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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istory_14885
    작성자 : 한솥매니아
    추천 : 15
    조회수 : 1864
    IP : 147.46.***.61
    댓글 : 18개
    등록시간 : 2014/03/20 15:27:53
    http://todayhumor.com/?history_14885 모바일
    포병 이야기
    18세기 군대 얘기가 갑자기 트렌드가 되는 것 같아서 저도 한 몫 껴보려고 합니다.



    근대 초기의 육전 전장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전열보병입니다. 화려한 제복과 모자, 전장식 머스킷, 일제사격과 이후 뒤따라오는 자욱한 연기 같은 것들이죠. 북소리에 맞춰 전진하는 전열보병의 대열은 확실히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미지에 가려 실제 당시 전장의 핵심 전력이 가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로 그 주인공이 포병이지요.

    나폴레옹 자신이 포병 장교 출신이었던 것에서 잘 드러나듯이, 당시 포병은 전술적으로 엄청난 중요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인류가 화약 병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 충분한 화력은 전장을 장악하기 위한 제 1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18세기 전장에선 지금처럼 계산기나 컴퓨터가 탄도를 계산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포격을 위해 고도의 수학적 소양을 필요로 했습니다. 때문에 다소 거칠고 막무가내식의 고전적 군인상이었던 보병 장교들과 달리 포병 장교는 당대 최고의 엘리트이자 지식인들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럼 당시의 포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Artillery_salute.jpg

    이렇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포는 당시의 대표적인 직사포 모델인데, 전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보시다시피 큰 바퀴를 달아 무거운 포를 움직일 수 있도록 했고, 반동을 흡수하기 위해 뒤쪽에 지지대를 연결했죠. 당시의 포는 총과 똑같이 전장식으로, 솔로 포구를 정리한 후 포구를 통해 화약과 대포알을 집어넣고 불을 붙여 발사하는 형태였죠.

    이런 포가 주로 사용했던 탄환은 아무 효과도 첨부되지 않은, 그냥 생 쇳덩어리였습니다. 지금의 포탄은 포격지점에 충돌함과 동시에 폭발하여 주변에 넓고 얇게 폭발력을 뿌리는 고폭탄인 것과 대조적입니다. 이러한 쇳덩어리는 아무것도 없는 땅에 맞을 경우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만, 당시엔 이것으로 충분했던 것이, 바로 맨 위에서 말한 전열보병 전술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이 수백 명씩 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곳에 엄청나게 무거운 쇳덩어리를 꽂아넣는 셈이니까요. 간단하게 볼링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볼링 핀처럼 육편이 되어 굴러갔을 당대의 보병들을 위해 묵념...

    roundshot.jpg(보통 roundshot이라 불림)

    물론 꼭 이런 탄환만 쓴 건 아니었습니다. 보병 전열이 포병대에 지나치게 접근했을 때는 전열에 직접 조준해 쏘는 산탄이 준비되어 있었죠. 멋모르고 포병 잡겠다고 보병을 지근거리로 접근시키면 포가 불을 뿜으면서 전열 전면에 수많은 소형 탄환들을 흩뿌리고, 병사들은 너덜너덜한 고기조각이 됩니다..

    4d9941a58c0c02cbd67bf29ef67b1cd8.jpg

    대포 역시 맨 위에서 봤던 단순한 견인 직사포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Howitzer라 불린 곡사포도 있었고, 박격포의 초기 형태도 등장합니다.

    다운로드.jpg

    Howitzer는 척 보기엔 직사포와 비슷해 보이지만, 포신이 짧고 운용 시 훨씬 위쪽을 향합니다.

    images.jpg

    박격포는 예나 지금이나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간단한 구조의 소형 원통에 포탄을 넣고 냅다 발사하는 형태죠.

    이러한 다채로운 포병대의 활약은 당대 전장의 문법을 큰 폭으로 제한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적 주력에 대해 유효한 타격을 입히기 어렵게 된 기병이 기동력 하나만으로 계속 사용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포병이죠. 포병의 무지막지한 화력 투사를 막기 위해선 어떻게든 접근해서 사살해야 하는데, 위에서 말씀드렸듯 보병의 느려터진 발로 접근하다간 산탄 같은 걸 끼얹으면서 폭망이니까요. 또한 전열보병 간의 전투에 있어서도 지속적인 상호 사격전보단 몇 회의 사격 후 착검돌격을 선호했던 것 역시 포병과 연관됩니다. 일단 적군과 엉켜야 포병이 오인사격을 방지하기 위해 무시무시한 포격을 멈출 테니까요.

    기병은 단순히 적 포병을 제압하는 역할 외에도 아군 포병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했는데, 첫째는 아군 포병을 요격하기 위해 달려오는 적 기병을 막아내는 것입니다. 바로 이 임무에 폴란드 울란 창기병이 엄청난 효율을 보인다는 것이 재조명되면서 나폴레옹 전쟁에서 맹활약했죠. 둘째는 적 보병으로 하여금 사각형 방진을 짜게 압박을 넣음으로써 포격의 유효화력을 극대화하는 역할입니다.

    나폴레옹은 이 포병들을 최대한 기동력 있게 활용하는 데 능했다고 합니다. 나폴레옹 전쟁 이전 시기의 포병은 그냥 한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화력을 투사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으나, 나폴레옹과 그를 위시한 당대 포병 지휘관들은 제한된 사격 후에 재빨리 자리를 이탈하는 것이 전술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결론은 내렸습니다. 이 이동 중에 있을 수 있는 기병 습격을 아군 기병대나 창기병대가 저지하고, 다시 최적의 위치를 찾아 포를 고정한 후 재사격한다는 개념입니다. 현대 포병들도 대체로 이런 식으로 운용되고 있죠.

    끝맺음이 애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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