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富)의 상징'인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마주보고 있어 사는 모습이 더욱 춥고 옹색해 보이는 구룡마을에는 부자들도 갖지 못한 소중한 보물이 있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양심 옷가게다.
구룡마을의 다른 집들처럼 초라한 모습의 7평 남짓한 공간에 마련된 옷가게에서는 손님이 스스로 옷을 고르고, 입어 보고, 정해진 가격대로 파란색 수납함에 돈을 넣고 나오면 된다.
지난 13일 찾아간 주인 없는 가게에는 겨울 외투 87벌, 바지 120벌, 윗옷 109벌이 가지런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비록 값비싼 옷은 아니지만 옷의 질만큼은 일반 옷가게와 다르지 않았다.
가격은 거의 공짜 수준이다. 바지는 2000원, 상의는 3000원, 점퍼나 재킷 등 겨울 옷은 1만원이다. 이렇게 가격이 싼 이유는 동대문 평화시장 등에서 옷을 ㎏당 2000원씩에 떼어오는 이성금 목사(61)의 수완 덕이다. 이 목사는 주민들에게 싸게 옷을 제공하고 그 수익금으로 좋은 일을 하자는 생각으로 지난 9월 이 옷가게를 시작했다.
양심 옷가게에는 꾸준히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7시부터 문 닫는 오후 6시까지 하루 20벌 정도 팔린다. 양심 옷가게에서 열 번 정도 옷을 샀다는 문상기 씨(37ㆍ구룡마을)는 "물건이 괜찮아서 일주일에 한 번씩 들러 옷을 구입한다"며 "지금 입고 있는 트레이닝복 상ㆍ하의 모두 이곳에서 구입한 것"이라고 만족해 했다.
여기서 벌어들이는 돈의 일부는 아침을 거르고 등교하는 구룡마을 아이들을 위해 무료 토스트를 만드는 데 쓰이고 있다. 무료 토스트를 만들고 나눠주는 일은 이 교회에 다니는 여자 집사들이 맡고 있다.
햄과 야채가 들어가고 달걀을 입힌 토스트는 하루에 60개 정도 만드는데, 학생과 바로 옆을 차고지로 이용하는 버스기사들에게 인기다. 이날 등굣길에 만난 개포중학교 1학년인 황수정 양(13ㆍ구룡마을)은 "빵이 맛있어 등굣길에 기분이 좋아진다"며 "아침마다 고생하시는 아주머니들께 고맙다"며 미소지었다. 가게 바로 옆에 위치한 시내버스 143번 대진여객 배차 담당 근무자인 한 모씨(55)는 "버스 기사들은 토스트를 자주 먹으러 간다"고 전했다.
그런데 최근 양심 옷가게가 3개월 만에 경영난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일부 손님들의 양심 부재 탓이다.
양심 옷가게는 갓 문을 열었을 때 하루 수익금이 10만원 수준으로 한 달에 150만원 정도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5만원을 넘는 일이 없다. 심지어 지난 12일 저녁 수납함에 들어온 돈은 2만원이 전부였다. 20벌 팔린 옷 중 10%도 지불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가게일을 돕고 있는 나인수 씨(68)는 "인력업체에서 새벽에 모은 인부들을 싣고 와 양심 옷가게에서 공짜로 집어가고, 동네사람은 물론 대모산을 찾는 등산객이 돈을 지불하지 않고 옷을 가져가기도 한다"고 씁쓸해 했다.
이 목사는 "아이들에게 주는 무료 토스트에 넣는 햄의 크기를 반으로 줄여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양심가게에는 새로운 안내문이 곳곳에 생겼다. "옷은 정직하게 꼭 계산 후에 가져가세요. 정직하게 사세요."
[김대원 기자]
<다음 뉴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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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원 이면 거의 거저인데다가 어려운 사람들까지 도울 수도 있는데..
오래전에 어느 오락프로에서 실험한게 기억나네요. 한국과 일본의 시민의식을 비교하는 실험이었는데 비오는 날 우산을 빌려주며 그날 저녁까지만 돌려달라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100명중 단 한병도 빠짐없이 돌려주었던데 반해 우리나라는 단 두명이 돌려주러 왔었죠...
지금의 사람들 의식수준이 그때보다 별반 성장하지 않은걸까요..
보이지 않는곳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사람들의 양심이 되었음 하는 바람입니다...