했다.
“일단 우리 나라까지 가야 하니 배 값을 구하십시오. 그리고 그곳에서 어느정도 생활할 돈 또한 모아야 합니돠. 돈을 다 모으고 마음의 준비가 다 되었으면 이리로 전화해 주세요. 같이 우리 나라로 가서 시술을 하도록 합시돠.”
그렇게 낡은 수첩위에 휘갈겨진 전화번호를 받아들고 김첨지는 특유의 쇳소리로 흐느끼며 한동안 엎드려 있었다.
4장)
‘뚜르르, 뚜르르’
조용한 방안에는 전화 연결음만이 들릴 뿐이었다.
‘이상하다..이 번호가 맞는데..’
수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들리는 것은 수화기 넘어의 전화 연결음 뿐.
그렇게 수화기를 놓으려는 찰나, 익숙한 목소리가 김첨지의 귓속을 파고 들었다.
“여보세효?”
“코..코브 맞소? 나 나요 김첨지요 돈을 다 모으고 준비도 다 해서 전화를 했소.”
김첨지는 긴장한 얼굴로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아 김촘쥐!!! 마이 프렌드!! 준비 다 했습니꽈? 나도 그럼 이곳에서 정리를 슬슬 하고 떠나야 할 터이니 2일의 시간을 주세효. 4일째 되는 날 부산항에서 만나서 같이 배를 타고 출발하도록 합시돠! 늦지 말고 오세효!”
몇일의 시간이 흐른 후 김첨지는 부산에 도착했고 약속장소에서 코브를 만나 미국으로 가는 배편에 몸을 싣었다.
이제 2년동안 고통스러웠던 그의 기억에서 해방될 수 있을것이라는 것과, 사랑했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그의 부인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기대심에 부풀어 먼 여정이지만 긴장감은 자연스래 녹아내렸다.
‘뿌우우우우우웅’
뱃고동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진다.
갑판 위에서 조선의 마지막 바닷바람을 쐬며 마지막으로 그의 조국을 바라본다.
그의 손에는 새롭게 바뀐 조선의 동전이 쥐여져 있다.
조선땅이 보이지 않을 때 까지 괜스래 손을 흔들어 본다.
“김첨쥐!!! 밥먹어효!!! 오늘 팝 맛있어효!!!”
그를 부르는 코브의 또랑한 목소리에 이내 정신을 차리고 갑판위에서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손에서 동전이 떨어졌다.
동전소리를 듣고 다시 주으려고 몸을 숙이는 순간 김첨지는 이내 아득해졌다.
그가 떨어뜨린 동전은 찬란한 은색 빛을 뿜으며 이내 회전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똑같은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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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아니,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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