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형편의 제자를 무려 6년 동안 자신의 집에서 돌보고 가르쳐 당당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킨 한 교사의 이야기가 세밑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38년 동안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정년퇴임을 1년 앞두고 있는 대구일중학교 박영숙(61) 교사가 바로 그다.
박 교사가 제자 이은숙씨를 처음 만난 것은 1981년 경북대 사범대 부속중학교에 근무할 때. 자신의 반 학생이었던 이양이 공납금을 내지 못해 제적될 위기에 놓이자 박 교사는 급하게 자신이 대납했다. 그리고 학생 집을 찾아가 보니,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직장을 잃어 가정형편이 아주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양은 새 엄마 밑에서 온갖 구박을 당하고 있었다. 이양은 자살까지 기도한 상태였다.
가정환경 탓 자살까지 기도한 학생
밖에서 낳은 딸 오해에도 뒷바라지
자라서 전도사 된 얘기 글로 풀어
너무 가엾은 마음에 박 교사는 학생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살게 했다. 당시 박 교사는 11·8·6살 세 자녀를 키우고 있었던터라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지만, 이양을 친자식 이상으로 대했다. 영양실조로 위가 헐어 밥을 제대로 못먹는 이양에게 손수 죽을 쑤어 먹이는가 하면, 친자식들에게 사주지 못했던 옷까지 사서 입혔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남편이 밖에서 낳은 딸을 데려다 키운다”는 말을 들어야 했고 딸들의 질투도 있었지만, 다행히 가족들의 도움과 사랑 속에 이양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랐다.
3년 동안 스승의 집에서 지낸 이양은 당시 대구에서 가장 입학성적이 높다는 대구여상에 합격해 보답했다. 그리고 여상에서 착실하게 공부를 한 끝에 졸업 뒤에는 내로라하는 세무사 사무실에 입사했다. 이후에도 박 교사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라”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사람이 되어라”라는 말로 이씨를 다독였다. 이씨는 몇년 뒤 사무실에서 사무장 자리까지 올랐다. 야간 시간을 활용해 계명대 의상학과도 마쳤다.
이씨는 현재 교회의 전도사로 활동하며, 자신처럼 어렵게 성장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자기 얘기를 들려주며 용기를 북돋우고 사랑을 베푸는 일을 하고 있다. 박 교사는 지금도 수시로 은숙씨 집을 찾아 밤을 새며 지난 일들을 얘기하곤 한다.
박 교사가 이씨를 돌보며 느꼈던 내용을 쓴 체험수기는 교육부가 주최한 제10회 교육현장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박 교사는 “보잘것없는 경험을 크게 드러내도 될까 망설이다 낸 글인데 상까지 받다니 놀랍고 기쁘다”며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더 훌륭한 선후배 선생님들에게 존경을 뜻을 전하며, 무조건 믿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넓은 마음의 남편에게도 감사한다”고 말했다.
박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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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이 무너지기 시작한지 오래됐고,
어느 교사는 제자를 체벌하는 것이 아니라 폭행까지 일삼았고
심지어 그 학생의 부모까지 발로 걷어차 최근 물의를 빚은적이 있었지요.
씁쓸한 마음 지울 수가 없었는데.
이번 이야기는 정말 가슴 한켠을 훈훈~하게 만드는 뉴스였습니다.
이분이야 말로 사랑으로 제자를 가르치시는
우리시대의 참 '스승'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듭니다.
그는 분명 '교사'가 아닌 '스승'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